박원순 후보 "나는 쪽배 …시민 지지와 소망이 밀어 여기까지"

 
재선에 도전하는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는 그 어느 때보다 조용하게 선거를 치르고 있다. 
 
박원순 후보는 선거시작과 함께 유세차, 로고송, 율동, 확성기가 없는 이른바 '4무(無) 선거'로 치르겠다고 공언했다. 
 
   
▲ 박원순 후보/뉴시스 자료사진
 
세월호 참사 발생 이후 차분하고 조용한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한 조치이기도 하지만 돈 많이 드는, 요란한 선거를 하지 않겠다는 새로운 정치를 실험하겠다는 의지에서다. 
 
뉴시스는 공식선거운동 돌입 후 첫 번째 맞는 주말인 지난 24일 밤 마포구 서교동 홍대 인근 카페에서 박원순 후보를 만나 이번 선거의 의미와 전망에 대해 물었다. 
 
이날도 홍대거리에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젊은이들이 쉼 없이 오갔다. 박 후보는 인터뷰 직전까지 거리에서 배낭을 멘 채 수백 명의 젊은이들과 1대1의 만남을 가졌다. 배낭에는 시민으로부터 귀담아 들은 제안 등이 적힌 노트 등이 담겨있다. 
 
최소한의 수행원만 대동한 채 배낭을 메고 골목길을 돌며 사람들을 만나는 선거유세는 설핏 누구나 할 수 있는 선거운동인 것 같지만 그동안 정치판에서는 시도되지 않았다. 우리에게 익숙한 유세는 수만 명의 군중이 밀집해 지지자를 연호하며 세(勢) 과시를 하는 것이다. '고비용 저효율'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지만 오래 전부터 해왔던 '관습'이기에 선거에 나선 후보는 누구나 그렇게 해왔다.  
 
박원순 후보는 이번 선거 콘셉트에 대해 남다른 자부심을 갖고 있는 듯했다. 배낭 유세뿐만 아니라 종로구 광장시장 어귀에 자리한 철거 직전의 건물에 캠프를 차리고, 재활용 폐가구를 캠프 사무집기로 활용하는 것은 대부분 그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얼굴이나 기호가 강조되지 않은 흑백의 선거벽보는 경쟁상대인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가 직접 이의를 제기할 정도로 이목을 끌었다.  
 
박원순 후보는 이 같은 선거운동을 펼치게 된 배경에 대해 "처음에는 광장에 텐트를 칠까 했다. 돈이 안 들어가지 않는가. 그런 고민을 하고 있었다"며 "그러다가 이번 세월호 참사 이후 선거운동과 캠페인 방식을 완전히 바꿔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전제했다. 
 
이어 "우리가 선언했듯이 작은 선거, 돈 안 드는 선거, 아주 요란하지 않은 선거로 가게 된 것"이라며 "대표적으로 요란한 유세차를 없앴다. 대신 가능하면 걸어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신과 서울서 함께 선거를 치르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자치구청장, 시의원, 구의원 후보들이 요구하는 대규모 지원유세에 대해서는 "가능하면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가 안 가는, 말하자면 눈치주지 않는 그런 걸로 하라고 요구는 하고 있다"며 일부 수용할 의사도 내비쳤다. 
 
박원순 후보는 "지난 보궐선거 때도 내가 가진 것은 하나도 없었다. 과거 이력도, 돈도, 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거대 여당뿐만 아니라 거대 야당 후보도 있지 않았나"라며 "나를 밀어주는 시대흐름이 없었다면 (시장이)안 됐을  것"이라고 시민에 대한 경의를 표했다. 
 
박 후보는 일부 언론이 선거 직전 발생한 서울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 열차 추돌사고를 확대보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언론환경이 우호적이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늘 어려운 점은 있기 마련이다. 그것을 탓하면 안 된다"며 "또 그것조차도 잘 푸는 게 책임 있는 사람의 자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