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지난해 4월17일 구속기소된 박 전 대통령 사건을 맡아 심리해온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6일 오후2시10분 열린 선고 공판에서 "이 나라의 주인인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 대행에 있어서 불행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라면서 징역 24년 및 벌금 180억 원을 선고했다.

전국에 TV를 통해 생중계된 이날 선고공판에서 김세윤 부장판사는 "피고인(박 전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취득한 이익은 확인되지 않고 범죄 전력도 없으나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를 보였다"며 형량 배경을 밝혔다.

재판부는 이날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공소사실 18개 중 16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특히 김 부장판사는 관심을 모았던 삼성전자 뇌물죄와 관련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과의 합병 등 여러 개별현안이 존재했다고 하지만 이를 묵시적 청탁으로 보기 어렵다"며 "묵시적 청탁을 인정하기 어려운데 포괄적 현안을 인정한다는 것이 논리적으로 모순이 된다"면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서울고법의 항소심 판단과 같은 취지를 밝혔다.

수인(수용자) 번호 '503'번을 달고 수감 중인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선고 공판에 출석하지 않아 앞서 서초동 법원종합청사 417호 형사대법정에 나란히 섰던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3번째로 피고인석에서 선고를 받은 대통령으로 기록되진 않았지만, 이날 징역 24년이라는 중형을 받게 됐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31일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등 혐의로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어 구속 수감됐고, 지난해 4월17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해 '비선실세' 최순실씨 등과 공모해 미르 및 K스포츠재단에 대기업들이 774억 원을 억지로 출연하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했고, 기업으로부터 최씨 딸 정유라씨의 승마지원 등 433억 원을 뇌물로 받거나 받기로 약속한 혐의 등 공소사실만 18개에 이른다.

검찰은 지난 2월27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대통령 권한을 사유화해 국정을 농단하고 헌법가치를 훼손했다"며 "그 결과 피고인은 헌정 사상 최초로 파면되면서 대한민국 헌정사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면서 징역 30년 및 벌금 1185억 원을 구형했다.

   
▲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은 2차례 공판준비기일을 거쳐 지난 2월27일 결심 공판까지 총 100차례 열렸다. 재판부는 6일 열린 선고 공판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 벌금 180억 원을 선고했다./사진=연합뉴스

앞서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3월10일 "피청구인(박 전 대통령)의 위헌·위법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행위라고 보아야 한다"며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할 것"이라면서 재판관 의견 '인용 8' 전원일치로 국회의 탄핵소추안을 인용해 박 전 대통령을 파면했다.

박 전 대통령 재판은 2차례 공판준비기일을 거쳐 지난 2월27일 결심 공판까지 총 100차례 열렸고, 검찰의 수사 기록만 12만 쪽에 달하는 가운데 사건을 맡은 형사합의22부는 정식 재판이 시작된 후 매주 4차례씩 집중 심리를 거듭했다.

박 전 대통령 재판은 지난해 10월16일 사선 변호인단 7명 전원이 총사퇴하고 이어 박 전 대통령이 구치소에서 보이콧에 들어가 지난 5달 간 5인의 국선 변호인단만으로 피고인 없이 궐석재판으로 진행되어왔다.

법조계는 이날 선고 공판에서 중형이 선고된 점에 대해 "예상되던 바"라며 "헌법상 책무를 방기하고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사인(비선실세 최순실)에게 나눈 박 전 대통령에게 광범위한 국정개입으로 국정질서 혼란을 초래한 주된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보았다.

판사 출신의 한 법조계 인사는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하면서 재판관 전원이 일치된 의견을 보였다"며 "헌법상 성실한 직책수행의무·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를 위반했다는 점, 헌법질서 수호와 정치적 폐습 청산을 위해 파면결정을 내린다는 당시 보충의견을 감안하면 익히 예상됐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박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로, 최씨 등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관계자들에 대한 항소심 및 3심 판단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법조계 전망이 나오고 있다.

법조계는 "앞서 최씨 사건에 대한 1심 재판부가 '최씨의 사적 영리추구는 박 전 대통령과 공모관계로 이어졌고 최씨는 단순 수령을 넘어 뇌물 수수 중요부분을 수행했다'고 규정했다"며 "최씨 또한 항소심에서 중형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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