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최초 파면 후 중형 선고…'항소 택할지 미지수' 전망
[미디어펜=김규태 기자]'비선실세' 최서원과 함께 국정을 농단했다는 이유로 헌정 사상 처음으로 파면된 후 1심에서 징역 24년에 벌금 180억 원 등 중형을 선고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향후 어떻게 대응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조계는 이날 중형이 선고된 점에 대해 "예상되던 바"라며 "헌법상 책무를 방기하고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사인(최씨)에게 나눈 박 전 대통령에게 광범위한 국정개입으로 국정질서 혼란을 초래한 주된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보았다.

다만 법조계는 박 전 대통령이 항소를 통해 법적으로 돌파구를 찾을지 미지수라고 관측했다.

지난해 10월 구속 연장에 반발해 사선변호인단이 총사퇴한 후 재판을 전면 보이콧해온 박 전 대통령은 '재판부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며 지난 6개월간 법적 대응을 포기해왔다.

이에 따라 재판은 국선변호인단-궐석공판 체제로 진행됐고, 박 전 대통령은 국선변호인의 면담 요청을 최근까지 거절해오다가 지난달 16일 추가로 기소된 '공천 개입' 사건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입장만 표명했다.

법조계는 "통상적으로 변호인을 만나 향후 대응을 논의하겠지만 오늘 구치소에 아무런 면회 일정이 잡히지 않은 것을 보면 속단하기 이르다"며 "유영하 변호사 등이 박 전 대통령을 찾아 입장을 확인하겠지만 항소하지 않는 선택지도 고려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항소 않더라도 검찰이 이날 선고에서 일부 무죄로 선고된 혐의를 다투기 위해 일주일 내로 항소를 제기할 경우 항소심 재판이 열릴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는 6일 열린 선고 공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 벌금 180억 원을 선고했다./사진=연합뉴스

판사 출신의 한 법조계 인사는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하면서 재판관 전원이 일치된 의견을 보였다"며 "헌법상 성실한 직책수행의무·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를 위반했다는 점, 헌법질서 수호와 정치적 폐습 청산을 위해 파면결정을 내린다는 당시 보충의견을 감안하면 항소심에 가서도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법조계 인사는 "최순실·안종범·김기춘·조윤선·우병우 등 지금까지 나온 국정농단 사건 1~2심 판결을 미루어 짐작하면 항소심을 진행해도 법률적 돌파구를 찾기 쉽지 않다"며 "특활비 뇌물죄 등 추가 재판도 남아 있어 전체 형량은 더 늘어나겠지만 박 전 대통령이 개의치 않을 여지도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날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중형 선고로, 최씨 등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관계자들에 대한 항소심 및 3심 판단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법조계 전망이 나오고 있다.

법조계는 재단 강제모금 및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최씨의 항소심에 대해 "박 전 대통령과의 공모관계가 11개 공소사실에서 인정된 점과 증거를 허물만한 근거가 나오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2심 재판부 또한 동일한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에 대해 법조계 한 인사는 "박 전 대통령 재판부가 '주책임은 국민이 부여한 권한과 지위를 사인에게 나눠준 피고인과 이를 통해 국정농단한 최서원에게 있다'고 규정했다"며 "최씨 또한 항소심에서 중형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보았다.

항소심에서 각각 징역 4년과 2년 등 1심보다 더 올라간 선고를 받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 대해서도 법조계는 "문화예술계 지원배제를 박 전 대통령이 포괄적으로 승인했고 이들과 순차적으로 공모해 유무형의 불이익이 일어났다고 재판부가 규정한 것을 뒤집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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