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회장 항소심 판결과 일치…대법원 판결 주목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경영권 승계 작업이 이뤄졌다는 증거가 없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지난 6일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 원심 공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경영권 승계 작업'에 대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는 지난 2월 "경영권 승계 작업이 이루어졌다는 증거 자체가 없다"는 이 부회장에 대한 항소심 판결과 입장을 같이 한다. 당초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삼성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최서원에게 뇌물을 준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이 부회장의 원심재판부 역시 특검의 의견을 반영해 개별 현안에 대한 명시적·묵시적 청탁은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포괄적 현안에 대한 '승계 작업'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지난해 8월, 최서원에게 건넨 승마 지원비와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을 뇌물이라고 봤다.

'경영 승계'에 대한 오해는 6개월 뒤 항소심에서 뒤집어졌다.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 2월 "삼성물산 합병 등 각 계열사가 추진한 현안은 경영상 필요에 의한 것이며,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목표로 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연합뉴스


그럼에도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서 삼성 경영권과 관련한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일부 여론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항소심 판결 후 여당 의원들은 물론, 각종 시민단체, 노조 등에서 "인정할 수 없다"고 비판을 가한 바 있다.

이 같은 여론에도 불구하고 박 전 대통령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 삼성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청탁이 오갔다는 증거가 없다"고 못 박았다. '승계 작업'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 원심 선고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대한 논란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판결이 이 부회장의 대법원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원심과 항소심 판단이 완전히 달랐고, 박 전 대통령의 재판 역시 항소심을 남겨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의 집행유예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도 변수로 남았다. 이에 이 부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어떻게 이루어질지 가늠할 수 없다는 의견도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원의 최종심은 사실심이 아닌 법률심으로 이루어지는 만큼, 항소심 판결이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다. 대법원에서는 사실 관계를 다투는 원심, 항소심과 달리 항소심 판결의 법률적 오류를 판단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법률적 판단의 마지막 절차인 대법원 판결에서는 항소심 판결을 놓고 이에 대한 오류를 판단하는 것"이라며 "이 부회장의 대법원 판결 역시 항소심 판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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