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김기식 금감원장으로서는 마침 삼성증권에 저런 일이 생긴 게 천운의 타이밍(?)인지도 모릅니다. ‘삼성 저격수’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필요보다 훨씬 강력한 제재 조치가 감행될 가능성도 엿보입니다.” (시중 A증권사 고위 관계자)

삼성증권 배당주문 사고 사태가 일파만파 번지고 있는 가운데 역시 궁지에 몰린 김기식 신임 금감원장이 삼성증권을 ‘부활의 제물’로 삼을 가능성이 대두된다.

   
▲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 배당주문 사고 사태가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삼성증권의 우리사주 배당금 지급일이었던 지난 6일로 돌아간다. 당시 한 직원의 실수로 우리사주를 보유한 직원 계좌에 배당이 1000원 대신 ‘1000주’로 지급되면서 사상 초유의 주문사고가 발생했다. 

발생 초기까지만 해도 해프닝 수준에서 정리될 것처럼 보였던 사건은 일부 삼성증권 직원들이 잘못 입고된 대량의 주식을 매도하면서 급속도로 악화되기 시작했다. 주식을 매도한 직원 중에는 무려 100만주를 팔아치운 직원도 있었고, 애널리스트 또한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회사 신뢰도에 치명적인 타격을 줬다.

삼성증권 직원의 몇 가지 조작만으로 ‘유령주식’이 대량 생성돼 시장에 나왔다는 점 또한 여론의 강한 반발을 초래했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공매도 금지’를 청원하는 글이 올라와 상당한 반응을 얻고 있기도 하다.

이제 시장의 시선은 금융당국, 그 중에서도 금융감독원을 향하고 있다. 이미 금감원은 삼성증권에 대한 현장검사에 돌입했다. 검사 이후에는 전체 증권사와 유관기관 대상으로 주식 거래시스템 전반에 대한 점검에 나선다는 계획을 발표한 상태다. 

한 가지 독특한 상황은 김기식 금감원장 역시 신변 문제로 핀치에 몰려 있다는 데 있다. 김 원장은 19대 국회의원 시절 피감기관 예산으로 여러 차례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는 점, 당시 김 의원을 단독 수행한 인턴이 귀국 이후 초고속 승진을 했다는 점, 이와 관련된 문제 제기에서 거짓 해명을 했다는 점 등으로 엄청난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청와대가 직접 나서 ‘임명철회 사안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음에도 여론은 악화일로다. 업계 안팎에서 ‘사퇴는 시간문제’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러한 상황을 무마하고 여론의 화살을 삼성 쪽으로 돌리기 위해 김 원장이 초강수를 둘 가능성이 점쳐진다. 서울대학교 인류학과‧참여연대 출신으로 금융 분야 경력이 전무한 김 원장이 차기 금감원장으로 지목됐을 때부터 ‘청와대의 타깃은 삼성’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이를 단순한 낭설로만 치부할 수 없었던 것은 김기식 원장이 적어도 삼성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오랜 시간동안 천착해 온 인물이 맞기 때문이다. 참여연대 시절부터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이슈에 집요하게 파고 들어온 김 원장은 19대 국회의원 시절에도 누구보다 집요하게 이 문제에 집중했다.

이번 삼성증권 사태가 아직은 증권업계 수준의 이슈로 머무르고 있지만 조금만 포커스를 바꾸면 삼성그룹 전체 차원으로 얼마든지 확장이 가능하다. 당장 삼성증권의 대주주만 해도 삼성생명과 국민연금이다. 삼성생명은 삼성그룹 순환출자구조의 핵심 고리에 해당하는 회사로, 김기식 원장이 언젠가는 건드릴 가능성이 농후한 것으로 점쳐지는 회사다.

지금으로서는 김기식 원장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압도적인 상황이다. 그러나 만약 김기식 원장이 삼성을 ‘공공의 적’으로 삼으면서 본인의 위기를 타개하려는 시도에 빠르게 돌입할 경우 여론의 반응이 달라질 가능성 또한 없지 않다. 이 과정에서 필요보다 지나치게 강력한 규제 카드가 발동될 경우 삼성은 물론 국내 금융산업 전체가 엄청난 불확실성을 감당해야 한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라는 거대 사건도 첫 출발은 이화여대 아니었나”라고 반문하면서 “김 원장이 향후 어떤 카드를 뽑아들지에 대해 삼성 뿐 아니라 업계 전체가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