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KBO리그 최초의 대만 출신 선수 왕웨이중(NC 다이노스)이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저격수로 나설 것인가.

오는 8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에서 열리는 2018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야구대표팀 예비 엔트리가 9일 발표됐다. 무려 109명이나 이름을 올린 예비 엔트리여서 현재로선 큰 의미가 없다. 하지만 아시안게임 기간 KBO리그를 중단할 정도로 한국은 금메달에 올인하는 상황이어서 어떤 선수가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릴지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런데,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낯선 광경이 벌어질 전망이다. KBO리그에서 뛰는 투수가 대만 대표선수로 아시안게임에 나와 한국전에서 피칭을 할 가능성이 높다. 바로 NC 에이스로 활약 중인 왕웨이중이다.

왕웨이중은 제1호 대만 출신 선수라는 타이틀을 달고 국내 무대에 데뷔해 빼어난 피칭을 계속하고 있다. 지금까지 3경기에 등판해 2승을 올렸고 평균자책점은 1.71밖에 안된다.

   
▲ 사진=NC 다이노스


3월 24일 LG와 개막전에서 7이닝 6피안타 1실점 호투로 승리투수가 되며 인상적인 데뷔 신고식을 했고, 3월 30일 롯데전 6이닝 3피안타 2실점으로 또 승리투수가 됐다. 4월 5일 삼성전에서는 8이닝을 10피안타 1실점으로 막았지만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하고 승패 없이 물러났다.

세 경기 등판만으로 존재감을 과시한 왕웨이중이다. 이런 왕웨이중을 대만 대표팀이 선발하지 않을 리 없다. NC와 계약할 때 대만 국가대표 선발과 관련해 특별한 조건이 없었고, 국내 리그 일정이 중단되기 때문에 왕웨이중의 대만 대표팀 차출에도 별다른 문제는 없다.

왕웨이중이 대만 대표팀에 선발된다면 한국전에 선발 등판한다고 봐야 한다. 한국야구를 겪어봤고, 또 한국 타자들을 상대로 경쟁력을 확인했기 때문에 대만 대표팀으로서는 왕웨이중만한 한국 저격수가 없다.

아시안게임 야구의 금메달 다툼은 늘 한국, 일본, 대만의 3파전이었다. 일본은 아시안게임 야구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 편이고 리그 일정도 계속되기 때문에 프로 1.5군급 선수들과 사회인야구 선수들 위주로 대표팀을 구성할 전망이다. 반면 대만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최고 멤버들로 대표팀을 구성한다. 실제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모두 우승한 한국의 결승전 상대는 대만이었다.

만만찮은 상대 대만이 왕웨이중을 앞세워 타도 한국을 외친다면, 한국대표팀도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를 해야 한다. 선동열 대표팀 감독도 9일 예비 엔트리 발표를 하면서 왕웨이중의 대만 대표팀 선발에 신경을 쓰고 있음을 밝혔다. 선 감독은 왕웨이중에 대해 "굉장히 좋은 투수라 생각한다. 빠른 볼을 던지면서 매우 공격적인 피칭을 한다"고 평가하면서 "한국전에서 던질 확률이 높다고 본다. 아시안게임까지는 4개월 이상 남아 있어서 더욱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이번 109명의 예비 엔트리에 든 한국 선수들 가운데 LG, 롯데, 삼성의 야수들 상당수가 왕웨이중과 맞대결을 해봤다. 

LG에서는 안익훈(3타수 1안타) 김현수(3타수 1안타) 오지환(2타수 1안타)가 안타 하나씩을 때려냈고, 양석환(3타수 무안타) 유강남(2타수 무안타)은 무안타에 그쳤다.

롯데에서는 민병헌(2타수 1안타 1볼넷) 한동희(2타수 1안타)가 안타 맛을 봤고 손아섭 이대호(이상 3타수 무안타)는 왕웨이중을 상대로 안타를 하나도 못 때려냈다.

삼성에서는 이원석과 김상수가 나란히 멀티히트(이상 3타수 2안타)를 쳐 강세를 보였고, 강민호와 구자욱(이상 3타수 1안타)도 안타 하나는 뺏어냈다. 강한울은 3타수 무안타였다.

한국대표팀이 왕웨이중에게 당하며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에 차질을 빚는 상황, 최악의 시나리오이면서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왕웨이중이 대만 대표팀에 선발된다면, 아시안게임 출전이 유력한 국내 선수들은 그에 대한 공략법을 철저히 연구해둘 필요가 있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