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선 "감독당국의 신뢰도 스스로 갉아먹는 행위" 지적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금융당국이 최근 채용비리 의혹이 제기된 신한은행에 대해 하루 만에 입장을 번복해 재검사하기로 결정하면서 이에 대한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이미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난 사안에 대해 손바닥 뒤집듯 재검사를 진행하는 것 자체가 감독당국의 신뢰도를 갉아먹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사진제공=연합뉴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신한금융 임직원 자녀를 특혜 채용했다는 의혹이 금감원 신고센터에 접수됨에 따라 이를 검증하기 위해 12일부터 신한은행, 신한카드, 신한캐피탈 3곳을 대상으로 검사에 착수한다.

금감원이 신한금융 채용비리와 관련해 재검사를 벌이기로 한 것은 김기식 금감원장의 전격적인 지시에 따른 것이다. 김 원장은 전날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증권사 대표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일부 언론에서 신한은행 채용비리 관련 보도가 있었다면서 “신한은행 채용비리 의혹을 즉각 조사하라”고 지시하면서 현장조사가 즉석에서 결정됐다.

금감원은 김 원장의 이 같은 지시가 내려지기 전날인 9일만 해도 신한금융 전·현직 고위 임원 자녀 채용비리 여부를 합리적으로 의심할만한 새로운 내용이 나오지 않을 경우 추가 조사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이를 하루만에 번복하면서 내부에서도 감독당국의 위신과 신뢰도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짙다. 이미 금감원에서 ‘혐의 없음’으로 결론을 낸 사안을 손바닥 뒤집듯 재검사에 진행하는 것 자체가 스스로의 신뢰도를 갉아먹는 행위라는 것이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두 차례에 걸쳐 신한은행을 포함한 국내 11개 은행을 대상으로 채용비리 현장을 검사했었다. 당시 검사 결과 하나‧국민‧대구‧부산‧광주은행에서 채용비리 의심 사례가 확인됐으며, 신한은행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자신을 둘러싼 외유성 출장 논란 등으로 검찰고발까지 이어지는 상황에서 감독기능 강화를 통해 이슈를 전환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자신을 둘러싼 외유성 출장 논란이 정치권 공방을 넘어 검찰고발 등으로 이어지면서 감독수장으로서의 능력을 보여줌으로써 이슈를 전환하려는 포석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최근 언론을 통해 라응찬‧한동우 전 신한금융 회장, 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 홍성균 전 신한카드 사장의 자녀들이 신한은행이나 신한카드에 입사에 근무하고 있거나, 퇴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현직 대표이사 가운데는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의 딸이 현재 신한카드에서 일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신한은행 측은 “이들은 특혜로 들어온 것이 아니라 정당한 절차에 따라 들어왔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