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삼성증권과의 직접 주식거래를 중단하면서 업계 경쟁구도에도 균열이 가해질 전망이다. 삼성증권이 주요 연기금들과의 거래증권사 지위를 지킬 수 없어지면서 그 자리를 채우기 위한 또 다른 경쟁이 시작될 조짐이다. 단, 변화의 폭이 그렇게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 6일 사상초유의 배당 주문사고를 낸 삼성증권에 대한 특별검사를 진행 중이다. 이미 삼성증권이 제재를 받을 가능성은 상당히 높아진 상태다. 국내에서 다섯 곳 밖에 없는 초대형IB(투자은행) 중 한 곳으로서 단기금융업 인가신청 시점을 보고 있던 상황이었지만 뜻밖의 사건에 의해 상황은 비관적으로 변했다.

   
▲ 사진=연합뉴스


설상가상으로 국내 자본시장 대표적인 ‘큰손’인 연기금들이 잇달아 삼성증권과의 거래 중단을 선언하고 있다. 일단 삼성증권의 대주주이기도 한 국민연금부터 ‘거래중단’을 선언했다. 그러자 다른 연기금들도 이러한 기류에 편승하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다. 군인공제회도 전일 올해 2분기 삼성증권과의 주식 중개거래를 중단키로 전격 결정했다.

삼성증권은 연기금 시장에서 주식위탁 운용의 큰 축을 차지하고 있는 주요 회사 중 하나다. 그런 삼성증권의 입지가 뿌리부터 흔들리면서 업계 경쟁지도의 변화도 불가피하게 됐다. 삼성증권의 빈자리를 누군가는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변화의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연기금들은 주로 복수의 증권사를 거래기관으로 선정하기 때문이다. 삼성증권 사태가 터지고 채 1주일도 되지 않아 거래중단을 추진할 수 있었던 건 삼성증권의 빈자리를 대신 할 회사들과 이미 거래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삼성증권의 자리를 채울 새로운 증권사의 기용이 생각보다 급하게 진행될 필요는 없다는 의미기도 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연기금들이 일반적으로 주식 위탁운용기관을 많게는 10곳 이상 지정하는 관행을 갖고 있다”면서 “삼성증권의 공백이 생각보다 크게 작용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이날 오후 삼성증권에 대한 현장조사에 돌입했다. 같은 날 삼성증권은 이번 사태에 대한 피해자 보상안을 발표한다. 삼성증권이 마련한 피해구제 전담반에 접수된 사례는 이미 400건이 넘는다. 

구성훈 삼성증권 사장은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주재 긴급 증권사 사장단 간담회를 마친 후 “시한없이, 법리적인 부분을 떠나 신속하게 피해자 입장에서 보상하겠다”면서 “감독당국과 협의한 최종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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