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보이스피싱 사기범이 피해자의 개인정보로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아 대부업체로부터 대출을 받은 경우에도 ‘피해자가 대출금을 갚을 의무를 진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와 파장이 예상된다.

대법원 1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지난달 29일 김모씨 등 보이스피싱 피해자 16명이 대부업체 A사 등 3곳을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고 패소 취지로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부로 돌려보냈다고 12일 발표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공인인증서에 의해 본인임이 확인된 자가 작성한 전자문서는 본인 의사에 반해 작성됐더라도 전자문서법에 따라 ‘작성자의 의사에 기한 것이라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는 공인인증서를 통해 대출계약이 이뤄진 이상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 공인인증서가 불법으로 발급됐더라도 공인된 신용절차를 통해 이뤄진 대출이 적법하다고 믿은 금융업체의 신뢰는 보호돼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아울러 재판부는 “이런 경우 전자문서 수신자는 전화 통화나 면담 등의 추가적인 본인 확인 절차 없이도 전자문서에 포함된 의사표시를 작성자의 것으로 봐 법률행위를 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김씨 등은 2015년 7월 ‘취업을 도와주겠다’는 보이스피싱 사기단의 말에 속아 보안카드 번호와 공인인증서 비밀번호 등을 전달했다. 이 정보를 이용해 피해자 명의의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은 사기단은 대부업체에서 1억 1900만원을 대출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들은 “사기단이 공인인증서를 허위로 만들어 대출을 받았으므로 자신들에게 대출금 상환 의무가 없다”며 소송을 냈다. 1‧2심은 “제3자가 부정한 방법으로 발급받은 공인인증서를 이용해 전자거래 방법으로 체결된 대출계약은 유효하게 체결된 계약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지만 대법원이 이 판결을 뒤집으며 2심으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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