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플랫폼콘텐츠 융합미디어 콘텐츠기업 900개 팽창, 한국판 골드러시

   
▲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
판교는 빛이 밝다. 어둠이 내려도 NC소프트 켜지고 NHN 엔터테인먼트 비추고 넥슨, 네오위즈게임즈, 카카오톡, 선데이토즈 등등 스타벤처들은 더욱 더 찬란하게 반짝인다.
 

판교는 힘이 세다. 문화부가 창조경제 산실로 지정한 지역기반형 콘텐츠 코리아 랩이 곧 문을 열어 한국판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를 수배할 참이다. 미래부도 손뼉을 마주쳤다. 디지털 선도형 콘텐츠 코리아 랩 3호를 개점해 새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판교를 낳은 경기도는 그야말로 물심양면 전폭지원 중이다. 경기콘텐츠진훙원이 부천시 만화산업클러스터를 선도해온 풍부한 경험을 활용하여 판교 한 복판에 경기문화창조허브를 구축해 놓았다. 이 구심점은 아이디어 클라우드와 문화창업플래너, 문화창의네트워크 등 맞춤형 프로그램을 통한 융합콘텐츠 창업 원스톱 지원이란 미션을 띠고서 5월 19일 첫 걸음을 내디뎠다.
 

판교는 웅장하다. 판교 삼평동 일대에 들어선 게임콘텐츠 사옥들을 둘러보면 어디 북캘리포니아, 북유럽으로 순간 이동한 듯 아찔함을 맛보게 된다. 하루가 다르게 몰리고 불어나는 젊은 물결들과 마주치는 때면 강남역 홍대앞 능가하는 고압 청춘전류에 휘감기고 만다. 판교 테크노밸리 종사자 수치만 해도 작년 말 2만 명, 올 초 3만 명으로 집계되었다가 올해 말 4만 명, 내년 5만 명으로 빅뱅 팽창해갈 거란다. 입주 기업 수도 최근 한 두 주 만에 700개, 900개까지 통계를 갈아치우고 있는 중이다.
 

판교는 부유하다. 판교를 핵으로 하는 성남 클러스터를 보면 게임과 융합미디어, 콘텐츠 산업을 주축으로 전체 매출 7조1천362억원(2013년 기준)을 기록했다. 대형 자본시장도 꿈틀대기 시작했다. 카카오톡 게임 애니팡 개발사인 선데이토즈가 코스닥에 상장해 시가총액 4천억원을 오르내린다는 얘기는 가십 정도다. 중국 탄센트 그룹이 투자금 5천억원을 한국 게임업체 한 곳에 쏟아 붓기로 했다는 뉴스도 나왔다. 판교 효과가 아닐 수 없다.

앞으로가 더 눈부실 터이다. 판교가 특화한 모바일 게임 글로벌 시장은 말 그대로 골드러시 초대박이다. 세계 120여 개국 아이패드 이용 게임 1위를 차지한 <클래시 오브 클랜>을 만든 핀란드 모바일 게임업체 슈퍼셀 지분 51%가 일본 소프트뱅크에 1조6천억원에 매각되기도 했다. 킬러 콘텐츠 하나 창조한 일개 전문 업체 가치평가가 3조원을 넘어선다는 이런 판타지가 널리 울려퍼지고 있다.
 

우리 한국도 라인업이 좋다. 토종 벤처로서 매운 맛 보여준 카카오톡이 곧 기업공개를 단행하게 되면 판교 테크노밸리 황금시대가 확실하게 열릴 전망이다. 선발 메이저급인 NC소프트, NHN, 넥슨, 네오위즈 등도 속속 1조 클럽, 10조 클럽으로 성장해가게 되면 그야말로 기업 황금시대를 웃도는 전사회적 도금 시대로 진입할 수 있다. “판교에 가서 돈 자랑하지 마라”는 멘트를 준비해야할 판이다. 

   
▲ 판교테크노밸리에 최근 입주한 경기문화창조허브. 경기문화창조허브는 문화콘텐츠 기업을 위한 전문 창업지원시설로 아이디어 보유자와 기업을 연결하고 창업 자금 지원, 각 분야 전문가 네트워크 지원 등 창업자를 위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판교는 또 활짝 열려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개소한 글로벌게임허브센터나 네오위즈 게임즈, NHN 바로 옆 건물 공공지원센터 7~10층에 들어서는 콘텐츠 코리아 랩, 경기창조허브는 모두 24시간 돌아가는 편의점 형태 비즈니스방이다. 노래방, 찜질방 만든 방 문화 종주국답게 판교에서도 또 하나 새 업태가 창출된 셈. 이들 비즈니스방은 기업입주 공간, 창업준비 공간, 학생이나 1인 창작자 등 정보교류 공간, 비즈니스 미팅 공간, 학습 토론이 이루어지는 아카데미 공간 등이 한데 융합되어 어우러진다.

모두 널찍하고 큼직하게 배치되어 있고 고급 카펫 바닥에 바퀴 달린 책걸상, 간접 조명과 이중 채광을 자랑하는 창가 사무실 구조 등이 쾌적한 24시간 365일 전천후 개발과 기획, 창작과 마케팅을 쾌적하게 지원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누구나 우수 콘텐츠로 가능성을 품은 도전자라면 여기 판교라는 비빌 언덕에 둥지를 틀고 날개 짓 해볼 꿈을 키울 수 있다.
 

이런 판교를 창조한 공로자들에게 우선 큰 환호를 지르고 싶다. 단 15년, 10년, 2~3년 만에 중국을 비롯한 세계 이웃들 머리를 조아리게 할 정도로 잘 성장해준 게임콘텐츠 기업들, 인터넷 서비스 기업들이 가장 멋진 그대들이다. 판교 신도시 부동산 개발하면서 정중앙 핵심 부지를 특별히 빼내 첨단 클러스터를 기획하고 업계와 상의해 추진해온 공직자들도 참 잘 하였다. 의심하지 않고 흔들리지 않고 판교 테크노밸리 창조를 성사시킨 산학연관 일꾼과 협력자들이 바로 우리나라 수호신들이라고 말하고 싶다. 큰 박수 받을 만하다.
 

때문에 판교는 더 많이 알리고 더 높게 솟구쳐야 한다. 분명 그렇게 할 수 있다. 그러려면 대단히 역설적이게도 판교가 과거 개념인 테크노밸리가 아닌 2020, 2050으로 질주하는 미래 플랫폼으로 발전하도록 모두가 돌봐야 한다. 판교가 표방한 테크노밸리는 산업 단지 또는 클러스터라고 하는 실리콘밸리 모형에 묶인 낡은 개념이다. 물리적 거점을 강조하고 가시적인 기술력과 네트워크 수월성을 중시하는 디지털 신경제 초기 모델이기도 했다.

이와 달리 2014년부터 대한민국 창조자산 최대 집결지가 될 판교가 달려가야 할 지평은 이른바 새 플랫폼을 발굴, 도입, 성장, 강화, 수확해야만 생존 가능한 신대륙이다. 영상과 음악에서 유투브, 아이튠즈,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플레이, 앱스토어가 바로 이런 플랫폼 대회전을 치르고 있다. 더 나아가 결제나 교육, 헬스, 매칭 서비스, 패션, 집단지성, 전기자동차, 행정, 안전, 국방에 이르기까지 세상의 모든 생활자 활동 기반으로서 플랫폼 쟁탈전이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게임과 웹툰, 케이블 TV부문에서 네이버 라인과 카카오톡, CJ 헬로비전 티빙(tving) 등 몇 개 정도만이 토종 플랫폼 형성 단계에 와 있다. 이제 갓 글로벌 기지개를 켜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어서 빨리 판교를 플랫폼밸리로 고쳐 부르고 총력전에 나서야할 때다. 판교의 화려한 스타트업에 취해 있는 지금도 국내 우량 벤처들이 구글과 아마존 플랫폼이 독식하는 미디어산업 판세에 속절없이 종속되어가고 있다.

방치한다면 판교가 어두운 과거사를 답습할지 모른다. 해외입양아 수출 1위 오명을 가졌던 그대로 판교가 해외 플랫폼 부속 업체 배출 1위, 미국과 일본 중국 M&A 사냥터 1위에 등극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판교가 글로벌 게임콘텐츠, 모바일 스마트 콘텐츠 부문 홀트아동복지회 브랜드로 알려져서는 안 되겠다는 뜻이다.
 

판교에는 분명 수천 배 더 창대한 미래가 있다. 이 미래를 가꿀 청년들을 판교가 어떻게 확보하고 우대하느냐가 관건이다. 건물 화려하고 야식 냉장고까지 호화로운 잘 생긴 판교이지만 주역이 될 창조 청년들은 명백히 가난한 마음이어야 한다. 깊은 헝그리 정신을 품은 굶주린 야생이라야 판교 플랫폼밸리 신화를 써내려갈 자격이 있다. 돈 잔치로도 비치는 속물 벤처신화보다는 세상을 다 가지려 으르렁 거리는 진짜 청년 정신이 활활 불타는 멋진 신세계를 판교에서 보고 싶다. 해서 판교 선구자들에게 청한다.

우리 앳된 청년들을 계속 불러 모으라고. 공모하고 협업하고 상생하는 산학협력 하고 워크숍, 아이디어 피칭, 콘텐츠 페어, 미디어 마켓플레이스 손수 운영하여 세상을 바꿀 플랫폼 획득해야 한다고. 학교도 정부도 힘껏 가세하여 함께할 프로젝트 풍성하게 제공하라고. 자립과 희망에 굶주린 청년들이 기를 펴고 성취를 누리고 현장을 누빌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을 전사회적으로 해내야 한다고.
 

이제는 진도 맹골수도에서 막혔던 절망을 돌려 판교 플랫폼벨리에서 정말 여한 없이, 착오 없이 대한민국 청년들을 웃게 해야 할 때가 왔다. 판교에서 열어갈 황금시대가 곧 생산하고 창조하는 진짜 국가개조 첫 사례가 되게 하자.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 미디어펜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