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2018 프로야구 순위표가 낯설다. 12일 현재 순위표 상위권에 kt 위즈가 2위, 한화 이글스가 4위로 자리하고 있다.

1위 두산 베어스야 최근 한국시리즈 단골 멤버로 저력의 팀이고, 3위 SK 와이번스는 다크호스로 꼽힌 팀이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런데 kt(10승 6패) 2위, 한화(8승 7패) 4위는 디펜딩 챔피언 KIA 타이거즈(8승 8패)의 5위와 함께 낯설게 느껴진다.

kt는 1군 리그에 뛰어든 2015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3년간 내리 꼴찌를 했던 팀이다. 한화는 kt 합류 이전 2012~2014시즌 3연 연속 꼴찌를 했던 팀이고, 최근 3년간 성적도 6-7-8위로 계속 떨어지고 있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도 두 팀에 대한 평가와 전망은 박했다. 대부분의 전문가 예상에서 kt와 한화는 삼성과 함께 '3약'으로 꼽혔다.

   
▲ 사진=kt 위즈, 한화 이글스


그런데, 시즌 초반 kt와 한화 두 팀의 기세가 심상찮다. 팀당 15~17경기를 치렀을 뿐이고 현재 순위가 큰 의미는 없다지만 달라진 두 팀의 경기력은 신선하게 다가온다. 

두 팀의 순위가 상위권으로 올라온 것은 최근 연승 덕이다. kt는 이번 주중 3연전 NC 다이노스와 마산 원정경기를 모두 쓸어담으며 3연승, 1위 두산에 이어 두번째로 시즌 10승 고지에 올라섰다. kt가 NC와 3연전을 스윕한 것은 창단 이후 처음이다.

한화 역시 KIA 타이거즈와 주중 3연전을 모두 승리로 장식했다. 지난 8일 kt전 승리까지 더해 한화는 4연승을 기록 중이다. 한화가 KIA와 3연전을 모두 이긴 것은 2012년 이후 무려 6년 만이었다.  

두 팀의 시즌 초반 선전, 어떻게 봐야 할까. 일시적인 현상일까. 야구계의 명언(?)인 'DOWN TEAM DOWN'이 kt와 한화 앞에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kt는 분명 이전 3시즌과는 달라져 있다. 미국 유턴파 황재균과 괴물 신인 강백호가 가세함으로써 타선에 힘이 부쩍 붙었다. 주전급 대부분이 3할대 타율을 기록하며 팀 타율(.302)과 팀 홈런(33개) 모두 1위다. 선발 투수진이 기복을 보이며 팀 평균자책점은 6위(5.12)지만 구원진의 경우 평균자책점 2위(4.17)다. kt가 후반에 강한 면모를 보이며 역전승도 곧잘 올리는 이유다. 

한화도 팀 평균자책점만 따지면 6.00으로 10개팀 중 마운드가 가장 불안하다. 하지만 불펜 필승조가 이기는 경기는 확실하게 잡아주고 있는데다 최근 타선의 폭발력이 무섭다. 새 외국인타자 제라드 호잉이 4할2푼의 고타율에 5홈런을 날리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고, 송광민 양성우 이용규가 제 몫 이상을 해내고 있다. 김태균의 부상 결장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타선이 활황세다.

두 팀의 달라진 덕아웃 분위기도 눈여겨 볼 만하다. kt는 김진욱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 두번째 시즌을 보내면서 더욱 활기가 넘친다. 한화는 새로 부임한 한용덕 감독과 한화 레전드 출신 코치들이 선수들과 적극 소통하며 밝은 분위기로 바뀌었다. 앞으로 닥칠 수 있는 고비에서 이런 덕아웃 분위기는 위기 극복의 힘이 될 수 있다.

두 팀 다 선발투수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공통적인 고민을 안고 있다. 하지만 kt는 니퍼트가 어깨 부상을 털고 합류했고 이적생 금민철의 분투, 신예 박세진의 성장이 어우러지면서 점점 모양새를 갖춰가고 있다. 한화는 아직 선발진에 구멍이 많이 보이지만 3연패를 했던 샘슨이 12일 KIA전에서 6이닝 1실점 호투로 첫 승을 올리며 반등 기미를 보인 것이 고무적이다.

kt나 한화나 지금처럼 좋은 초반 흐름을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승리를 통해 선수들의 자신감이 늘어가는 것, 당초 꼴찌 후보로 꼽혔던 두 팀이 '이게 바로 돌풍이다'라고 외칠 수 있는 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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