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이대호가 살아나니 롯데도 살아났다. 

이대호가 패색이 짙던 경기를 홈런 두 방으로 해결했다. 8회말 동점 3점포, 연장 12회말 끝내기 역전 3점포. 삼성은 이대호를 막지 못해 다 잡았던 경기를 놓쳤다.

이대호가 모처럼 사직구장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18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시즌 2차전에서 결정적 홈런 두 방으로 롯데의 대역전 승리를 일궈낸 것이다.

   
▲ 사진=롯데 자이언츠


이대호의 진가가 제대로 발휘된 경기였다. 롯데는 선발 김원중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많은 실점을 해 중반까지 계속 끌려갔다. 5회초까지 0-6으로 뒤져 패색이 짙어가고 있었다.

롯데는 5회말 신본기의 솔로포로 추격을 시작했다. 6회말에는 민병헌이 투런포를 날려 추격했지만 여전히 3-6으로 뒤지고 있었다. 8회말 1사 1, 2루에서 이대호의 타석이 돌아왔다. 이대호는 올 시즌 호투를 이어온 삼성 볼펜의 핵 심창민의 초구를 노려쳐 우측 담장을 넘겼다. 단번에 6-6 동점을 만든 3점포였다.

이대호의 동점포에 힘입어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간 롯데지만 10회말 1사 만루의 좋은 끝내기 찬스를 놓쳐 기세가 한풀 꺾였다. 결국 12회초 삼성에 한 점을 내줘 6-7로 다시 리드를 뺏겼다.

12회말 롯데의 마지막 공격. 공교롭게도 8회말처럼 1사 1, 2루 찬스에서 다시 이대호의 타석이 돌아왔다. 삼성 7번째 투수 한기주를 상대한 이대호는 1볼 1스트라이크에서 3구째에 힘차게 방망이를 돌렸다. 타구는 큰 포물선을 그리며 좌측 담장을 넘어갔다. 역전 끝내기 3점홈런이었다. 

밤 11시 30분이 다 되도록 자리를 지키며 끝까지 롯데를 응원했던 팬들은 '이대호'를 연호하며 각본 없는 드라마의 짜릿한 결말을 즐겼다.

롯데는 이날 승리에도 여전히 꼴찌에 머물러 있다. 6승 13패로 갈 길이 멀다.

하지만 롯데는 이대호의 살아난 방망이에서 희망을 본다.

개막 이후 타격 침체에 빠져 있던 이대호다. 롯데도 바닥 성적에서 헤매면서 팀 주포 이대호의 부진에 대한 따가운 시선이 계속됐다.

이날 삼성전까지 최근 3경기에서 타격 성적을 보면 확실히 이대호는 살아났다. 13일 KIA전 5타수 3안타 3타점, (14~15일 KIA전은 우천-미세먼지로 취소), 17일 삼성전 4타수 4안타(2홈런) 5타점, 18일 삼성전 4타수 3안타(2홈런) 6타점. 3경기에서 10안타와 4홈런을 몰아쳤고 14타점이나 거둬들였다.

이전 16경기를 치르는 동안 홈런 1개, 5타점에 그치며 고개를 숙였던 이대호가 단 3경기에서 홈런 4방에 14타점을 올렸으니 얼마나 폭발적으로 방망이를 휘둘렀는지 알 수 있다.

13일 KIA전에서 1-4로 뒤지던 롯데가 9회초 대거 7점을 내며 8-4로 역전승할 때 이대호는 귀중한 2타점 동점 적시타를 날린 바 있다. 17일 삼성전에서는 마운드 붕괴로 롯데가 패하긴 했지만 이대호는 투런, 스리런 홈런을 잇따라 날리며 타선의 중심을 지켰다. 그리고 이날 꼭 필요할 때마다 홈런포를 쏘아올리며 다시 한 번 롯데에 짜릿한 역전승을 안겼다.

   
▲ 사진=롯데 자이언츠


마침 이날 삼성전에서는 민병헌도 이적 후 첫 홈런을 날리며 마음의 부담을 조금은 던 모습이었다. 이대호의 불붙은 방망이와 함께 전체적으로 타선이 꿈틀대기 시작한 롯데다. 전문가들이나 팬들이 한결같이 얘기했던 '이대호가 살아나야 롯데가 산다'는 말이 맞다면, 롯데는 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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