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나의 아저씨'에서 이선균이 이지은을 울렸다. 그냥 운 정도가 아니다. 꺼이꺼이 목놓아 오열했다. 이지은을 울게 만든 것이 이선균의 사랑(혹은 이지은의 사랑) 때문일까, 아니면 상대적 약자들의 공감 때문일까.

18일 방송된 tvN 수목드라마 '나의 아저씨' 엔딩은 이지안(이지은 분)의 오열 신이었다. 밑바닥 인생을 살면서도 자신이 지켜야 할 것들(병든 할머니 모시기, 빚 갚기, 생존하기) 때문에 늘 강한 척했고, 심각한 폭행을 당해도 차가운 눈빛을 쏘아대며 버티고 또 버텼던 이지안이 한순간 무너져내리며 길바닥에 주저앉아 눈물을 쏟았다.

박동훈(이선균 분)이 이지안을 울렸던 것이다. 

   
▲ 사진=tvN '나의 아저씨' 방송 캡처


박동훈은 이날 분주했다. 회사에서 상무 후보에 올라 긴장을 잃지 않아야 하는 와중에도 형제들과 동네 지인들의 축하를 받았다. 바람 핀 아내를 모르는 척 대하며 가족 해체를 막기 위해 속으로 안간힘을 써야 했다. 이지안이 자신에게 잘못 배달됐던 뇌물을 훔쳐갔다가 되돌려놓은 것도 알게 됐고, 이지안이 어려서부터 얼마나 무거운 짐을 지고 고단한 삶을 살아왔는지도 알게 됐다.

신경 쓸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닌 가운데에도 박동훈이 직접 행동에 나선 일은 이지안을 괴롭히는 악덕 사채업자 이광일(장기용 분)을 찾아가 담판을 짓는 것이었다. 박동훈은 이광일에게 이지안의 빚을 대신 갚아줄테니 그만 괴롭히라고 했다. 이광일의 폭력에는 폭력으로 맞섰다(물론 박동훈이 일방적으로 맞았지만). 이광일이 자기 아버지를 죽인 사람이 이지안이라며 괴롭힘의 당위성을 주장하자, 박동훈은 "내 가족을 괴롭히면 나같아도 죽여"라고 말하며 물러서지 않았다.  

박동훈을 도청하고 있던 이지안은 이 말에 무너졌다. 자신을 온전히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눈물이 터져나왔다.

박동훈은 이지안을 사랑하게 된 것일까. 박동훈은 타고난 착한 심성 때문에 동정심으로 조금씩 이지안에게 다가서고 있었다. 이지안은 필요에 의해 박동훈과 관계를 유지해왔으나 점점 마음이 박동훈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그러다 박동훈의 결정적 행동과 말로 서로 조심스럽게 지켜오던 경계선이 허물어졌다. 그게 바로 이지안의 눈물로 터져나왔다.

나이 차, 신분 차와 상관없이 박동훈과 이지안은 사랑이라는 감정에 빠져드는 것일까. 각자 깊은 상처를 안고 있는 사람들의 동병상련에서 오는 유대감이 사랑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것일까.

이선균이 이지안의 '나의 아저씨'인 것은 분명해졌다. 그 아저씨가 '키다리 아저씨'인지, '수호천사'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이선균은 이지안을 울렸으니,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이 드라마의 최대 관전포인트가 됐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