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분기 지방 분양 예정 단지 3만1043가구…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미분양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방 분양시장에 또 다시 가시밭길이 예고되고 있다.

악성 미분양이 여전히 남아있는 가운데 2분기 신규 분양 물량이 대거 쏟아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23일 부동산 114에 따르면, 올 2분기 지방 중소도시에서 분양이 예정된 물량은 약 3만1043가구다. 전년 동기 대비 20% 가량 증가한 규모다.

문제는 지방 중소도시의 미분양 사태가 심각한 상황이라는 데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 903가구로 11개월 만에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이중 지방의 미분양이 전체 83.6%에 달하는 5만 933가구나 된다. 지난 2011년 3월(5만 483가구) 이후 최대치다. 

특히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도 8440가구나 된다. 8000가구나 넘는 주택이 주인을 찾지 못한 채 ‘빈집’ 상태로 머물고 있다는 얘기다.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8000가구를 넘은 건 5년여 만의 일이다. 

   
▲ 전국 미분양 주택 현황(2018년 2월 기준)/자료=국토교통부


미분양 증가세도 두드러진다. 지난해 8월부터 올 2월까지 6개월 동안 지방의 미분양 물량은 17.3%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도권 미분양 물량은 2.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방의 미분양 물량이 증가하는 이유는 지난 몇 년 동안 각종 개발 사업으로 공급이 크게 증가한 데서 찾을 수 있다. 지방 주택 경기 붐이 일면서 지난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약 50만 가구가 분양했다.

누적 공급 물량은 많은 데다 정부의 대출 규제 등이 맞물리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1분기 청약 성적 역시 참담하다. 금융결제원이 운영하는 인터넷 청약 사이트 아파트 투유에 따르면 1분기 지방 중소도시에서 분양한 34개 사업장 중 12곳을 제외한 22개 사업장이 미달 사태를 맞았다. 청약자가 단 한 명도 없는 ‘청약 제로(0) 단지’ 역시 속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방의 주택 시장의 이 같은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지방 주택 시장은 공급 과잉에 지역 경제 침체에 따른 구매력 감소 이중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며 “당분간은 조정을 거치며 현재와 같은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투자 목적이 아닌 실거주 목적에서 기존 주택을 처분하고 신규 물량으로의 전환은 나쁘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양지영 R&C연구소 소장은 “지방 시장은 공급은 넘쳐 나는 데 반면 주택 수요 발생에서는 한계에 달한 상황”이라며 “투자 목적으로 지방 분양 시장에 접근하는 것은 위험하지만, 실거주 목적으로 갈아타는 수요는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양 소장은 이어 “기존 아파트보다는 여전히 새아파트의 경쟁력이 높다”며 “현지 실거주자의 경우 입지나 상품, 가격적인 메리트가 있다면 지방의 미분양 물량 등을 노려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