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엣 제안 수용 가능성 없어
현대차 "소통 계속할 것" 입장
배당 확대로 주주환원 가능성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현대자동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과 관련해 엘리엇만을 위한 안건을 제시하며 본색을 드러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지배구조 개편과정에 개입해 약한 고리를 공략해 주가를 띄우던 엘리엇이 이번에는 제대로 된 공격 포인트를 찾지 못해 '현대차·모비스 합병'이라는 황당한 요구를 한 것으로 업계 일각에서는 해석하고 있다.

   
▲ 현대기아자동차 양재 사옥. /사진=미디어펜


여기에다 현대차그룹이 추진하는 지배회사가 아닌 세금 납부를 피하는 지주사 전환을 제안해 기업의 사회적인 책임을 외면한채 주주이익만 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의 큰 흐름을 방해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주주들의 이해와 설득을 구하는데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전날 엘리엇이 공개한 △현대차·현대모비스 합병을 통한 지주사 전환 △자사주 소각 △배당률 40~50%로 상향조정 △이사회 구성 변경 등 4가지 요구사항에 대해 "회사 계획의 합리성을 꾸준히 설득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이 경쟁력 있는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로서 효율적이고 투명한 지주회사 구조를 달성할 필요가 있다"며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합병법인이 지주사로 전환할 경우 순환출자 해소는 물론 복잡한 지배구조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은 아직까지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이달 초 엘리엇이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 주식을 10억달러 가량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뒤 내놓은 "앞으로 국내외 주주들과 충실하게 소통하겠다"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유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이 엘리엣의 주장을 수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이미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 이후 존속 현대모비스를 지배회사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 계획을 천명한 만큼 이를 주주들에게 설득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당장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합병을 위해서는 현재의 계획을 원점부터 재검토해야 한다. 여기에 사내 보유 현금을 통한 자사주 매각이나 이사회 구성 변경 역시 현실성이 떨어진다. 

때문에 다음 달 29일 예정된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합병 주주총회까지 엘리엇을 비롯해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에 대한 설득 작업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엘리엇이 반대 세력 규합에 나설 경우 지난 2016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처럼 표 대결까지 염두에 둔 행보가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엘리엇의 제안 가운데 배당 확대 요구를 일부 수용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미 최근 몇 년 간 배당성향을 꾸준히 늘려왔고, 합병에 거부감을 느끼는 주주들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배당에 대한 전향적인 결정이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엘리엇도 자신의 요구조건이 모두 관철될 것이라고는 믿지 않을 것이다"며 "주주들의 이익을 어느 정도 보장해 주는 선에서 적절히 합의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를 지배회사로 한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기 위해 현대모비스를 투자 및 핵심부품 사업부문, 모듈 및 A/S부품 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하고 모듈 및 A/S부품 사업부문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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