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정광성 기자]북한의 연이은 핵·미사일 시험발사로 인해 얼어붙었던 남북관계는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 발표에 이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로 인해 순식간에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대화 국면으로 바뀌었다. 

지난해 7월 문재인 대통령은 독일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이른바 '베를린 구상'은 남북관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신(新) 베를린 선언'을 통해 남북한의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체제와 북한의 비핵화 추구,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등 5대 정책과제를 제시한바 있다. 

이로부터 10개월 뒤인 4월 27일, 한반도 정세의 분수령이 될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이다. 국제사회는 11년 만에 이뤄지는 남북 정상 간의 대화에서 한반도의 '운명의 봄'이 열릴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남북관계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문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 이후에도 한반도 정세는 줄곧 살얼음판의 연속이었다.

정부는 베를린 선언에 이어 같은 달 이산가족 상봉과 남북군사회담을 제의했지만, 북한은 묵묵부답이었다.

그 사이 북한은 6차례 미사일 도발과 1차례 핵실험을 강행했고, 북·미는 전례없는 '말폭탄'을 주고받으며 한반도 정세는 점점 위기감이 고조됐다.

북한이 남한과 대화를 거부하고 핵과 미사일 개발에 몰두하는 상황 속에서, 한반도 문제에 주도권을 쥐고 가겠다는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 구상은 '코리아 패싱'이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해야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쾨르버 재단 연설 이후에도 지난해 9월 뉴욕 유엔총회 기조연설 등에서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이끌어 평창올림픽을 '평화 올림픽'으로 만들고 북핵문제의 돌파구로 삼겠다는 '평창 구상'을 계속 발전시켜 왔다.

북한의 연이은 핵·미사일 시험발사로 인해 얼어붙었던 남북관계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로 인해 한반도 분위기는 순식간에 남북정상회담으로까지 대화국면으로 바뀌었다.

앞서 지난해 11월 김 위원장이 ICBM급 화성-15형 미사일을 시험발사하고 핵무력 완성 선언을 하는 등, 신년사 직전까지도 한반도에는 위기감이 감돌았다. 여기에 미국 내에서는 북한 '선제타격론'까지 공공연하게 돌았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2018년 1월 1일 신년사에서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의사와 남북 대화를 언급하면서 한반도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남조선에서 머지않아 열리는 겨울철 올림픽 경기대회에 대해 말한다면, 그것은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며 우리는 대회가 성과적으로 개최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며 "이러한 견지에서 우리는 대표단 파견을 포함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으며 이를 위해 북남 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지난 1월 9일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첫 고위급 회담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남북 대화의 물꼬를 트기 시작했다.

리선권 위원장은 "북남대화와 관계개선을 바라는 민심의 열망은 얼음장 밑으로 거세게 흐르는 물처럼 얼지도 식지도 않는다"고 표현했고, 조 장관 역시 북한을 "귀한 손님"으로 표현하며 "특별히 북한에서 오시니 평창올림픽이 평화롭게 치러질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고위급 회담에서는 북한 대표단 평창동계올림픽 파견과 군사당국회담 개최 합의 내용이 담긴 공동보도문이 채택됐다. 이후 남북은 본격적으로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위한 대화를 이어갔다.

여러 차례 이어온 회담을 통해 남북 선수단의 한반도기 공동입장이 결정됐다. 앞서 선발된 선수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 구성돼 경기를 지켜보는 국민들에게 감동을 줬다.

이어 서울과 강릉, 평양에서 펼친 남북의 예술단 공연은 자연스러운 남북 간 문화 교류를 시작으로 관계에 더 큰 진전을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북한은 남북 분단 최초로 '백두혈통'인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제1부부장을 평창올림픽 고위급 대표단으로 파견했다. 김 위원장의 특사로 내려온 김여정 부부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고 북한으로 초청하면서 화해 분위기는 더욱 깊어졌다.

지난 3월 5일 우리 정부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단장으로 한 5명의 고위급 특사단을 북한으로 파견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특사단과의 만찬에서,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밝히며 북한 체제 안정이 보장되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밝혔다. 비핵화 논의의 본격적인 시작이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을 불과 6일여 앞둔 지난 21일 핵시험장을 폐기하고 정상국가로 가기 위한 경제건설에 매진할 뜻을 밝히면서 또다시 파격 행보를 선보였다.

북한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도 중지하겠다고 밝히면서 남북·북미 정상회담에 긍정적인 신호가 켜졌다.

기대감이 한껏 높아진 상황에서, 남북이 2일 앞으로 다가온 정상회담에서 종전 선언을 거쳐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까지 순항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이끄는 대북특사단 5명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지난 3월 5일 접견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사진=청와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