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맞교환 자본규제에 반영해야"
[미디어펜=김하늘 기자] 금융당국은 금융그룹 통합감독에 앞서 미래에셋과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문제를 집중 비판하고 나섰다. 

   
▲ 사진=금융감독원


25일 유광열 금융감독원장 대행은 오는 7월 금융그룹 통합감독 모범규준 시행을 앞두고 통합감독 대상인 주요 금융그룹 담당자들과 업계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에는 교보생명, 롯데, 미래에셋, 삼성, 한화, 현대차, DB금융그룹 등의 임원들이 참석했다.

금감원은 금융그룹 리스크와 관련 9가지 사례를 들었다. 이 가운데 6개가 미래에셋 그룹이었다.

그룹 간 자사주 교차출자가 대표 사례로 꼽혔다. 우호적인 관계인 A그룹과 B그룹이 각자 갖고 있는 자사주를 맞교환하는 방식이다.

A회사가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어도 자본으로 인정되지 않지만 이를 B회사에 넘기고 대신 B회사가 보유한 자사주를 받아 오면 그만큼 인정받을 수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네이버와 각자 보유한 자사주를 5000억원씩 매입해 자본 증가 효과를 얻었다.

하지만 이 같은 교차출자에는 통상 처분제한 등 주식 활용을 제한하는 특약이 들어간다. 정작 급한 일이 있을 때 자본으로 잡힌 주식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금감원은 "이 때문에 자사주 맞교환은 실제 쓸 수 없는 돈이 자본으로 잡히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를 자본규제에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 사진=금융감독원


또한 차입 자금으로 자본확충을 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모회사가 금융계열사 자본을 확충해야 할 때 자기 돈이 아닌 후순위채권이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마련한 돈으로 금융계열사에 출자하는 경우다.

미래에셋 그룹 지주회사 격인 미래에셋캐피탈은 채권발행 등으로 조달한 자금으로 계열사 주식을 확보하고 있다.

이 경우 모회사가 과도한 차입으로 어려워지면 자회사에 무리한 배당을 요구할 우려가 있다.

금감원은 '차입금으로 출자하면 자본의 질이 떨어지고, 그룹 레버리지가 커지는 문제가 있어 자본금을 산정할 때 이를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과도한 내부거래 의존도도 위험관리 측면에서 적정하지 않다는 입장과 금융계열사를 동원한 계열사 지원도 위험하다는 입장을 비췄다. 

이 부분에선 삼성이 비판 대상이 됐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약 1조5000억원 규모 증자를 추진했는데 이때 삼성생명이 약 400억원을 출자했다.

금감원은 "여러 금융계열사가 조금씩 출자해 하나의 특수목적법인을 세우고 이 회사를 통해 해외 자회사를 인수하는 방식의 부외 계정 투자도 재무제표에 반영된 위험액을 초과하는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모회사가 보유한 금융계열사 지분이 적을 경우 신속한 자본 재분배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도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한편, 금융그룹 통합감독이란 금융회사를 계열사로 둔 대기업 집단이나 보험·증권사를 모기업으로 둔 금융그룹이 자본금은 충분한지, 리스크 관리는 제대로 할 수 있는지를 따져보는 감독체계다.

계열사 간 순환 출자나 내부거래 비중이 지나치게 높으면 한 계열사의 부실이 그룹 전체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으니 자본금을 충분히 쌓게 하던가 내부거래를 줄이도록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서정호 금감원 금융그룹감독실장은 "업계에서 통합감독에 이해도가 부족한 것 같아 이 같은 사례를 든 것"이라며 "이런 사례들이 전부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아니고 위험 요소들이 있으니 이를 평가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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