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회담 핵심 의제인 '비핵화 검증' 최대 난제…핵무기·ICBM 구체적인 사찰 가능할까
[미디어펜=김규태 기자]남북 정상회담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핵심 의제인 비핵화를 두고 이에 대한 사찰 및 검증이 최대 난제로 떠올랐다.

북한은 정상회담에 앞서 지난 21일부터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중지와 함께 함북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하기로 밝혔지만, 검증 시기·방법·대상에 대한 이견으로 북핵 6자회담이 2008년 12월 결렬된 것을 감안하면 북한의 '은폐' 시도를 어떻게 차단하느냐가 검증의 관건으로 꼽히고 있다.

비핵화 검증은 북한의 신고를 기반으로 1차적으로 이뤄지는데, 지금까지 국제사회가 파악한 핵시설로는 영변의 실험용 원자로와 재처리시설 등 확인된 건물 390여개 동을 비롯해 평산·순천·평산·박천 지역의 우라늄 광산 및 정련공장 등이 꼽히고 있다.

이에 따라 과거 비핵화 전례인 이란과 리비아에서 검증 주체로 나섰던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북한이 신고하지 않은 핵 활동도 탐지하도록 사찰 권한을 확대하는 추가의정서(AP) 합의 여부도 비핵화의 필수 요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IAEA 추가의정서는 지난 1990년대 후반 북한의 비밀 핵 제조가 확인되자, 핵물질과 장비 시설이 핵무기로 전용되지 않도록 검증하는 기존 안전조치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도입됐다.

다만 IAEA와 북한이 추가의정서를 합의하더라도 북한이 당사국으로서 안전조치협정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취할 수 있는 IAEA의 제재가 회원 자격 정지, IAEA가 지원한 장비-물질의 반환 요구에 불과하다는 한계도 지적되고 있다.

실제로 북한은 과거 IAEA와 안전조치협정을 체결했지만 신고 과정에서 특별사찰 요구에 반발하고 핵심 정보를 누락하면서 IAEA를 탈퇴한 후 2009년 4월 사찰단을 추방했다.

비핵화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장은 확고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외신은 "트럼프 미 정부가 2020년을 북한의 비핵화 '데드라인'으로 지정했고 한국과 일본에 관련 로드맵을 조율하고 있다"고 보도했고 이와 관련해 미 정부 소식통도 "북미 정상회담 조율과정에서 트럼프 정부가 북한에게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조치에 대한 구체적인 시한을 합의문에 담을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 사진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기 병기화 사업'을 현지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17년 9월3일 보도한 모습. 김 위원장 뒤 안내판에 ICBM급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화성-14형의 '핵탄두'라고 적혀있다./사진=연합뉴스

조지 부시 행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선임보좌관을 지낸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부소장은 25일 서울에서 열린 한 외교포럼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 보유능력이 그대로면서 한미 동맹이 약화되는 것"이라며 "비핵화 로드맵은 지금보다 더 구체적이고 실체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신고한 시설뿐 아니라 의심되는 지역도 IAEA가 사찰할 수 있도록 합의가 이뤄져야 하고, 가장 당면한 위협인 이미 만들어놓은 핵무기 또한 해체하고 다음 과정을 밟아야 한다는 것이 중론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핵무기 자체를 포함해 ICBM 등 탄도미사일 시설도 검증 대상으로 내놓을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과거 북핵 6자회담은 2005년 채택된 9.19 공동성명에서 북한이 핵시설을 동결하기로 했으나 검증 수위를 높고 강제사찰에 대한 이견이 불거지고 2008년 의정서 채택을 둘러싼 갈등으로 결렬됐다.

IAEA는 북한이 지난 2009년 IAEA 사찰단 요원들을 추방한 후에도 핵시설 사찰 복귀에 대한 훈련과 교육을 계속 진행해왔다.

특정 시설을 폐쇄해도 감시를 피해 여러 곳에서 생산한 부품을 조립해 만들 수 있는 북한의 '재생산 은닉' 가능성에 대해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어떤 구체적인 내용에 합의를 이루고, 국제사회가 폐기 매뉴얼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