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두산 베어스의 새로운 마무리 투수 함덕주(23)가 처음으로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연투에서 온 구위 저하가 주원인이었다.

함덕주는 25일 SK 와이번스와 인천 원정경기에서 두산이 4-3으로 앞선 9회말 마무리 등판했다. 하지만 경기를 마무리짓지 못했다. 첫 타자 이재원에게 곧바로 동점 솔로홈런을 맞고 세이브에 실패했고, 다음타자 나주환에게는 안타를 맞았다.

동점을 허용한 데다 무사 1루의 위기가 이어지자 함덕주는 강판됐고, 곽빈이 서둘러 마운드를 이어받았다. 두산은 곽빈에 이어 박치국까지 구원 투입하며 9회말 위기를 추가 실점 없이 막았다. 이어 연장 10회초 2점을 뽑아 다시 승리를 눈앞에 뒀으나, 10회말 박치국-김승회가 이어던지며 3실점해 역전 끝내기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두산에게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이날 두산은 8회까지 1-3으로 뒤져 있었다. 그런데 9회초 박건우의 동점 투런포, 양의지의 역전 솔로포가 연이어 터져 4-3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이로 인해 '예정에 없던' 함덕주의 긴급 등판이 이뤄졌다.

   
▲ 사진=두산 베어스


함덕주는 전날 SK전에서 2이닝이나 던지며 세이브를 올렸다. 투구수는 36개나 됐다. 때문에 25일 하루는 등판 없이 쉴 예정이었지만, 뒤지던 경기를 9회초 역전을 시켜놓으니 김태형 감독의 눈은 함덕주에게로 향했다. 현재 두산 불펜 투수 가운데 한 점 차 리드 상황에서 가장 믿고 맡길 마무리투수가 바로 함덕주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시즌 시작 후 갑작스럽게 김강률의 대타로 마무리를 맡게 된 함덕주는 경험이 적었고, 2이닝 36개의 투구 후 연투는 아무래도 무리였다. 구위가 전날과 달리 뚝 떨어져 있었고, 그 결과가 동점 홈런과 안타를 맞고 아웃카운트 하나 못 잡은 채 교체였다.

함덕주는 두산의 올 시즌 마무리로 낙점됐던 김강률이 부진에 빠지면서 새롭게 클로저 역할을 해내고 있다. 7연속 세이브에 성공하며 승승장구 해오다 이날 처음으로 블론세이브의 쓴맛을 봤다.

아무리 빼어난 마무리투수라도 경기 막판 긴박한 상황에서 등판해 동점이나 역전을 허용하는 경우는 흔히 있다. 함덕주가 한 경기 마무리 실패를 했다고 해서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다만, 잘 나갈 때 더 잘할 수 있도록 투구 이닝이나 투구 수를 적절히 조절해줄 필요는 있어 보인다. 함덕주는 지금까지 두산이 치른 26경기의 60% 가까운 15경기에 등판해 17⅓이닝을 던졌다. 처음부터 마무리투수로 시작한 것이 아니어서 3월 30일 kt전에서 첫 세이브를 올릴 때는 2⅔이닝이나 던진 적도 있다. 한 번 등판할 때 평균 1이닝 이상씩 던졌고, 10개팀 전체 불펜투수 가운데 한화 송은범(20⅓이닝)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아직 시즌 개막 한 달여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니 함덕주를 '혹사'시킨다고 볼 수는 없다. 김태형 감독도 최근 등판이 잦아진 함덕주에 대해서는 특별히 신경을 쓰면서 관리를 해주겠다고 했다.

두산은 선두 독주를 하고 있지만 워낙 경기 중후반 치열한 접전을 많이 겪다보니 불펜진에 과부하 조짐이 보이고 있다. 김강률의 부진, 이현승의 부상 이탈로 함덕주에게 너무 많은 짐이 주어지고 있다.

우려되는 점은 잘 나가던 함덕주가 연투 끝 블론세이브로 행여 자신감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젊은 신예 마무리투수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서라도 함덕주의 마무리 등판에는 좀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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