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만찬 메뉴에 친북 작곡가만 배려한 건 편파적
김정은의 국군의장대 사열 대목도 차제에 재고해야
   
▲ 조우석 언론인
"공식 발표대로만 된다면 문재인 대통령에게 노벨평화상을 안겨줘야 하고, 종신 대통령도 차제에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을 최근에 들었다. 바탕엔 냉소가 좀 깔려있고, 농반진반의 발언이겠지만 코앞의 남북회담을 포함해 5~6월 미북회담을 이끌어낸 공로에 대한 나름의 평가다.

현재까지 흐름도 나쁘지 않다. 얼마 전 문 대통령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표명했으며, 주한미군 철수 요구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며칠 뒤 김정은이 그런 의사를 미국에 바로 확인해줬다. 미-북 회담 협상차 평양을 비밀 방문한 마이크 폼베이오 미 국무장관 지명자를 3~4차례 만나 그런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나와 이렇게 배짱이 맞는 사람은 처음"이라며 김정은이 호기까지 부렸다니 두고 볼 일인데, 그러나 개운치 않은 게 있다. 지금 거론되는 항구적 평화체제, 평화협정 체결이란 게 예전 패망한 월남에서 보듯 국가안보에 결정적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때문에 자유민주주의란 헌법적 가치를 관철하면서 남북관계에 대처하는 건 여전히 우리의 과제다.

그런 의구심에서 지난 16일 모습을 드러낸 대한민국비상국민회의가 창립 취지문에서 “국가수호 이끌어야 할 대통령과 집권세력이 앞장서 국가를 파괴하고 있다”고 지적했을 것이다. 80년대 운동권 마인드에서 나오는 NL(민족해방)정서 혹은 감상적 통일주의에 대한 경계다. 

개운치 않은 것 중엔 27일 문-김 회담의 몇몇 디테일도 빼놓을 수 없다. 우선 김정은이 국군의장대를 사열(査閱)하는 대목이다. 정상외교 의전의 하나로 그렇게 한다지만, 그건 아니다. 국군이 김정은에게 "받들어 총!!"을 하는 순간 그는 싸워할 대상이 아니며, 떠받들 대상으로 바뀐다.

그게 정상일까? 김대중과 노무현이 2000년과 2007년 각각 방북 때 북한군을 사열했고, 때문에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그렇게 예우한다는 논리도 잘못이다. 북한군은 6.25 남침을 포함해 침략 군대이지만, 우리 국군은 그렇지가 않다. 문재인 정부가 재검토해봐야 할 디테일은 또 있다. 친북작곡가 윤이상의 고향 특산물을 만찬 메뉴에 넣어 유난스레 짝사랑을 표출한 대목이다.

   
▲ 남북정산회담을 하루 앞두고 임종석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이 26일 오전11시 일산 킨텍스 메인프레스센터에서 남북 정상회담 일정에 대한 브리핑을 가지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그날 만찬 메뉴 중 통영산(産) 문어냉채가 포함됐는데, 청와대 대변인의 설명이 더욱 논란거리다. 그는 "평화와 통일을 위해 애쓰셨던 분들의 뜻을 담았다"며 윤이상을 통일운동가로 적극 평가했는데, 그게 반발을 키웠다. 상식이지만 윤이상은 통일운동가보다는 친북인사가 맞다. 

1967년 동백림 간첩단 사건 연루도 그렇고, 생전 20여 차례 입북했기 때문이다. 김일성을 우리 역사상 최대의 영도자라고 칭송한 것도 묵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부창부수(夫唱婦隨)인 그의 아내 이수자(91)도 문제다. 김일성 사망 5주기이던 지난 99년 평양을 찾아 방명록에 "수령님을 끝없이 흠모하며 영전에 큰절을 올립니다"라고 썼던 장본인이다.

즉 남편보다 더한 공산주의 확신범이다. 한국에서 펴낸 책 <내 남편 윤이상>(창비, 1998)에서 그런 얘길 태연하게 털어놓았을 정도다. "김일성 주석을 대할 때마다 머리가 숙여진다. 나의 쓰라린 아픔을 쓰다듬어주는 크고 더운 가슴을 느낀다." 남편의 평소 발언이라며 이수자가 버젓이 밝힌 말이다. 

김일성의 기록영화를 볼 때 북한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고 만세를 부르는 게 기이했더랬는데, 막상 김일성을 만나보니 자신도 그런 반응을 하게 돼더라는 고백까지 했다. 황당한 정치의식을 공유했던 그들 부부는 또 다른 오명도 갖고 있다. 재독 간호사였던 '통영의 딸' 신숙자의 남편 오길남에게 일가족 월북을 권유했다는 주장이다. 

오길남은 북한을 탈출했지만 부인과 두 딸은 요덕수용소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감은 문재인 정부는 이 같은 윤이상의 친북 행적을 언급한 바 없다는 점이다. 외려 거꾸로 행동했다. 김정숙 여사는 지난해 통영산 동백나무를 들고 가 독일의 윤이상 묘소에 심는 정성을 연출했다.

그때도 "조국 독립과 민주화를 염원하던 선생을 위해서"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작년 9월 윤이상의 100회 생일을 맞아 추모 글을 남긴 바도 있다. 그런 게 어디 한두 번이던가? 얼마 전 문 대통령은 평창올림픽 개막 리셉션장에서 통혁당 사건의 간첩 신영복을 두고 "대한민국 사상가로 그 분을 제일 존경한다"고 발언했던 것을 우린 기억하고 있다. 

그건 대한민국 국가원수로 해선 안 될 일을 반복해 한 경우다. 그런 게 기억의 잔상에 남은 상황에서 윤이상을 "평화와 통일을 위해 애쓴 분"으로 청와대가 규정한 것은 명백한 실수다. 이런 디테일의 악마가 자칫 문-김 회담의 진성성까지 흐리게 하는 요인으로 불거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청와대가 할 일은 자명하다. 논란이 커지기 전 만찬 메뉴에서 통영 문어를 뽑아내면 된다. '윤이상 문어' 때문에 노벨평화상이 날아갈 순 없는 노릇이 아니던가? 그리고 김정은의 국군의장대도 차제에 취소하길 바란다. 그런 일이 반복된다면 80년대 운동권의 NL(민족해방)정서를 가진 자들이 청와대에 득시글댄다는 루머만 더 멀리 퍼질 것이다. /조우석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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