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공동취재단=미디어펜 김규태 기자]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2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 "북미 회담에서 북한이 먼저 핵무기 폐기를 제시하는 등 획기적인 제안을 해야 의미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2018 남북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6일 일산 킨텍스 프레스센터에서 '남북회담 논의방향 및 북미회담에 미칠 영향'을 주제로 한반도문제 전문가들이 토론한 자리에서 문정인 특보는 "사실 북한이 현재 이러한 상황(남북-북미 회담 개최)을 초래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문 특보는 지난 수십년간 제자리걸음 상태였던 북핵 문제의 돌파구와 관련해 이날 토론회에서 "현재 이러한 과정은 북한이 시작했고 주도해 일어난 것이라고 본다"며 "그래서 북한이 처음부터 (미국에게) 획기적인 제안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관측했다.

문 특보는 "예를 들어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핵탄두가 몇개 있는데 이를 미국이 확인해 본 뒤 북한이 몇개를 폐기하겠다'고 전해도 충분히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며 "그 이외에 의미있는 것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함께 패널로 참석한 존 델러리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북한과의 협의를 무기에만 집중하면 간단하게 얘기할 수 있다"며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가 20개라고 가정한 후 트럼프 정권이 끝날 때쯤 재검증해서 북한이 20개 중 3개를 폐기했다면 이에 대해 패키지로 보상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 특보는 이날 "중국 등 다른 국가들이 북한의 체제보장을 도와주는 역할을 할 수 있지만 특히 미국 의회가 북한에게 원하는 것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그렇지 않다면 (북한 비핵화는) 매우 어려운 과정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언급했다.

다만 그는 트럼프 미 정부가 생각하는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와 그에 대한 한미 공조에 대해 "미국의 주된 우려는 미사일 발사체라서 북한 ICBM의 검증가능한 해체를 주장하고 나설 것"이라며 "비핵화의 기본적인 정의에 대해 한미는 완벽한 의견의 일치를 보이고 있고 북한은 이를 이해하고 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검증가능한 방식으로 포기하는 것이 한미가 이해하는 비핵화"라고 밝혔다.

이어 문 특보는 "북한이 CVID를 단기간에 추진한다고 가정한다면 트럼프는 보상을 줄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또한 문 특보는 남북-북미 등 양자 대화가 중국 등이 포함된 다자 대화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트럼프 미 정부가 단 한푼도 들이지 않고 비핵화라는 목표를 이루려고 한다면 그 경제적 보상에 들어가는 비용은 다른 행위자가 부담해야 할 것"이라며 "그 점에서 북미 간의 합의도 중요하지만 다른 당사자들과의 합의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한국정부의 이번 남북 회담 목표에 대해 "비핵화가 언급되지 않는다면 회담이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며 "공식문서, 공동성명에 비핵화가 언급되어야 하고 CVID가 언급되면 최상"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근 교수는 이에 대해 "설사 언급되지 않더라도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단기간에 이루겠다는 의지가 공동선언문에 담겨야 한다고 본다"며 "이 합의를 이루는 데에 북측이 한국측에 내세울 조건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2018 남북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6일 일산 킨텍스 프레스센터에서 북미정상회담 전망 토론회에 참석했다./사진=한국공동사진기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