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함께 남측 군사분계선 인근 ‘소떼 길’에 소나무를 공동 식수 하고 있다./사진=한국공동사진기자단


[판문점 공동취재단=미디어펜 정광성 기자]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7일 정상회담의 오후 첫 일정으로 판문점 군사분계선 우리측에 소나무를 식수했다. 

이날 오후 두 정상은 오후 4시 30분 남측 군사분계선 인근 '소떼 길'에 소나무를 함께 식수한 뒤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도보다리'까지 산책을 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남북정상이 정전 65년 동안 '대결과 긴장'을 상징하는 땅이었던 군사분계선 위에 '평화와 번영'을 상징하는 소나무를 함께 심는 일이기 때문이다.

공동식수할 소나무는 정전협정이 체결된 1953년생 '반송'이다. 65년간 아픔을 같이 해왔다는 의미와 함께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평화와 번영으로 가는 첫걸음을 상징한다.

특히 공동식수에는 남과 북의 평화와 협력의 의미를 담아 한라산과 백두의 흙을 함께 섞어 사용했다. 또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직접 삽을 들고 흙을 떴으며, 식수 후 문 대통령은 대동강 물, 김 위원장은 한강 물을 각각 뿌렸다.

파주 화강암인 식수 표지석에는 한글 서예 대가인 효봉 여태명 선생의 글씨로 '평화와 번영을 심다'는 글귀와 함께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명이 나란해 새겨졌다. 이 글귀는 문 대통령이 직접 정했다고 한다.

또 식수에 쓰인 삽자루는 북한의 숲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침엽수, 삽날은 남한의 철로 만들었다.

이번 공동식수는 우리측이 제안했고 수종과 문구 등 북측이 우리측의 모든 제안을 수락해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두 정상은 산책에 나섰다. 문 대통령과 김 원장은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도보다리'까지 산책을 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사실상 단독 정상회담인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에 따르면 도보다리는 정전협정 직후 중립국감독위원회(당시 체코·폴란드·스위스·스웨덴)가 임무 수행을 위해 짧은 거리로 이동할 수 있도록 습지 위에 만든 다리이다.

비가 많이 올 때는 물골이 형성돼 멀리 돌아가는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1953년과 1960년 사이에 설치된 것이다.

과거 유엔사가 '풋 브리지'(Foot Bridge)라고 부르던 것을 번역해 도보다리라고 불렀다. 이번 회담을 위해 원래 일자형이던 도보다리는 T자형으로 만들어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곳까지 연결했다.

군사분계선 표식물은 임진강 하구에 설치된 표식판 0001호에서 시작해 동해안 마지막 1292호까지 200m 간격으로, 휴전선 약 250㎞에 걸쳐 설치돼 있다.

도보다리 부분에 있는 군사분계선 표식물은 101번째(0101호)이다. 설치 당시에는 황색 바탕에 검정색으로 '군사분계선' '0101'이라고 표기돼 있었으나 현재는 녹슬어 있는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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