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 상승세 이끌던 재건축 아파트 33주 만에 하락
주택가격전망지수도 기준선으로 떨어져…'비관적 전망' 확산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가 급속도로 위축되는 가운데 아파트값 상승폭도 눈에 띄게 축소되고 있다.

정부는 아파트값이 안정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희망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거래 절벽 속에 아파트값도 '본격적인 하락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30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주 서울 아파트값은 0.06% 올랐지만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 관망하는 분위기를 보이면서 상승폭은 11주 연속 축소됐다. 

특히, 재건축 아파트값은 0.03% 하락해 지난해 9월 1일(-0.12%) 이후 33주만에 약세로 돌아섰다.

서울 재건축 아파트는 지난 1월 둘째 주에는 1.17%나 오를 정도로 지난 연말연초 서울 아파트값 상승행진을 이끈 주도 세력이었다.

하지만 단기간에 급등한 가격부담에다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등 정부의 잇단 규제정책에 결국 약세로 돌아선 것이다.

   


재건축이 아닌 일반 아파트시장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감정원 아파트값 조사를 보면 지난 주(23일 기준)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강남4구를 제외하고 아파트값이 떨어진 곳은 성동(-0.09%)과 양천·노원구 등이다.

눈에 띄는 것은 성동구의 아파트값 하락세. 성동구는 양호한 강남 접근성과 직주근접의 입지적 조건으로 실수요자는 물론,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곳 중 하나이다.

그런데 4월 첫주 하락세도 돌아선 뒤 4주 연속 하락행진을 이어갔고, 낙폭도 서울 25개 구 가운데 가장 컸다. 최근 4주 연속 아파트값이 떨어진 곳은 성동과 노원구 뿐이다.

성동구 하왕십리동의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성동구 아파트 시장은 투자자보다 실수요자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며 "성동구 아파트값이 4주 연속 떨어지고 낙폭도 다른 곳에 상대적으로 크다는 것은 향후 집값 움직임에 대한 불확실성이 반영되고 있다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집값이 하락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조짐은 주택가격전망지수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4월 소비자 동향 조사’에 따르면 주택가격전망지수는 전달 대비 6포인트나 하락한 101을 기록했다.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년 후 집값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치를 보여 주는 지표로, 100이 넘으면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주택가격전망지수가 6포인트나 떨어지면서 기준선까지 밀려난 것이다.

   
▲ 재건축을 앞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사진=미디어펜


업계 한 관계자는 “집값 전망은 100 이하로 내려가기 쉽지 않다”며 “101까지 떨어진 것은 소비자들의 기대치가 최저 수준이라는 것을 보여준다”며 “정부의 각종 규제, 대출 기준 강화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거래 부진과 집값 둔화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매도자와 매수자간 치열한 눈치싸움이 거래절벽으로 이어지고, 거래절벽이 장기화되면 결국 집값 하락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매수자들은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며 관망하는 추세고, 매도자는 '급할 것 없다'는 심리로 버티기에 들어갔다”며 ‘서로가 기대하는 가격 차이가 커 거래가 성사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시기적 요인과 정부의 규제 정책까지 더해지며 향후 집값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2분기는 부동산 비수기로 꼽힌다”며 “4월 양도세 중과가 시행된 데 이어 보유세 강화 이야기까지 나오는 만큼 향후 시장 위축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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