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실크로드’·‘북극항로 활성화’ 높아져
CJ대한통운 "대북지원 물자 운송 업계 최고"
[미디어펜=최주영 기자]지난 27일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해운·물류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그동안 얼어붙었던 남북 경협 및 북방 물류 사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서다.

30일 물류업계는 남북한 육로가 뚫리면 북방물류 사업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북한 경제상황 개선을 위한 시멘트, 비료 등 대북물자지원과 식량, 의약품 등 인도적 지원이 재개될 경우 대북물자운송 시장이 열리기 때문이다.

   
▲ 2003년 개성 영통사 지원물자 수송하고 있는 CJ대한통운 트럭 행렬/ 사진=CJ대한통운 제공


북한의 철도와 도로망이 우리 기업에 개방될 경우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거대한 물류시장이 만들어질 수 있다. 특히 오랫동안 논의된 나진-핫산 프로젝트를 넘어 한반도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중국횡단철도(TCR)을 직접 연결하게 되면 철도물류혁명도 가능하다.

CJ대한통운은 지난 3월 러시아 물류기업인 페스코와 전략적 사업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만큼 남북 경협에 따른 사업 호조를 기대하고 있다. 페스코는 러시아 최대 민간 컨테이너선사로 TSR 등 극동 지역 주요 내륙 철도 운송업체다.

남북한 철도가 연결되면 CJ대한통운이 유라시아 대륙 전역에 걸쳐 물류사업을 펼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는 셈이다. 

해운-철도-육로(트러킹)를 잇는 유라시아 복합운송상품은 물론, 나진-하산 프로젝트와 TKR(한반도종단철도)-TSR 연계 운송상품 개발도 이어질 수 있을 전망이다.

CJ대한통운과 페스코 사이에 맺어진 MOU에 자루비노 항만 개발이 언급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양사의 MOU 행사에 대통령직속 북방경제위원회 송영길 위원장이 직접 참석하고,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한 것도 고무적이다.

   
▲ 자료=CJ대한통운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중앙아시아와 러시아, 시베리아 등은 최근 대형플랜트 건설이 집중되고 있어 CJ대한통운의 경쟁력과 페스코의 광범위한 네트워크가 결합될 경우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수의 대북 내륙운송사업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CJ대한통운의 강점이다. 2003년 남북한 육로로 첫 민간물자인 ‘쌀’ 수송을 담당했을 뿐만 아니라 2007년 평양대마방직과 함께 공동운송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용천역 참사 구호 물자, 북한 수해복구 물자 운송 등 인도적 차원의 긴급 물자운송도 사실상 전담했고 이산가족 상봉 물자나 남북회담 화물 운송도 지속적으로 수행했다. 남북관계 전문가 대부분은 대북지원이 재개될 경우 가장 큰 수혜 기업으로 CJ대한통운을 꼽는 이유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남북 경제협력으로 모스크바·베를린에서 부산까지 육로로 연결되면 한국이 유럽과 아시아, 태평양을 잇는 물류 중심지로 부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운업계에서는 현대상선이 가장 큰 특수를 누릴 것으로 예상됐다. 북극항로 이용을 위해 러시아와의 협력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북극항로가 완전히 개발되면 부산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는 10일, 러시아 야말 반도까지는 20일 이상 운송 기간이 단축된다. 현대상선 측은 “북극항로 개발은 러시아와 긴밀한 협조가 이뤄져야 가능하다”며 섣부른 예측을 함구했지만 현재 수익성 분석 등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남·북·러 합작으로 추진했다가 중단된 ‘나진-하산 프로젝트’ 재개 여부도 주목된다. 2007년 출범한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러시아산 유연탄을 러시아 하산과 북한 나진항을 잇는 54㎞ 구간 철도로 운송한 뒤 나진항에서 국내 항구로 옮겨 들여오는 복합물류 사업으로 추진돼 왔다. 

포스코, 현대상선, 코레일 등 3사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2008년 러시아와 북한이 7대 3 비율로 출자해 세운 합작기업인 '라손콘트란스'의 러시아 측 지분 49%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프로젝트 참여 여부를 타진해 왔다. 컨소시엄은 이미 3차례에 걸쳐 시범운송도 진행했다. 하지만 2016년 대북제재 조치로 프로젝트 추진이 사실상 중단됐다.

현대상선은 나진항에서 포항까지 석탄과 철광석 화물운송을 담당해 사업이 본격화될 경우 실적개선에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남북정상회담 이후 경협 분야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특히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이렇다 할 진전이 없는 러시아 대륙횡단 철도, 나진-하산 경제특구 프로젝트 등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지 주목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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