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남북정상회담 이후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가 기대되면서 코스피 지수가 3000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재부각되고 있다. 남북정상회담과 ‘평화무드’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 북미정상회담 결과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점 등이 변수지만 이번 회담이 한국 증시의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이 나온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남북정상회담 이후 국내 증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오후 1시 45분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17.87p(0.72%) 상승한 2510.27을 기록 중이다. 반면 코스닥은 무려 1.68% 하락해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단기적인 등락을 떠나 이번 회담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3월 기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지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8.7배 수준으로 수년째 저평가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PER은 주가를 1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주가가 얼마나 고평가·저평가됐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쓰인다. PER이 낮으면 이익보다 주가가 저평가된 것으로, PER이 높으면 고평가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3월 한국 증시 PER은 MSCI 신흥시장 지수(12.4배)의 70%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미국(17.2배), 일본(13.5배) 등 선진국은 물론 중국(13.2배), 대만(13.5배) 보다 훨씬 낮은 평가를 받아 왔다.

그런데 이 패턴이 지난달 들어 바뀌기 시작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 핵실험·미사일 발사 중단 발언, 평화 협정 등이 거론되면서 증시를 둘러싼 악재가 완화되는 분위기가 관찰된다. 나아가 한국 증시에 대한 저평가 상태 역시 개선될 조짐이 보인다는 지적이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기준 MSCI 한국지수의 PER은 10.56배로 MSCI 신흥시장지수 PER(15.25배)에 비해 30.78% 할인된 상태를 드러냈다. 지난달 6일 MSCI 신흥시장지수 대비 한국시장의 할인율이 31.67%를 기록한 데 이어 한 달간 감소세를 나타냈다.

특히 최근에는 시장의 부도 위험 상태를 나타내는 한국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감소세나타냈다. 한국 CDS 프리미엄은 지난달 19일 47.39bp(1bp=0.01%p)를 보였다. 이는 지난 3월19일(46.58bp)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5년 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에 붙는 CDS는 채권을 발행한 국가·기업이 부도났을 때 손실을 보상하는 파생상품이다. CDS 프리미엄이 낮아지는 것은 해당 국가·기업의 부도 위험이 작아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앞서 2000년과 2007년 두차례의 정상회담 당시 국내 증시 상황을 살펴보면 당시 코스피 지수는 10% 안팎의 상승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이번 정상회담으로 코스피 지수가 3000선을 돌파하는 것 아니냐는 낙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한 가지 변수는 국제상황이다. 일단 북미정상회담의 결과에 따라 남북정상회담의 결과가 확대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축소될 가능성도 상존한다. 미국 국채금리 상승 역시 국내 증시에는 악재다. 

최근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 3% 안팎을 오가면서 글로벌 증시가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통상 국채금리 상승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만약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규모 ‘엑소더스’에 나선다면 한국 증시에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지수가 2500선을 넘어선 만큼 3000선 터치가 가시권에 들어온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변수가 워낙 많아 막연한 낙관론을 펼치기에는 근거가 다소 부족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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