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관련 선거공약은 유권자 표를 의식해 ‘증세 없는 보편적 복지’ 추구

- 복지관련 선거공약은 유권자 표를 의식해 ‘증세 없는 보편적 복지’ 추구
- 갑작스런 통합과 공천지연으로 인해 새민련 선거공약의 준비 및 구체성 부족
- 현실성이 떨어지며 근거 없는 선언적인 선거공약이 다수 존재
- 현직 재출마자가 과거 공약을 얼마나 잘 이행했는가에 대한 평가가 부재

유권자들이 정당과 후보를 선택하고 결정하는데 도움을 주기위해 주요 공약의 이행 가능성과 재원 마련 방안 등을 검증하는 토론회가 개최됐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8일 오후 2시 서울 프레스센터 목련실에서 열린 ‘6·4 지방선거 공약평가 토론회’에서 “복지관련 선거공약은 유권자 표를 의식해서 ‘증세 없는 보편적 복지’를 추구하는 경향을 띄고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어 “여야 모두 현실성이 떨어지며 근거 없는 선언적인 선거공약이 다수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발제 요약)

① 6·4 지방선거에서 제시되고 있는 정당과 후보자들의 *매니페스토는 세월호 참사의 영향으로 재난관리와 안전관련 쟁점들이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은 시설투자에 초점이 맞춰있고 단기간에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얘기만 있다.

② 복지관련 매니페스토는 유권자들의 표를 의식한 ‘증세 없는 보편적 복지 추구’의 모습이 나타났다.

   
▲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③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갑작스러운 통합과 공천지연 등으로 인해 정당과 후보자들의 준비가 미비하고 관련 사항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이 떨어진다.

④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들에 지역정부들 간의 연계성을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 존재하나 이런 조율에 대한 고민이 부족해 보인다.

⑤ 여전히 현실성이 떨어지는 선언적인 매니페스토들이 다수 존재한다. 특히 일자리나 지역경기활성화 같은 경제활성화 매니페스토들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목표치를 별다른 근거 없이 제시하고 있다.

⑥ 언론 보도가 세월호 관련 사안에 집중돼, 6·4지방선거에 대한 언론의 역할이 부족한 느낌이다. 언론의 적극적인 분석과 보도로 유권자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야 할 것이다.

⑦ 매니페스토 선거가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현직자들이 재출마한 경우 과거 매니페스토를 얼마나 잘 이행했는가에 대한 평가가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 이 부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정책선거와 책임정치를 구현하는데 한계점을 보인다.

⑧ 후보들의 정책 차이를 느낄 수 있게끔 후보자들은 본인공약의 우선순위를 제출해서 유권자들에게 충실히 알려야 한다.

*매니페스토(Manifesto)는 개인이나 단체가 대중에 대하여 확고한 정치적 의도와 견해를 밝히는 것으로 연설이나 문서의 형태이다. 종종 비정치적인 분야에서도 자신의 주장과 견해를 분명히 밝히는 때에도 사용된다. 한국에서는 예산확보, 구체적 실행계획 등이 있어 이행이 가능한 선거 공약의 의미로 주로 쓰인다.

(이하 발제 전문)

Ⅰ. 서 론

대의민주주의가 정책선거와 책임정치에 기반하여 제대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정당과 후보자들이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철학과 비전을 담은 정책들을 제시하여 선택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선거에서 승리한 정당과 후보자들이 공약한 정책들을 임기 중에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그리고 차기 선거에서 이에 대한 공과(功過)를 유권자들로부터 엄정하게 평가받아야 한다. 이것이 바로 대의민주주의 하에서 정책선거와 책임정치가 실현될 수 있는 정치적 순환구조이다(Downs 1957; Key 1966; 김영래․이현출 2006; 최준영 2008).

이와 같은 점들을 고려할 때 현 단계에서 한국의 민주주의 공고화 문제와 관련하여 관심을 갖고, 차분히 준비를 해야 할 필요가 있는 문제는 정책선거와 책임정치를 어떻게 정착시킬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에 있다. 즉 민주화 이후 공명선거의 확립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된 절차적 민주주의의 구축을 넘어서 정책선거와 책임정치를 통한 실질적 민주주의의 구축이 향후 한국 민주주의의 공고화 수준을 높이는 데 있어 중요한 화두가 될 것으로 사료된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2006년 지방선거에서 최초로 진행된 매니페스토 운동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며, 한국의 선거문화를 개선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하였다고 평가받고 있다. 즉 한국에서 매니페스토 운동은 2003년 일본의 지방선거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후보자가 제시하는 정책들의 목표, 실현방법, 실현 기한, 재원 조달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밝히도록 하여 유권자들의 정책투표를 돕고, 정치권에 책임정치의 짐을 부과할 수 있게 하였다. 구체적으로 정당, 대통령, 단체장, 교육감의 매니페스토 정책공약집의 출판과 판매 허용, 예비 홍보물의 절반 이상 정책 내용 게재 의무화, 선거공약서의 자유로운 배부 허용, 공약내용의 임기 내 게시 권고, 공약 평가 결과의 발표 가능 등은 매니페스토 운동이 계기가 되어 지금까지 이루어진 중요한 선거개혁의 성과들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경험들을 토대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2014년 6.4 지방선거를 계기로 한국형 매니페스토(K-manifesto) 모델을 정립하고 확대시키고자 많은 노력들을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2006년 많은 주목을 끌었던 매니페스토 운동이 오히려 최근에 들어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느낌도 받는다. 매니페스토 선거를 위한 다양한 노력들과 성과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에서 매니페스토에 기반한 정책선거는 충분히 정착되지 못한 측면이 존재한다. 이에 본 연구는 매니페스토 선거와 관련하여 제기되는 쟁점들을 논의하고, 한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매니페스토 선거의 현실을 고찰한 후 적실성 있는 제도적 개선방안들을 모색하고 있다.


Ⅱ. 매니페스토 선거의 의미와 논리

매니페스토는 정당이나 후보자가 선거에 임하여 승리를 하게 되면 어떤 정책들을 수행할 것인가를 유권자들에게 공식적․직접적으로 표명하는 문서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Robertson 1976, 72). 특히 매니페스토는 정당과 후보자들 간의 주요 정치쟁점들에 대한 우선순위와 입장 차이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 이러한 이유로 정치적인 관심과 논쟁들을 불러일으키게 된다는 점, 그리고 집권한 정당과 후보자가 임기 동안 매니페스토를 얼마나 충실하게 이행하였는가를 평가하고 심판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정책선거와 책임정치에 중요한 기여를 하게 된다(Rose 1980). 하지만 매니페스토의 존재 자체만으로 정책선거와 책임정치가 자연스럽게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한국에서처럼 매니페스토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더라도 정책선거와 책임정치가 잘 구현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매니페스토에 기반한 정책선거와 책임정치에 대해서는 좀 더 추가적인 논의와 고민이 필요하다.

대의민주주의 하에서 정책선거와 책임정치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정당과 후보자, 그리고 유권자라는 두 가지 차원에서 다음의 두 가지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먼저 정당과 후보자들은 유권자들에게 명료하고 일관된 정책들을 제시해야 하며, 임기 동안 약속한 정책들을 충실히 수행하여 차기 선거에서 그 공과에 대한 유권자의 준엄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Downs 1957; Key 1966; 김영래․이현출 2006; 최준영 2008). 다음으로 유권자들은 정권을 장악한 정당이나 후보자들이 임기 동안 얼마나 선거에서 공약한 정책들을 충실히 이행하였는지, 그리고 선거에서 정당과 후보자들이 제시한 정책들이 어떠한 차별성과 적실성을 가지고 있는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다시 말해 유권자들이 정책에 중시하여 투표 결정을 내리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대의민주주의 하에서의 정책선거와 책임정치는 정당과 후보자의 자발적인 의지로 구현되는 것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정당과 유권자들은 여러 가지 이유들로 인하여 정책선거와 책임정치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이를 회피하고자 하는 유인을 가질 수 있다.

일단 정당과 후보자들은 유권자들이 정책에 무관심이 하고, 인물이나 지역과 같은 비정책적 요인에 초점을 맞추어 투표 결정을 내린다면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한 정책 개발에 치중할 유인을 갖지 못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문제는 정당과 후보자들이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특정 정책들을 선거에서 표방할 경우 필연적으로 지지 세력의 분열과 반대 세력의 결집을 이끌 수 있다(Fiorina 1989)는 점에 있다. 다시 말해 권력의 유지와 장악을 최우선 목적으로 하는 정당과 후보자의 입장에서는 이와 같은 정치적 부담으로 인하여 정책선거를 회피하고자 하는 유인을 가질 수 있다. 즉 정당과 후보자들은 모호하고 인기영합적인 선심성 정책과 공약(空約)들만을 남발하거나 의도적으로 정책에 대한 홍보 등을 늦추는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 문제는 정당과 후보자들이 이러한 모습을 보일 경우 정책선거와 책임정치를 기반으로 정치적 순환구조가 형성되지 못한 채 민주주의 공고화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점에 있다.

마찬가지로 유권자의 관점에서 정책투표를 한다는 것도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왜냐하면 합리적 유권자가 선거에서 각 정당들이 제시한 다양한 정책들을 이해하고, 그 정책들이 자신에게 어떠한 손익을 제공할 것인지를 계산하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합리적 유권자의 경우 각 정당이 제시한 정책들을 자세하게 검토하고, 이를 토대로 개인의 손익을 계산하여 투표결정을 하기에는 너무도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러므로 합리적 유권자는 의도적으로 정책에 무지한 행태(rational ignorance)를 보일 수 있다(Downs 1957).

이와 같은 대의민주주의의 상황 하에서 정책선거와 책임정치를 구현할 수 있는 중요한 기제가 되는 것이 바로 매니페스토이다. 매니페스토가 정책선거와 관련하여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유는 이를 통하여 정당과 후보자의 정책에 대한 우선순위 내지는 강조점(saliency)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Caul and Gray 2002; Robertson 1976; 김희민․리처드 포딩 2007, 27-29).

예를 들어 개발과 환경 보호의 문제는 모든 정당에게 있어서 중요한 정책 아젠다이다. 이 때 개발을 강조하는 A정당과 환경 보호를 강조하는 B정당이 존재한다고 가정해보자. 이상적으로 개발과 환경 보호가 동시에 원활하게 이루어지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양자는 상호교역적(trade-off)인 특징을 보이기 때문에 갈등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개발을 강조하는 A정당도 환경 보호 문제를 소홀히 할 수 없으며, 환경 보호를 강조하는 B정당도 개발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점에 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 속에서 A정당과 B정당이 취할 수 있는 전략은 개발과 환경 보호를 모두 중시한다는 입장을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개발을 강조하는 A정당의 매니페스토에 환경 보호 관련 정책들이 개발 관련 정책들보다 수적․양적으로 더 많을 수는 없다. 즉 A정당과 B정당의 개발과 환경 보호에 대한 입장 차이는 실질적으로 많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정당은 자신이 우위를 장악하고 있는 정책 영역에 대하여 매니페스토상에서 더욱 강조하는―더 많이 분량을 할애해서 작성하는―모습을 보이게 됨으로써 정책적 우선순위나 강조점이 차이를 보이게 된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유권자들은 다양한 정책쟁점들에 대한 정당과 후보자들 간의 입장 차이를 복잡하게 고려하기보다는 자신의 정책적 우선순위와 강조점이 어느 정당과 후보자의 매니페스토와 잘 부합하는가를 기준으로 투표 결정을 내리게 된다. 다시 말해 매니페스토는 합리적 유권자가 적은 비용으로 정책에 기반하여 투표 결정을 할 수 있는 유용한 준거를 제시해준다는 점에서 중요한 정치적 의미를 갖는다.

정책선거와 책임정치가 잘 구현되고 있는 서구 민주국가들에서 권력을 장악한 정당과 후보자들은 매니페스토를 통하여 제시한 정책들을 임기 동안 충실하게 이행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Budge and Hofferbert 1990). 다만 이와 같은 매니페스토 선거가 제대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다음의 두 가지 점이 전제될 필요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먼저 사전적 차원에서 정당이나 후보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정책적 우선순위를 명확히 밝히도록 하는 사회적 압력이 필요하다. 즉 정당이나 후보자들이 정책선거를 회피하려는 유인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할 때 정당과 후보자들에게 정책적 우선순위가 어떻게 되는지를 밝히도록 요구하고, 이것이 매니페스토 상에 제대로 반영되어 있는지를 검토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실제로 정당이나 후보자의 입장에서는 특정 정책에 대한 입장을 질문 받을 때보다 여러 쟁점정책들의 우선순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를 질문 받을 때 더욱 고민이 많고 괴로울 수 있다. 그리고 정당과 후보자가 선택한 정책의 우선순위가 매니페스토 상에 제대로 반영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 검증되고 비판받을 경우 책임정치의 문제와 관련하여 곤란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상황에서 정당과 후보자들은 사전에 다양한 고민과 논의들을 통하여 정책적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이를 매니페스토에 반영하여 이행시키고자 노력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와 같은 정당과 후보자들의 노력은 정책선거와 책임정치를 제고시키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정당과 후보자들의 노력이 자발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힘든 측면이 존재한다. 그러므로 정당과 후보자들이 정책선거와 책임정치를 수행하도록 만들 수 있는 다각적이고 지속적인 관심과 압력이 요구된다. 최근 학회, 언론, 시민단체, 그리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도적으로 매니페스토 아젠다를 개발하고 있다. 또한 유권자들의 정책 수요를 파악하여 정당과 후보자들에 제시해주고 이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고 있다. 바로 이와 같은 사전적 차원의 조치들이 다양한 차원에서 이루어질 때 정당과 후보자들이 정책선거를 회피하려는 유인을 방지할 수 있고, 매니페스토 선거가 실질적으로 구현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음으로 사후적 차원에서 선거에 승리한 정당이나 후보자가 임기 동안 매니페스토에 기반하여 정책을 추진하고 이행하였는가를 평가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이와 같은 평가 작업들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보상과 처벌의 기제를 토대로 한 책임정치가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다음 선거가 실시되기 이전에 집권한 정당과 후보자들이 매니페스토 상의 정책적 우선순위에 따라 예산을 집행하였는지, 정책이 당초 밝힌 계획에 따라 이행되었는지, 그리고 정책의 실질 이행률이 어느 정도 되는지 등을 면밀하게 밝혀 유권자들에게 알려주는 노력들이 요구된다. 이러한 기제들이 존재할 때 정당이나 후보자들이 실현 가능성이 낮은 장밋빛 공약들을 남발하는 것을 제어할 수 있다. 그리고 집권 정당이 임기 동안 충실히 직무 수행을 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매니페스토 선거의 사전적 작업은 학자, 매스미디어, 시민단체, 유관기관 등이 매니페스토 선거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강조하고, 여론의 힘을 활용하여 정치권에 압력을 가할 때 유용하게 작용할 수 있다. 그리고 매니페스토 선거의 사후적 작업 역시 이들이 좋은 정책의 기준들을 다양한 차원에서 제시하여 정당과 후보자의 매니페스토를 평가하고 공론화시킴으로써 가능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매니페스토 선거의 사전적 장치와 사후적 장치가 잘 마련되어 있을 때 정당과 후보자들은 선거에서 좋은 매니페스토를 유권자들에게 제시하여 경쟁하게 되고, 정책선거와 책임정치가 실현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하여 대의민주주의의 발전과 공고화가 가능하게 된다.


Ⅲ. 한국 매니페스토 선거의 현실

오늘날 한국에서 매니페스토에 기반한 정책선거와 책임정치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지속적으로 증대되고 있다. 그리고 이와 관련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뿐만 아니라 학계, 언론, 시민단체 등의 다양한 노력들이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매니페스토 선거와 관련하여 지금까지 진행한 논의들을 고려할 때 한국은 다음과 같이 매니페스토 선거를 구현하기 어려운 요소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존재한다.

첫째, 정치구조적으로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으며,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의 주기도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 다시 말해 매 선거 때마다 정당과 후보자 차원에서 매니페스토의 작성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원적 정통성을 특징으로 하는 대통령제 하에서, 그리고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의 주기가 불일치하는 상황 속에서 어떻게 매니페스토의 작성, 승인, 평가와 관련한 부분들을 제도화할 것인가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둘째, 한국의 경우 지역과 인물 등과 같은 요인들이 선거결과를 중요하게 좌우하는 상황 속에서 정책선거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측면이 존재한다. 이러한 이유로 한국에서 주요 정당들은 포괄정당의 모습을 보임에 따라 다양한 정책 영역에 대한 정당들의 강조점과 입장 차이를 목격하기가 용이하지 않다.

셋째, 한국의 경우 선거 때마다 새로운 정당의 출현 또는 기존 정당의 소멸을 목격할 수 있을 정도로 정당체계가 불안정하며, 정책적 측면에 대한 큰 고려 없이 정당들 간의 이합집산이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점도 매니페스토 선거를 구현하는데 있어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즉 한국의 경우 정당들 간의 이합집산과 정당체계의 불안정성으로 인하여 정당들이 장기적인 차원에서 안정적으로 매니페스토를 준비할 시간이 부족한 특징을 보인다.

넷째, 한국의 경우 정치권이 사전 준비와 합의가 부족한 상태에서 매니페스토를 급조하여 발표하는 경향이 강하다. 최근 한국의 선거에서 정당과 후보자의 매니페스토는 선거에 임박하여 발표되는 경향을 보이는데, 실질적으로 누가 어떠한 준비와 승인 과정을 거쳐 매니페스토가 확정되었는지를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그 과정이 불투명하다. 뿐만 아니라 사전 준비와 합의가 부족한 상태에서 작성된 매니페스토를 유권자들과의 약속 내지는 정책적 위임으로 인식하여 정당과 후보자가 선거 이후 이행하고자 할 경우 오히려 정책적 실패에 따른 재정적․사회적 손실을 초래할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높다.

   
<그림 1> 매니페스토 선거의 필요성 

그렇다면 실제로 한국에서 매니페스토 선거에 대한 인식과 현실은 어떠한지 최근에 실시된 선거들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들을 토대로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이 문제와 관련하여 먼저 19대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매니페스토 선거의 필요성에 대하여 얼마나 공감하고 있었을까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에 본 연구는 “선생님은 매니페스토 선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설문에 대하여 유권자들이 어떻게 응답하였는가를 살펴보았다. 그 결과, 아래의 <그림 1>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설문에 동의한 응답자 비율은 82.3%, 그리고 동의하지 않은 응답자 비율은 17.7%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결과는 현재 한국 유권자의 절대 다수가 매니페스토 선거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유권자들은 매니페스토 운동에 대하여 얼마나 알고 있을까? 다음의 <그림 2>는 2010년 지방선거와 2012년 19대 총선을 대상으로 “매니페스토(참공약선택하기) 운동에 대하여 알고 계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유권자의 응답 결과를 제시한 것이다. 이 그림에서 나타나고 있는 특징은 매니페스토 운동을 알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상대적으로 매우 낮고(2010년 지방선거 29.6%, 2012년 19대 총선 26.4%), 큰 차이는 아니지만 매니페스토 운동에 대한 인지도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2010년 지방선거의 경우 1인 8표제가 실시되어 일관된 수준의 매니페스토 선거를 진행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는 점(이동윤 2013, 14)과 지방선거와 비교하여 총선의 경우 더 중요한 선거로 인식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와 같은 추세는 매니페스토 운동의 효과 문제와 관련하여 향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는 부분이라고 판단된다. 즉 오늘날 한국에서 매니페스토 선거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높게 형성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매니페스토 운동에 대한 인지 수준이나 관심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특징을 보인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림 2> 매니페스토 운동에 대한 인지도

다음으로 가질 수 있는 의문은 매니페스토 선거와 관련한 유권자들의 요구는 무엇이며, 이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에 대하여 유권자들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본 연구는 2012년 19대 총선 출마자들이 지역주민의 의견을 얼마나 정책적으로 반영하였는지에 대한 유권자들의 평가를 살펴보았다. 그 결과는 <그림 3>에 제시되어 있다. 이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19대 총선에서 후보자들이 내세운 공약들에 지역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되어 있다고 긍정적으로 응답한 비율은 49.3%로 나타나 부정적인 응답비율 50.7%와 비교하여 다소 낮은 특징을 보였다.

   
<그림 3> 후보자 공약의 지역주민 의견 반영 여부

이것은 한국의 선거에서 출마한 후보자들이 정책과 공약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을 시사한다. 또한 이와 같은 결과는 한국의 선거에서 후보자 공천의 지연, 전략적 낙하산 공천, 그리고 정책과 공약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 준비 부족 등과 같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나타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다만 문제는 이로 인하여 후보자와 지역주민 간의 정책적 선호가 일정 수준 차이를 보이고, 이것이 결국 민주정치의 반응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에 있다.

마지막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는 점은 정치권이 매니페스토 선거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위의 <그림 4>에서 볼 수 있듯이 “선생님은 정당이 매니페스토 선거에 얼마나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하십니까?”라는 설문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대답한 응답자 비율은 단지 26.3%에 불과하였다. 이것은 매니페스토 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선호와 요구가 높고, 이에 대한 유권자들의 참여 욕구도 높다는 점과 비교하여 정당의 반응성은 크게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지난 18대 대선과 19대 총선에서 정당들은 선거가 임박한 시점에서도 홈페이지에 매니페스토를 제시해놓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선거공약집도 선거 직전에 발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므로 매니페스토 선거의 길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정당과 후보자들이 좀 더 일찍 매니페스토를 준비하고 공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들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그림 4> 정당의 매니페스토 선거 적극성

Ⅵ. 6.4 지방선거 매니페스토의 특징과 문제점

세월호 참사로 인하여 6.4 지방선거의 분위기가 가라 앉아 있고, 모든 정치쟁점들이 사장화되는 느낌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4 지방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이 진행됨에 따라 정당과 후보자들은 다양한 매니페스토를 제시하고 홍보하면서 유권자들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제시되고 있는 정당과 후보자들의 매니페스토는 어떠한 특징과 문제점들을 보이고 있는지 개괄적으로 평가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세월호 참사의 영향으로 재난 관리와 안전과 관련한 쟁점들이 크게 부각하고 있다. 거의 모든 광역단체장 후보들은 지방정부 수준에서 재난 관리와 안전에 대한 시스템 구축을 내용으로 하는 매니페스토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제시된 매니페스토의 내용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시설 투자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인력 양성과 교육에 대한 투자는 부족한 실정이다. 또한 단기간에 특별한 고민과 준비 없이 재난 관리와 안전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중앙정부와 밀접하게 연계하여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고민도 부족해 보인다. 막대한 예산이 소요됨에도 불구하고 예산 추계나 재원조달방식도 구체화되지 않은 측면이 강하다.

둘째, 복지 관련 매니페스토도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는데 유권자들의 표를 의식하여 증세 없는 보편적 복지를 추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보편적 복지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형태로든 복지 재원의 마련을 위한 증세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경제 불황의 분위기를 고려하여 증세 없이 보편적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복지 관련 매니페스토들이 많이 제시되고 있다. 증세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보편적 복지보다는 저소득층이나 사회적 약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선별적 복지의 방향이 바람직할 수 있다. 하지만 선거에서의 승리를 의식한 정당과 후보자들의 입장에서는 이와 같은 방향의 복지 정책을 추진하지 못하는 한계점을 보이고 있다.

셋째,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갑작스러운 통합과 공천의 지연 등으로 인하여 정당과 후보자들이 매니페스토를 준비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 부족하였던 측면도 존재한다. 특히 이러한 점들은 후보자들의 매니페스토가 예산 추계와 재원조달방법 등과 관련한 사항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이 떨어진다는 점을 통하여 확인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후보자들 간의 매니페스토가 큰 차별성을 갖지 못하고, 동일한 사업에 대해서도 예산의 추계가 상당히 큰 차이를 보이는 등의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넷째, 지방정부 수준에서 추진하고자 하는 다양한 사업들 중 지역정부들 간의 연계성을 고려하여 추진할 필요가 있는 사업들도 다수 존재하는데 이러한 부분들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 지방정부간의 조율, 협의, 연계를 통한 지역사업의 추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지역이기주의에 따른 국가적 예산의 중복 투자 등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다섯째, 여전히 현실성이 떨어지는 선언적인 장밋빛 매니페스토들도 많이 제시되고 있다. 지금까지 추진하려고 하였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현실화되지 못한 정책들을 특별한 근거와 논리 없이 단기간에 현실화시키겠다는 매니페스토를 많이 목격할 수 있다. 또한 일자리 창출이나 지역 경기 활성화 관련 매니페스토들의 경우 현실성이 떨어지는 목표치를 별 다른 근거 없이 제시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여섯째, 세월호 참사와 그 이후 후속 조치에 대한 언론의 보도가 집중되는 상황 속에서 6.4 지방선거와 관련한 언론의 역할이 부족한 느낌도 받는다. 매니페스토 선거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언론이 매니페스토와 관련한 사안들을 제대로 분석하여 보도함으로써 유권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 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들에 대한 언론의 역할이 여전히 미흡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일곱째, 매니페스토 선거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현직자들이 재출마한 경우 과거 매니페스토를 얼마나 잘 이행하였는가에 대한 평가가 철저히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들에 대한 공론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여 정책선거와 책임정치를 구현하는 데 한계점을 보이고 있다.


Ⅴ. 한국 매니페스토 선거 정착을 위한 제도적 개선방안

오늘날 한국은 민주주의 공고화 단계에서 공명선거의 정착을 넘어 정책선거의 구현을 위하여 다양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매니페스토 운동이 자리를 잡고 있다. 매니페스토 운동은 정당과 유권자 간의 문서적 계약을 토대로 대의민주주의를 원활하게, 그리고 책임감 있게 운영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정치적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매니페스토 선거는 단순히 수사적인 차원에서 달성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매니페스토 선거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부분들에 대한 고려와 준비가 필요하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몇 가지 제도적 개선방안들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정당의 매니페스토 작성기구를 상설화하도록 하고, 매니페스토의 작성과 승인 등과 관련한 절차들을 공식화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각 정당마다 매니페스토작성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하고, 정당의 매니페스토를 홈페이지 등을 통하여 상시 게시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한국의 경우 정당들의 홈페이지를 방문해보면 매니페스토를 제시해놓지 않고 있으며, 이에 대한 상설기구도 존재하지 않는다. 주요 정당들의 경우 국고보조금을 받아 정책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그 운영과 성과에도 많은 문제점을 보여주고 있다(김형준․김도종 2011). 그러므로 이 문제와 관련하여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당에 정책개발비와 관련한 국고보조금을 지원할 때 매니페스토작성위원회와 같은 상설기구에 일정 비율을 지원하도록 하는 규정을 마련할 필요도 있다. 또한 정당의 매니페스토 내용 수정 등을 전당대회와 같은 당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이루어지도록 하고, 그 수정 사항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통보하고 정당의 홈페이지 등을 통하여 공지하도록 규정하는 것도 긴요하다고 판단된다. 그리고 만약 이러한 절차와 과정을 무시한 정당에 대해서는 국고보조금 삭감 등의 제재 조치를 마련하게 된다면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또한 정당들 간에 선거 공조나 연합이 이루어질 경우 통합된 형태의 매니페스토 제출을 규정할 경우 정당들 간의 원칙 없고 사전 준비 없는 이합집산을 방지하고, 정당체계의 안정을 도모할 수도 있다.

둘째, 정당의 매니페스토 작성 시기를 앞당기고 정례화할 수 있는 방안들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매니페스토 선거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선거 이전에 매니페스토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진행되어야 한다. 즉 최소한 선거가 실시되기 일 년 이전에는 정당의 매니페스토가 작성되고 발표되어야 다양한 해설과 분석, 그리고 정치적 논쟁 등이 가능할 수 있고,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매니페스토에 기반한 정책투표를 할 수 있다. 물론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정당들에 매니페스토 관련 상설기구가 마련될 경우 이 문제는 어느 정도 개선이 될 여지가 있다. 하지만 좀 더 제도적인 차원에서 정당의 매니페스토 작성과 제출 시기를 정례화하고 앞당기는 조치들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 문제와 관련하여 한국과 같은 대통령제 하에서는 정당의 매니페스토는 대선과 총선 중 어느 선거에 초점을 맞추어 작성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 제기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이 문제는 동시선거가 실시되는 대선을 중심으로 매니페스토를 작성함으로써 해결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가 차이를 보인다는 점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다양한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하나의 방법으로 개헌을 통하여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조정하여 동시선거를 실시하고, 그 시기에 맞추어 정당이 매니페스토를 발표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은 많은 논란을 야기할 수 있으며, 현실적으로 달성되기 힘든 측면이 있다. 다만 정당의 매니페스토는 후보자 개인 차원에서 제시되는 선거공약(personal compaign promise)과는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김희민․리처드 포딩 2007, 5)는 점을 고려할 때 정당이 적절한 시간적 간격―예를 들어 매년 또는 2년―을 두고 공식적으로 매니페스토를 발표한다는 것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사료된다. 즉 매니페스토위원회와 같은 당의 기구를 정기적으로 운영하면서 매니페스토의 주요 내용을 검토하고 수정하도록 하고, 매년 또는 2년에 한 번 전당대회가 열리는 시점에서 대의원의 승인을 받아 확정하는 것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정당이 매니페스토 작성에 대한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고, 선거 때만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국민들에게 주요 수정사항 등을 홍보한다는 것이 매니페스토 정책선거를 구현하는데 있어 장애가 될 이유는 하나도 없다. 그리고 이럴 경우 법정 선거기간이 짧아 정책선거를 진행시키는데 어려움이 많았다는 정치인들의 변명을 들을 필요도 없고, 법정 선거기간을 늘리는 방향으로 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크게 제기되지 않을 것이다.

매니페스토의 작성 주체는 기본적으로 정당이다. 이 점을 고려할 때 대선, 총선, 지방선거의 차원에서 산발적으로 정당의 매니페스토가 발표될 경우 정책적 혼선이 야기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럴 경우 유권자들이 정당과 정책을 연결시켜 투표 결정을 할 가능성은 낮아질 수 있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방식은 충분히 도입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정당이 국가적 차원의 정책적 요구와 유권자들의 정책적 수요를 고민하여 매니페스토를 작성할 수 있도록 관련 기관들이 사전적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 정당들의 입장에서도 매니페스토 관련 정책 개발을 위하여 다각적인 노력들을 전개하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당들이 보여준 모습에는 다소 실망스러운 부분이 적지 않다. 정당들이 매니페스토를 중시하고, 정책지향적인 모습을 보이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다양한 사회적 압력이 중요하다. 최근 학계와 시민단체들이 선거 이전에 전문가 델파이조사와 유권자 정책수요조사 등을 활용하여 매니페스토 아젠다들을 제시하고 분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조진만 2012; 2010). 그리고 이러한 작업들을 통하여 정당들에게 주요 매니페스토 아젠다에 대한 입장들을 요청하여 받은 후 유권자들에게 관련 정보들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매니페스토 선거와 관련한 사회적 압력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학계, 언론, 시민단체, 그리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정례화된 매니페스토 자문기구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 즉 기존에 다양한 차원에서 진행된 매니페스토 운동은 여전히 유효하게 진행되겠지만 상시적으로, 그리고 안정적으로 이와 관련한 기능을 전반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넷째, 정당들의 매니페스토를 적실성 있게 분석하고 평가할 수 있는 연구기구의 마련도 필요하다. 매니페스토 선거가 제대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정당의 매니페스토에 대한 내용분석을 수행하여 수사적․비공식적인 차원이 아닌 문서적․공식적인 차원에서 적실성 있게 파악된 정당의 정책적 입장과 우선순위(강조점)를 유권자들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 즉 이와 같은 작업을 토대로 유권자들이 정책적으로 반응하게 될 때 비로소 정당들도 매니페스토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고, 모순되거나 상충되는 정책들을 주장하는 일도 없어질 것이다. 또한 선거 이후 정권을 장악한 정당이 매니페스토의 내용을 얼마나 충실히 이행하였는가를 적실성 있게 평가할 수 있는 기준들을 마련함으로써 매니페스토에 기반한 책임정치를 구현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작업의 경우 연구자 개인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진행하기 어려운 측면이 존재한다는 점에 있다. 그러므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이와 같은 내용분석을 수행할 수 있는 연구기구나 팀을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정당에 매니페스토 관련 상설기구의 설립을 일정 수준 의무화하게 된다면 이와 연계하여 매니페스토 선거의 문제를 전담할 수 있는 행정기구와 연구기구를 별도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이 구비될 때 궁극적으로 정당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매니페스토 선거와 관련한 항시적인 논의와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선거공보에 후보자에 대한 이력 및 경력과 더불어 정당과 후보자의 주요 정책 공약을 우선순위에 따라 제시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럴 경우 유권자들이 합리적 무지에서 벗어나 좀 더 손쉽게 정책선거를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정당 차원에서는 전국공약 10개 정도, 그리고 후보자 차원에서는 지역공약 5개 정도를 우선순위별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사전에 받아 선거공보에 넣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매니페스토 작성과정에서 정당의 재원 마련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것보다는 이 정책에 대하여 얼마만큼의 예산을 사용할 것인지에 대하여 밝히도록 하는 것이 정책선거에서는 더욱 중요하다. 왜냐하면 매니페스토 선거의 기본논리에는 우선순위가 높은 정책에 보다 많은 예산을 사용할 것이라는 점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이처럼 정당의 매니페스토 정보들을 사전에 받도록 규정할 경우 정당의 매니페스토 작성과 후보자 공천 등도 좀더 앞당겨지고 내실화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지정된 기한 내에 매니페스토를 제출하지 못한 정당이나 후보자들은 선거공보상에서 백지형태로 나가게 되고, 이것은 유권자들의 입장에서 볼 때 성실성과 정책성의 문제로 간주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정당이 이러한 자료를 기한 내에 제출하지 못할 경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책 개발과 관련한 국고보조금 삭감이나 지원 제한 등과 같은 조치들을 사용한다면 보다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여섯째, 매니페스토 선거와 관련한 공직선거법 개정도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한국의 공직선거법은 선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요인들에 대한 봉쇄를 통하여 오히려 선거사범을 양산하고 선거의 자유가 심각하게 침해받는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임성호 2008). 지난 19대 총선에서도 기획재정부의 복지공약 비용-편익 분석에 대하여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법 위반 경고를 내린 바 있는데 향후에도 이와 같은 논란들은 지속적으로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언론과 시민단체들도 매니페스토를 분석하여 발표하는 상황에서 정책의 시행기관인 정부가 소관 사항에 대한 의견 개진을 못하도록 하는 것이 큰 설득력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19대 총선과 18대 대선의 경우 과거와 달리 언론에서 비용-편익 분석을 통하여 유권자의 정책선거를 용이하게 하는 발전적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정부기관의 경우 정보 보유 문제와 관련하여 해당 정책에 대한 비용-편익 분석을 가장 적실하게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떠한 형태로든 그 역할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만약 공무원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의 비용-편익 분석을 발표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면 학계, 언론, 시민단체들이 해당 정책에 대한 비용-편익 분석을 적실성 있게 할 수 있도록 관련 자료들을 정리하여 공개하는 제도 등을 고려해볼 수 있다. 왜냐하면 매니페스토 선거는 단순히 선언적인 차원이 아니라 실질적인 차원에서 특정 정책이 유권자에게 어떤 비용과 편익을 제공하는가에 대한 적실성 있는 정보들을 제공할 때 보다 용이하게 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가능하다면 선거관리위원회가 정당의 정책적 입장 차이를 보여주기 위하여 운영하였던 발-오-마트 시스템과 더불어 비용-편익과 관련한 시스템도 개발하여 운영하면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장기적으로 각 정당들도 자신들이 제시한 정책들에 대한 비용-편익을 유권자들이 손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에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도 있다.

일곱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나 시민단체 등이 정책 위주의 선거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유권자들에게 제공하는 정책비교프로그램들도 매니페스토 선거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문제점들에 대한 개선이 요구된다. 첫째, 기존의 정당정책비교프로그램들의 경우 매니페스토를 기준으로 수행된 것이 아니라 정당의 답변을 기준으로 수행되었다는 점에서 공식적인 의미와 객관성이 떨어진다(엄기홍 2008). 정당의 정책을 객관적으로 비교 평가하기 위해서는 가장 권위 있고 공식적인 문서인 매니페스토에 대한 적실성 있는 내용분석이 우선적으로 요구된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정당 정책의 평가대상인 정당이나 후보자가 스스로 자신의 정책을 평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제기된다.

둘째, 각 정당의 정책 의제에 대한 입장의 차이를 비교하기 위한 정책 분야와 질의가 어떻게 설정되어 있는가에 대한 기준들이 명확하게 제시되어 있지 않다. 즉 한국의 경우 정당의 정책을 평가함에 있어 서구 민주국가들처럼 매니페스토를 기준으로 포괄적으로 정책범주들을 설정하지 않고, "유권자의 관심"이라는 모호한 기준으로 정책 분야와 질의를 선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이유로 평가기관의 정책 범주와 질의가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정당의 정책을 평가하는 기관이나 시민단체의 경우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자신들의 입장이 평가에 반영되는 것을 최대한 지양하였다고 천명하고 있다. 하지만 정책 범주와 질의의 내용을 특정한 기준 없이 선별하는 과정 자체가 이미 객관성을 담보하기 힘든 측면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같은 문제점은 정당과 후보자의 매니페스토를 평가함에 있어 평가기관에 따라 그 결과가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엄기홍 2008).

셋째, 모든 정책 분야와 질의의 기준이 우선순위에 대한 고려 없이 동일한 정치적 비중을 가진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는 점도 큰 문제이다. 즉 앞서 지적한 바 있듯이 매니페스토 선거에 있어서 정당의 정책에 대한 입장 차이보다는 우선순위 내지는 강조점의 차이가 더욱 중요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나 시민단체가 자신들의 기준을 사전에 제시하여 정당과 후보자의 입장을 받기보다는 오히려 정당과 후보자들이 전체 10대 정책 아젠다를 우선순위별로 제시하고, 정책분야별 10대 아젠다도 우선순위별로 작성하여 제출한 후 이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학계, 시민단체 등이 분석하는 것이 더 적실성을 가질 수 있다. 즉 정당과 후보자가 스스로 고민하여 제시한 정책적 우선순위와 입장 차이를 고려한 정책비교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운영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도 정당들이 공식적인 문서인 매니페스토와 차이를 보일 수 있기 때문에 매니페스토 조기 발표와 이에 대한 내용분석을 향후 반드시 병행하여 실시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매니페스토의 형식보다는 내용과 작성 절차를, 그리고 단순한 제출보다는 이행의 문제를 면밀하게 검토하고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의 구축도 요구된다. 실제로 매니페스토는 세부적인 형식보다는 그 안에 담겨져 있는 정책적 철학이나 구상이 더욱 중요할 수 있다. 또한 지나치게 구체적인 형식을 요구할 경우 보수적인 입장에서 정책적인 창의성이 떨어지는 매니페스토가 양산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러므로 매니페스토 선거가 제대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정당과 후보자들이 얼마나 좋은 정책들을 매니페스토에 담았는가에 대한 관심뿐만 아니라 실제로 매니페스토에 제시한 정책 내용들을 얼마나 현실화시켰는가를 정기적으로 검토하여 공개하는 작업도 보완할 필요가 있다.


Ⅵ. 결 론

한국의 선거는 정책보다 인물이나 지역과 같은 비정책적 요인들이 선거결과를 결정짓는데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대의민주주의가 이상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정당과 후보자들이 유권자들에게 명료하고 일관된 정책을 문서인 매니페스토를 통하여 제시한 후 선택을 받아야 한다. 왜냐하면 매니페스토는 정당과 후보자들의 정책적 우선순위와 강조점을 파악할 수 있게 해주고, 합리적 유권자들로 하여금 의도적 무지에서 벗어나 적은 비용으로 정책투표를 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권력을 장악한 정당과 후보자들은 약속한 정책들을 임기 동안 충실히 수행하여 차기 선거에서 그 공과에 대한 유권자들의 준엄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이와 같이 매니페스토를 기반으로 한 정책선거와 책임정치의 정치적 순환구조가 형성될 때 진정한 의미에서의 민주주의 공고화가 실현될 수 있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본 연구는 설문조사 자료들을 토대로 한국 매니페스토 선거의 현실을 다각적으로 진단해보고 평가해보았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매니페스토에 기반한 정책선거와 책임정치를 구현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제도적 개선방안들을 제안해보았다.

연구결과, 한국의 유권자들은 매니페스토 선거의 필요성에 대하여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매니페스토 운동에 대한 인지도는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니페스토 선거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관련하여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는 매니페스토 운동에 대한 인지와 활용 수준이 떨어진다는 점은 향후 매니페스토 선거의 구현 문제와 관련하여 면밀한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특히 정당과 후보자들이 매니페스토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일반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지 않고, 실제 선거에서도 매니페스토 선거를 구현하고자 하는 의지가 약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향후 의미 있는 개선이 요구된다. 세월호 참사로 인하여 6.4 지방선거의 분위기가 제대로 살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선거들에서 나타난 결과들을 보면 정책적으로 분열되어 있는 유권자들이 다수 존재하고, 이들이 향후 선거에서 의미 있는 선택들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나타나고 있다(조진만 2012). 한국의 민주주의가 지속적으로 공고화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정책선거와 책임정치를 강화시키는 방향으로의 반응과 선택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이 점을 중요하게 인식하고 충실히 준비한 정당과 후보자들이 6.4 지방선거에서 좋은 결실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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