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조현민 전무 경찰 소환…재계 “소유·경영 분리로 새 패러다임 보여야”
[미디어펜=최주영 기자]한진그룹이 5월을 맞아 경영 쇄신에 속도를 낸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물벼락 사건으로 비롯된 갑질 논란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한 전문경영인과 준법경영위원회 역할도 주목된다. 사업적으로는 델타항공과의 조인트벤처 합작 사업을 순조롭게 이어가야 하는 과제를 떠안고 있다. 

   
▲ '2018 임원세미나'에 참석한 조양호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한항공 제공


1일 오전 10시 현재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이른바 ‘물벼락 갑질’ 사건으로 서울 강서경찰서에 출석해 조사에 응하고 있는 가운데 한진그룹은 소수 임직원들만 출근한 가운데 대내외 상황을 면밀히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진 계열사 관계자는 “최근 임직원들의 사기가 많이 떨어져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부정적인 여론 때문에 모든 게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실제 모든 경영 상황은 올스톱된 상태다. 지난달 30일 일반직 정기 인사가 이뤄지기는 했지만 오너일가에 대한 잇따른 경찰 수사 등 안팎으로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12일 조현민 전무의 이른바 ‘물벼락 갑질’이 알려진 후 3주 연속 각종 의혹과 비난여론에 휩싸이며 경영에 비상이 걸렸다. 조 전 전무는 물벼락 갑질 사건과 임직원에 대한 고성·욕설 녹취가 공개되자 16일 대한항공 업무에서 배제됐다. 

조양호 회장 부인 이명희 이사장 갑질 의혹, 총수 일가 관세법 위반 문제, 자회사 한국공항에 일감몰아주기를 했다는 문제제기까지 각종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한항공이 국내 1위의 국적사로서 가장 큰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고용, 사회공헌도 적극 나서는 글로벌 기업임을 감안하면 국내외 냉담한 시선은 뼈아픈 부분이다.

최근 조 회장은 대한항공을 ‘전문경영인’ 체제로 바꾸고 준법위원회를 구성해 이사회 중심 경영을 하겠다는 쇄신안을 내놓았다. 갑질 논란으로 3세 경영에 대한 국민의 공분을 가라앉히는 동시에 국내 대표항공사의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한진그룹이 지난달 27일 부회장직을 신설하고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를 부임한 것도 그 일환이다. 현재 아들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이 직책을 유지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석 부회장이 경영 일선을 이끄는 동시에 대내외 소통과 분란을 겪고 있는 사내 화합을 책임질 예정이다.
 
한진그룹은 또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화하고 특히 외부인사를 포함한 준법위원회를 구성해 유사 사태 재발을 방지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정비하겠다”고 약속했다. 

조현아 전 사장이 대한항공 부사장으로 재직 당시 출발하던 항공기를 되돌린 사건으로 국민의 공분을 사고 구속됐지만 최근 다시 경영일선에 복귀해 세간의 비판을 산 사건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사업적 측면에서는 델타항공과의 합작 사업을 차질없이 성사시켜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양사의 조인트벤처는 이날부터 공식 출범한다. 이에 따라 아시아-미주 노선 선택권이 넓어지고 항공 마일리지 적립이 강화되는 등 소비자 편익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환승 수요 유치를 통해 인천공항의 허브화 전략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양사는 최근 좌석등급을 통일하고 주요 노선의 공동운항을 늘리며 사업 협력을 도모하고 있지만 그룹 차원의 홍보는 배제됐다. 대한항공은 당초 JV 출범을 기념해 지난달 24일 서울에서 델타항공 스티브 시어 국제선 사장이 참석하는 기자회견을 계획했지만, 조현민 전무 '물벼락 갑질' 논란으로 시작된 총수 일가의 각종 파문으로 이를 취소했다.

최근 항공시장은 고유가와 환율 하락으로 예전 같은 호조를 보이기 쉽지 않은 환경이다. 원활한 사업 확장을 위해 ‘오너리스크’ 탈피가 요구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한진그룹은 경영리스크 해소를 위해 신뢰 회복에 충실해야 하는 상황”이며 총수일가는 기업 ‘지배’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소유한 지분만큼 주주로서의 역할을 하고 소유와 경영이 확실히 분리되는 새 패러다임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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