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올해 상반기 기업공개(IPO) 시장 최대어로 손꼽히던 SK루브리컨츠가 예상 밖의 ‘상장 철회’ 입장을 밝히면서 IPO 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선 고평가된 IPO예정 기업들의 몸값 조정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루브리컨츠가 지난달 27일 기업공개를 위한 공모를 자진 철회했다. 회사 측은 “수요예측 결과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웠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루브리컨츠와 상장주관사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이 지난 25~26일 국내외 기관을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기관의 참여가 저조했다.

   
▲ 사진=연합뉴스


SK루브리컨츠는 윤활유 브랜드 ‘지크(ZIC)’를 보유한 업체로 기유 사업과 윤활유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세계 1위의 기술력과 꾸준한 이익성장이 강점인 회사로, 올해 상반기 IPO시장 흥행의 ‘중심’으로 손꼽혔다. 그러나 공모가격이 지나치게 높아 역으로 흥행에 실패한 것으로 분석된다.

SK루브리컨츠와 공동 대표주관사단이 제시한 공모희망가격 범위(밴드)는 10만 1000원~12만2000원 수준, 예상 시가총액은 약 5조원 안팎이었다. 주가순이익 비율(PER)기준 15배에 달해 수요예측 전부터 ‘동종업계 대비 너무 높다’는 평가가 나왔다. 결국 국내외 기관의 반응이 좋지 않게 나오고 말았다.

이번 사태로 IPO 시장에도 나비효과가 미칠 전망이다. 특히 ‘몸값 책정’에 대한 부담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현재 IPO를 추진 중인 회사 중에는 현대오일뱅크와 카카오게임즈, 저가항공사(LCC) 티웨이항공, 메트리스 제작업체 지누스 등 굵직굵직한 회사들이 많다. 이들 역시 몸값 책정에 대한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됐다.

정부의 지원정책 등 ‘분위기’가 코스닥 시장으로 옮겨간 만큼 몸값이 비싼 대형기업보다는 중소형 종목 위주로 IPO 흥행이 진행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몸집이 작은 만큼 주가 상승 여력도 크고, 무엇보다 정부가 코스닥벤처펀드 등을 통해 전폭적인 지원을 하는 만큼 고정적 투자수요도 탄탄하다는 장점이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 이후 IPO 시장에서 기업들의 몸값 책정이 보수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대형사의 리스크가 오히려 크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중소형 코스닥회사 위주로 자본이 몰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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