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건 기자] 'PD수첩'이 현응 스님의 성추행 의혹과 함께 유흥업소 출입 의혹을 제기했다.

1일 오후 방송된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PD수첩'은 '큰 스님께 묻습니다' 편으로 꾸며진 가운데, 현응 스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고발한 여성 신도 A씨의 인터뷰가 공개됐다.

A씨는 지난 3월 16일 'Me Too, With You' 사이트를 통해 전 해인사 주지이자 총무원 교육원장인 현응 스님이 술을 마신 뒤 모텔에 데려가 성추행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현응 스님이 모텔 방에 들어가 침대 옆에 있는 테이블에서 양주를 마셨다. 제게도 술을 권했지만 두려워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다"며 "해인사로 들어가자고 하니 술이 깨야 갈 수 있다며 침대에 가서 누웠다. 그리고 손을 잡아끌어 옆에 강제로 누워있게 했고, 몸을 만지려 했다"고 폭로했다.

이와 관련, 이석심 전 해인사 종무실장은 'PD수첩'과의 인터뷰에서 "저희는 이 글 자체가 100% 허위라는 것을 확신한다. 저희가 확인하고 있는 내용이나 정황 증거로 봤을 때 실체가 없는 가공의 인물이 썼을 가능성이 높다"고 현응 스님의 성추행 의혹을 일축했다.


   
▲ 사진=MBC 'PD수첩' 방송 캡처


이에 'PD수첩' 제작진은 글의 작성자를 수소문해 어렵사리 만났다. 2005년 해인사에서 자원봉사를 했다는 A씨는 "현응 스님이 백운동 구경시켜준다며 저녁 공양하고 오라고 했다"고 밝혔다.

A씨는 현응 스님이 자신을 차에 태우고 대구로 향했다며 "고속도로를 타길래 어디 가시냐고 하니까 그냥 좋은 데 간다고 하더라. 주지 스님을 만나면 몇 천만원을 만질 수 있다는 식으로 말씀하시면서 2박 3일 여행을 가자고 했다"고 주장했다.

대구 시내에 들어선 현응 스님은 할인 매장에 들어서 체육복과 모자를 산 뒤 승복을 갈아입었다고. A씨는 "감색 운동복, 쑥색 캡 모자, 흰 운동화로 갈아입으셨다"며 이후 자신을 술집으로 데려갔다고 떠올렸다.

이후의 상황은 미투 폭로글에 작성한 내용과 같았다. A씨는 "손만 잡겠다고 잡아끌면서 허리도 만지고 절 더듬었다. 그 때는 정말 무서웠다"고 토로했다.


   
▲ 사진=MBC 'PD수첩' 방송 캡처


이날 'PD수첩'에서는 해인사 스님들의 회식 자리에서 현응 스님을 만났다는 B씨의 인터뷰도 공개했다.

B씨는 "그날은 고기, 술, 음료가 상에 가득했다"며 "현응 스님이 '처음 보는 보살이네', '이름이 단순하고 현대적이고 아주 세련됐어', '모델 출신인 것 같아'라고 하셨다"고 회상했다.

이어 "현응 스님이 러브샷을 하자고 했다. 그런 분위기인가 보다 하고 러브샷을 하고 나니 안주라며 키스를 하더라. 갑작스레 일어난 일이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무런 생각도 못했다"고 폭로했다.


   
▲ 사진=MBC 'PD수첩' 방송 캡처


'PD수첩'은 현응스님을 비롯한 해인사 스님들이 대구 시내 유흥가에서 환대받는 고객이라고 전했다. 유흥주점 사장들에게는 꼭 모셔와야 할 '왕 고객'이라고.

현응 스님이 주지로 재직하던 2005~2008년 당시 해인사 명의 법인카드 내역에 따르면 이들은 유흥주점, 단란주점 등에서 거액을 결제한 뒤 호텔, 모텔 등 숙박업소에서 결제하는 패턴을 보였다.

법인카드 내역에는 접대 여성이 나오는 술집, 현응 스님이 자주 왔었다는 술집이 등장했다. 스님들이 만원짜리 지폐를 쌓아두고 팁을 주는 장면도 목격됐으며, 술자리는 성매매로 이어지기도 했다고 'PD수첩'은 전했다.


   
▲ 사진=MBC 'PD수첩' 방송 캡처


그렇다면 현응 스님의 입장은 어떨까. 현응 스님은 이날 'PD수첩' 방송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나에 대한 'PD수첩'의 내용이 사실이면 승복을 벗겠다"며 'PD수첩'의 방송 내용을 강력 부인했다.

이어 "허위 사실임이 밝혀진다면 MBC 최승호 사장은 방송계를 떠나기를 바란다"며 "나를 음해하려는 이번 사건의 사실관계는 곧 밝혀져 법적인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현응 스님은 "'PD수첩'의 직접 취재도 없었고, 반론권도 보장하지 않았다. 30일 오후에야 연락이 왔는데 이미 편성된 방송 내용에 나의 의견을 약간 덧붙여 형식적인 취재를 만들려고 하는 저열한 방송태도가 'PD수첩'의 탐사보도 방식이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성추행 의혹에 대해서는 특정 세력이 배후에 있음을 주장하며 강하게 부인했다.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법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 법진 스님이 성추행 의혹 제기의 배후라는 현응 스님 측은 허위 사실이라며 미투 폭로자 A씨를 고소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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