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트럼프-김정은 회담서 극적인 비핵화 선언 가능성
북의 승부수…남북 좌익의 통일전선에 대한 기대도 커
주사파-평양의 결합 속에 김정은 유력 정치인 급부상?
대한민국이 정말 어떤 임계점을 앞두고 있는 느낌이다. 문재인-김정은 회담 직후 한반도의 봄이 왔다고 보는 성급한 관측이 있지만, 위장평화 쇼를 경계하자는 목소리도 높다. 이 연속 칼럼의 시각은 그와 또 다르다. 김정은이 실제 핵 포기를 할 가능성이 없지 않으며, 그걸 경우 찾아올 주한미군 위상 변경, 북한판 마셜 플랜 등장, 남한 좌파와 북한 김정은 세력 사이의 통일전선의 등장 등 전에 없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비하자는 쪽이다. 그걸 총체적으로 점검하는 첫 칼럼에 이어 둘째 칼럼에서는 자유민주주의 헌법적 가치를 관철하는 구체적 방법을 자유한국당과 우파 시민사회에 제시한다. [편집자 주]

[연속 칼럼]- 한반도 봄인가, 한반도 겨울인가 <상> 

   
▲ 조우석 언론인
문재인-김정은의 판문점 회담을 둘러싸고 지금도 논란이 거듭되는데, 관건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에 돌입할 것인가, 아닌가이다. 우익진영이 그걸 계속 물고 늘어지고 있고, 트럼프의 미국 역시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속임수에 능한 저들이 또 한 번 꼼수를 부릴 뿐 결코 핵을 내려놓지 않을 것이란 관측인데, 그건 매우 합리적 전망이다.

하지만 이번만은 상황이 다르다. 김정은이 정말 핵을 내려놓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의 선한 의도를 믿기 때문이 아니다. 트럼프의 압박에 몰린 나머지 손을 들지만, 5~6월 미-북 회담에서 한반도 환경을 모두 바꿀 큰 거래를 통해 나름의 역전승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우리가 핵을 가지고 왜 어렵게 살겠느냐?"고 하소연한 점, 지난 3월 국가안보실장 정의용이 특사로 갔을 때 "진지한 대화상대로 인정받고 싶다"고 했던 발언은 우연이 아니다. 분명 전과 다른 뉘앙스다. 때문에 "체제보장이 있다면 핵 포기한다"고 본 중앙일보 5월1일자 관측(22~23면 "핵 노하우 확보한 북, 이번엔 비핵화 쪽으로 방향 튼 듯")이 맞다.

증거는 많다. 지난달 일 아사히신문 보도대로 김정은이 평양을 방문한 마이크 폼베이오 미 국무장관에게 "나와 이렇게 배짱이 맞는 사람은 처음"이라며 의기투합했다는 대목도 그렇고, 며칠 전 뉴욕타임스가 "김정은이 북한의 덩샤오핑이 될 수 있다"고 보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면 핵을 내려놓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의 플랜A와 달리 내려놓을 걸 가정한 플랜B를 동시에 점검할 때 지금이다. 북한이 핵 포기를 결심한 뒤 체제보장 등 보상을 받겠다고 나설 경우 우린 뭘 할까를 선제적으로 준비하라는 얘기다. 플랜B에서 검토해야 할 건 주한미군이 평화유지군으로 바뀌고, 양국 수교와 함께 북한판 마셜 플랜이 시작될 상황도 포함된다.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환영만찬에서 대화하고 있다./사진=한국공동사진기자단

그렇다면 그 이전 왜 김정은이 핵을 내려놓을까를 파악해야 올바른 처방이 나온다. 그건 미국 압박에 내몰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김정은은 김일성-김정일과 조금은 다르다고 봐야 한다. 즉 혁명 3세대 수천 명의 젊은 엘리트층은 김정은과 한 몸인데, 이들은 유학을 다녀와 주변 정세에 밝다.

김정은이란 백두혈통을 낀 채 북한체제 생존을 모색하는 등 공통된 관심사를 갖고 있다. 북한 전역의 도-시-군 인민회의 대의원도 김정은에 충성하는 층으로 이미 물갈이가 된 상황이다. 이들은 핵을 계속 끼고 있다면 트럼프의 손에 죽는다는 걸 너무 잘 안다. 기꺼이 문재인의 중매를 받아들어 생존을 모색하자는 게 그들의 지금 관심이다.

단 백기투항만은 아니다. 우선 그동안 김정은은 군을 약화시키고, 당을 강화해왔는데, 군 반발을 누른 채 중국 시진핑처럼 당의 1인자로 북한을 끌고 갈 수 있다는 나름의 계산을 한다. 유사시 과학자(300명 내외)와 기술자를 동원해 핵 복원이 가능할 수 있다는 꿈도 가질 법하다.

이런 조건에서 미국이 원하는 시한(1년 전후)에 핵을 내려놓는 건 그리 어려운 선택이 아니다. 죽는 것보다 낫기 때문인데, 결정적인 요인이 따로 있다. 남북의 집권층 사이에 형성된 사실상의 통일전선에 대한 기대감이야말로 비핵화의 숨은 이유라고 나는 판단하는데, 그걸 경계해야 한다. 남한 주사파와 북 김정은 세력 사이의 그야말로 기형적 결합 가능성이다.

둘 사이에는 교감을 넘어 암묵적 통일전선 심리가 이미 형성돼 있다. 그게 이른바 ‘우리민족끼리’의 반외세주의 내지 NL(민족해방)마인드인데, 대중적 영향력도 무시못한다. 통일전선을 드러내놓고 정치세력화할 가능성도 배제 못하지만, 그 이전 단계만 해도 이미 위력적이다.

선전선동에 능한 그들이 자신을 민족 통일세력으로 포장할 경우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남한 정치권 석권은 물론이고 무주공산인 북한 정치권을 이들이 독점할 가능성이 높다. 남북을 통틀어 가장 강력한 정치집단으로 등극하는 건 어렵지 않다. 80년대 이후 좌경화된 대한민국과, 종북의 본산인 북한 사이 최악의 시대착오적 결합이 완성되는 순간이다.

   
▲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김정은에 대한 호감도가 급상승하고 있다. 그의 실체와 북한의 실정은 무시한 채 겉모습에만 열광하고 있다. 사진은 김정은 사진 옆에서 손가락 하트를 날리며 인증 샷을 찍는 젊은이. /사진=SNS 김정은 인중샷 캡처

김정은이 남북한을 통틀어 영향력 있는 정치인으로 급부상하지 말란 법도 없다. 어제 1일 자유한국당이 "김정은이 대한민국 차기 지도자 1순위가 될 지경"이라고 논평을 냈는데, 그게 현실로 등장하는 그림이다. 이 나라의 미친 언론, 기형적 여론시장에서 가능한 얘기다. 더욱이 "김정은 다시 봤다"며 그의 사진 옆에서 손가락 하트를 날리는 인증 샷을 찍는 젊은이가 수두룩한 우리 현실을 감안해보라.

지금 남북대화의 속도라면 문재인 정부 말기엔 낮은 차원의 연방제 즉 1국 2체제가 윤곽을 드러낼 것인데, 이 환경이야말로 남북의 좌익 연합세력이 맹위를 떨칠 필요충분조건이다. 미-북 회담이 잘 풀려 양국 수교와 함께 북한판 마셜 플랜이 가동될 경우 상황은 정말 극적일 것이다.

이 경우 중단기적으론 경제가 폭발 양상을 보일 것이며 증시 활황 속에 젊은이들 이념무장은 제로에 가까워지는 상황도 예측 가능하다. "자유민주의 벌 것 아니네"라는 심리가 폭발할 것이다.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이 무너져 내리는 것은 삽시간이다. 이 국면에서 남한 내 선거에서 자유한국당 등 야당이 반통일 세력으로 낙인 찍혀 참패할 가능성이 크다.

보수 우익 세력이 역사 속으로 완전히 퇴장하는 무시무시한 순간이다. 건국 이래 볼 수 없었던 전혀 다른 정치풍토와 지형지물인데, 즉 국민적 환호 속에 대한민국 전체가 인공(人共) 치하로 기어 들어가는 그림이다. 그건 70년 전 대한민국을 세웠던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와의 결별이다.

그게 바로 한반도의 봄이 아닌 한반도의 완전히 겨울이자 한국형 역사의 종언일 수 있다. 반복하지만, 우린 지금 또 한 번 역사의 전환점에 서있다. 다음 회에는 그럼 우린 지금 무엇을 대비해야 할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짚어본다. 관심 바란다. /조우석 언론인
[조우석]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