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 이어 한·중·러 3각 협력 구도 갖춰질 듯
대부분 시범운항 단계‥"경제적 실익 큰지 따져봐야"
[미디어펜=최주영 기자]남북정상회담 이후 해운사들의 북극항로 진입에 대한 전망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남북정상회담의 성과가 러시아와의 협력 강화 무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해운업계는 북극항로의 실질적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2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북극항로 이용의 가장 큰 장점은 거리와 운송비용의 단축 등이다. 네덜란트 로테르담에서 수에즈운하를 지나 한국으로 오는 남방항로 운항거리는 2만1000km인 반면 북극항로로 운항할 경우 1만2700km에 불과하다. 8300km를 절약할 수 있는 것이다.

   
▲ 현대글로비스가 국적 선사 최초로 추진한 북극항로 시범운항 선박 /사진=현대글로비스


대형선사 한 관계자는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동북아시아에서 유럽으로 가는 화물의 운송거리가 3분의1 정도 단축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2030년 기준으로 아시아 및 유럽 국가를 오가는 물동량 중 약 46만TEU가 북극항로로 옮겨갈 것으로 예측된다. 

사실 해운업계가 북극항로에 관심을 기울이는 가장 큰 이유는 풍부한 자원매장량 때문이다. 

미국 지질자원연구소에 따르면 전 세계 자원매장량의 약 4분의1이 북극에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원유는 전체의 13%, 천연가스는 30%, 액상 천연가스는 20%나 된다. 

전문가들은 북극항로가 개척되면 현재 호주·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 분포된 자원운반 시장의 무게 중심이 북극으로 바뀔 것으로 보고 있다. 

황진회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운산업연구실장은 “북극해에는 에너지 자원 외에도 다양한 어종의 수산자원도 분포돼 있고, 이들 에너지 자원과 수산자원을 이용하기 위한 주변국의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내다봤다.

   
▲ 북극해항로와 경쟁항로 /자료=한국해양수산개발원


국내 해운 물류 기업들은 최근 몇 년간 북극항로를 통한 화물수송에 참여해 왔다. 2013년 현대글로비스가 시범 운항을 실시했고 2015년에는 CJ대한통운의 국적 선박이 최초로 북극항로에서 상업 운항했다. 

또 지난해 SLK국보와 팬오션이 플랜트 설비 운송에 북극항로를 이용한 바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사들은 예상치 못한 문제들로 인해 추가비용이 많이 발생해 이 항로 이용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 상황이다.

북극항로가 상용화되려면 넘어야 할 벽이 아직 많다는 게 업계 입장이다. 현재 선사들이 보유한 선박으로는 얼음을 깰 수 없기 때문에 쇄빙선이나 길을 터줄 수 있는 예인선을 추가 배치해야 한다. 극지방을 다닌 경험이 있는 도선사도 반드시 필요하다.

우선 건조비가 매우 비싸다. 벌크선은 7000만∼8000만 달러인 반면 LNG쇄빙선 척 당 가격은 약 3억 달러(약 3200억 원)으로 알려졌다. 화주 모집도 관건이다. 지난 2013년 북극항로 시범운항에 나선 현대글로비스는 이듬해 본격 상업운항에 나섰지만 유럽에서 울산으로 수입할 화주를 확보하는데 실패해 사실상 무산됐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참여 선사로선 한 번 항차에 7억~10억 원의 손실이 예상돼 쉽사리 배를 띄우지 못한다"며 "해운기업 중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기업이 많은 상황에서 정부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북극항로개발의 주무부서인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말 북방경제협력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에너지·자원과 연계한 북극지역 화물 확보 및 운송참여를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운항 기간이 감소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현재로는 수요도 적고 많은 비용이 발생한다”며 “정부가 북극항로의 동력을 어떻게 살릴 것인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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