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국회 정상화' 물밑조율 실패…대치정국 장기화 전망
[미디어펜=정광성 기자]국회 정상화를 위해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지난 3일 물밑 조율에 나섰지만 결국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정면충돌하며 불발됐다.

민주당이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특별검사 수사를 수용하고 야당이 '판문점 선언' 비준동의에 협조하는 '빅딜' 가능성도 거론됐다. 그러나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김성태 원내대표가 조건 없는 특검 수용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전격 선언하면서 파국을 맞았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임기(11일) 내에 할 수 있는 마지막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며 유감을 표했다.

여야의 대치 정국 장기화가 불가피해지면서 5월 국회가 파국으로 향하는 모양새다.

실제 8일 본회의를 열어 민생법안 등을 처리하고 29일쯤 다시 본회의를 열어 판문점 선언 비준동의를 끝내는 시나리오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국당 측이 특검법안 처리가 늦춰지면 드루킹 국면을 여당이 물타기 할 것이라며 반발하면서 분위기가 돌변했다.

오후 한국당 의총 분위기는 시작부터 강경했다. 김 원내대표가 "조건 없는 특검 관철을 놓고 야당을 대표해 무기한 노숙 단식투쟁에 돌입하겠다"고 강경선회 입장을 못박았다.

김 원내대표는 "남북 정상회담의 국회 비준을 전제로 한 5월 국회 정상화 합의는 결코 이뤄질 수 없다"면서 "우 원내대표가 5월 국회 정상화 조건으로 비준 동의안을 전제로 특검 의사를 밝힌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 비준 문제는 지금은 논의 대상도, 시기도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 한국당 원내대표가 조건없는 특검 관철을 위해 무기한 단식 투쟁에 돌입하기로 하면서 여야의 협상 테이블마저 닫혀버렸다. 이후 김 원내대표는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가기에 앞서 우원식 원내대표를 찾아 이 같은 입장을 전달했다.

김 원내대표는 우 원내대표를 만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에) 특검 수용을 간절히 요청했고 5월 국회 정상화를 위해 민주당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달라는 이야기를 했다"며 "5월 국회 정상화를 위해 지금부터 단식투쟁에 들어간다는 입장도 전달했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가 민주당의 제안을 거부하고 단식투쟁에 돌입하자 민주당 역시 발끈하고 나섰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그간의 협상 과정을 설명하면서 "자유한국당이 국회 정상화를 위한 제 노력에 오로지 드루킹 특검 관철을 위한 무제한 단식 투쟁으로 화답했다"며 "참으로 황당하고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또한 "아침에는 현안을 어떻게 풀지 각 당이 고민하고 안을 만들어서 맞춰보자고 해놓고 그 대답을 단식으로 대답하며 협상이 가능하다고 하는 것은 집권당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이 협상 과정에서 드루킹 특검을 수용했다는 주장에는 "특검은 일방적으로 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분명히 말했다. (민주당 입장은) 특검 수용이 아니다"고 분명히 말했다.

그는 "특검을 우리가 받으면서 거래를 한 것 같이 이야기를 해서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은 협상 태도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여야가 5월 국회 정상화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추가경정예산안과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현역의원들의 사직서 처리 등이 난항을 겪게 됐다.

여야 모두 아직까지는 협상 여지를 완전히 닫아놓지는 않았지만 이견이 여전히 클 뿐만 아니라 논의 과정에서 생긴 감정의 골 역시 상당히 깊어 대치 정국 장기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 사진은 지난해 12월 13일 오후 국회 의장 접견실에서 열린 국회의장-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여야 원내대표들이 추가 논의를 위해 의장실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왼쪽부터 국민의당 김동철,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