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 인수 포기 원인 '모로코 사피 발전소' 리스크 최소화 초점
해외 사업 정상화·실적 개선으로 회사 가치 제고 이후 재매각 추진
45년 공든 탑은 무너지고 있다. 건설명가의 명예는 땅에 떨어진 지 오래다. 벼랑 끝으로 내 몰린 대우건설이 신임 사장 인선 작업에 들어갔다. 어느 때보다 신임 사장의 역할이 막중하다. 공모 과정부터 철저한 감시와 견제가 필요한 시점이다. 대우건설 신임 사장 인선 과정과 매각 등 경영 정상화를 위해 풀어야 할 과제들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대우건설 사장 인선 작업이 다소의 '잡음'은 있지만 38명의 지원자 중 1차로 9명으로 압축되는 등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지금같은 추세라면 오는 24일경이면 3명의 최종 후보자가 낙점되고, 이를 토대로 다음달(6월) 초에는 새로운 사장이 선임될 것으로 보인다.

누가 대우건설의 수장 자리에 앉느냐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사장이 위기에 빠진 대우건설을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빨리 정상화 하느냐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 신임 사장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는 해외사업 정상화가 꼽힌다.

대우건설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매각에 나섰다가 실패한 원인도 바로 해외사업 부실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당시 대우건설 인수를 추진한 기업은 호반건설이다. 호반건설은 '새우가 고래를 삼킨다'는 우려 속에서도 대우건설 인수를 추진했다.

하지만 해외 부문에서 예상치 못한 손실이 발견됐고, 이로 인한 추가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결국 인수를 포기했다. 

호반건설은 "내부적으로토 통제가 불가능한 해외사업의 우발 손실 등 최근 발생한 일련의 문제들을 접하며 과연 우리 회사가 대우건설의 현재와 미래의 위험 요소를 감당할 수 있겠는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다"며 "아쉽지만 인수 작업을 중단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인수 포기 배경을 밝힌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대우건설은 '부실 덩어리'라는 오명을 씻을 수 없게 됐고, 추가 부실에 대한 리스크(위험)까지 커지며 다른 매수자를 찾기도 어려워 진 것이 사실이다. 국내 건설업계 시공능력 3위(2017년 기준)라는 명성에 금이 간 것이다.

산업은행이 매각 불발 이후 향후 2년 동안 대우건설 매각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한 것도 해외사업을 우선적으로 정상화시키고 이를 통해 실적 개선으로 연결시키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시 말해 회사 가치를 일정수준까지 올려 놓은 뒤 제 값을 최대한 받고 새 주인에게 넘기겠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대우건설 신임 사장에게 주어진 1차적인 임무는 해외사업 정상화에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우선적으로는 호반건설의 매각 불발 사태를 빚은 모로코 사피 화력발전소(도급) 불량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 

대우건설은 해당 현장에서 지난해 4분기 3000억원대의 손실을 입은 바 있다. 모로코 사피 발전소는 693㎿ 2호기로 구성된 1386㎿급 화력발전소로 총 계약금액은 1조9819억원 정도다.

대우건설은 앞서 모로코 사피 발전소 손실의 주 원인을 시운전단계에서 발생된 고압급수 가열기 손상이라고 밝혔다.

모로코 사피 발전소는 9개의 발전소 가열기 가운데 3개가 불량으로 재공사에 들어가면서 준공 일정이 미뤄졌고 이에 대한 지체 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대우건설은 "3000억원이라는 손실 대부분이 자재 교체에 따른 공사기간 연장에서 발생하는 지연 배상금"이라며 "현장 계약상 지연 배상금의 최대 규모는 총 4000억원으로 모로코 사피 현장에서 추가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은 최대 1100억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우건설이 발주처와의 협상을 통해 해당 현장에서 발생할 지체 보상금을 얼마나 낮을 수 있는 지가 해당 사업처의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라며 "정치적 인사가 아닌 국내외 건설 사업 경험이 풍부한 신임 사장이 어수선한 회사 상황을 빠르게 정리하고 남은 국내 주택‧건축 부분의 수주를 잘 이끈다면 2년 동안 성장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대우건설 해외건설 수주액 추이/자료=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


해외사업 정상화와 관련해서 부실 최소화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먹거리' 확보도 주어진 숙제다.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대우건설의 지난해 해외수주실적은 22억6000만달러. 2016년(7억8000만달러)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지만 2015년(25억8000만달러) 실적에는 미치지 못한다. 2013년에는 해외에서만 50억달러의 일감을 가져오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전체 수주 누적 잔고는 2015년 40조3000억원에서 지난해 30조3700억원으로 감소했다.

대우건설 뿐만 아나리 국내 건설업체들의 부진한 해외실적을 감안하면 나쁜 실적이라고 볼 수 없지만, 대우건설이라는 명성에는 다소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국내 주택사업이 어느 정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데, 대우건설도 정상화를 넘어 새로운 성장의 길로 가기 위해서는 해외에서의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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