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프로야구에서 외국인투수 의존도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양현종(KIA)을 제외하면 에이스라고 부를 국내 투수를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투수 부문 개인 랭킹 상위권을 외국인투수들이 점령하고 있다. 7일 현재 투수 평가의 가장 기본이 되는 지표인 평균자책점 부문에서 1~7위가 모두 외국인 선수다. 소사(LG)가 1.10으로 1위, 후랭코프(두산)가 1.80으로 2위, 산체스(SK)가 2.25로 3위, 왕웨이중(NC)이 2.40으로 4위, 로저스(넥센)가 2.98로 5위다. 2점대 이하의 빼어난 평균자책점으로 짠물 피칭을 해온 이들은 모두 각 소속팀의 에이스라 할 만하다.

국내 투수의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양현종은 3.47의 평균자책점으로 린드블럼(두산, 3.22), 윌슨(LG, 3.43)에도 뒤진 8위다. 그 뒤를 이재학(NC, 3.67), 문승원(SK, 3.76)이 이으며 톱10에 턱걸이했다.

   
▲ 국내 투수의 자존심을 세우고 있는 양현종. 그의 올 시즌 성적도 지난해보다는 많이 부족하다. /사진=KIA 타이거즈


다승 부문 역시 1, 2위는 린드블럼(6승)과 후랭코프(5승) 차지다. 양현종과 김광현(SK) 등이 4승으로 공동 3위.

탈삼진도 1~3위는 린드블럼(54개), 샘슨(한화 52개), 로저스(50개)다. 양현종(48개)이 4위에 이름을 올렸다.

투구 이닝 1, 2위도 로저스(54⅓이닝), 린드블럼(50⅓이닝)이며 양현종(49⅓이닝)이 3위다.

최근 수 년간 외국인투수들의 강세가 계속돼 왔지만 이번 시즌 초반은 이런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타자 쪽과 비교가 된다. 타율 1~6위는 4할대(.407)로 수위타자를 지키고 있는 유한준(kt)을 필두로 양의지(두산) 최형우(KIA) 나성범(NC) 이대호(롯데) 김현수(LG)까지 모두 국내 선수들이다. 외국인타자 가운데는 호잉(한화, 7위), 로맥(9위)만 톱 10에 들었다.

아무래도 외국인타자들은 장타력 위주로 뽑는다. 그래도 홈런 순위를 보면 최정(SK)이 15개로 1위를 달리고 있고, 10개 이상 때려낸 7명 가운데 외국인타자는 호잉과 로맥(이상 12개, 공동 2위) 둘 뿐이다.

한 팀당 외국인선수가 투수는 2명, 타자는 1명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투수 쪽에 외국인선수 의존도가 더 클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국내 투수들이 상대적으로 너무 약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선발 자원 가운데 대형 투수가 배출되지 않고 있다. 류현진(LA 다저스)이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후 에이스 계보를 이을 만한 투수가 양현종을 제외하면 김광현과 윤석민(KIA) 정도다. 그런데 김광현은 팔꿈치 수술로 지난해 한 시즌을 통째로 쉬었고 올 시즌 부활을 하는 중이며, 윤석민은 부상에서 쉽게 회복하지 못하며 재활에만 3년째 매달리고 있다.

   
▲ 사진=LG 트윈스, 두산 베어스


윤성환(삼성) 장원준(두산) 차우찬(LG) 등 베테랑들은 쇠락하고 있으며 각 팀의 유망 기대주들의 성장은 더디다.

이제 10개 구단은 외국인투수로 선발 원투 펀지를 꾸리는 것이 보편화됐다. 외국인투수를 어떻게 뽑고 관리하느냐에 따라 팀의 한 해 농사가 좌우된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긴 하지만 KBO리그의 발전이나 국내야구의 미래를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올해 삼성 양창섭, 롯데 윤성빈, 두산 곽빈 등이 주목 받는 신예로 꼽힌다. 이들이 빨리 성장해주기를 바라는 팬들이 많지만 아무래도 시간이 필요하다. 각 팀의 선발 로테이션에 들 만한 기존 국내 투수들이 좀더 분발하지 않는다면 외국인투수들과 격차가 더 벌어지고, 팀마다 기형적인 마운드 구성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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