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지난 2010년 10월 3조 2000억원에 대우건설 지분 50.75% 취득
매각 2년 유예했지만, 그사이 회사 정상화는 불가능에 가까워…3년 이상 필요
45년 공든 탑은 무너지고 있다. 건설명가의 명예는 땅에 떨어진 지 오래다. 벼랑 끝으로 내 몰린 대우건설이 신임 사장 인선 작업에 들어갔다. 어느 때보다 신임 사장의 역할이 막중하다. 공모 과정부터 철저한 감시와 견제가 필요한 시점이다. 대우건설 신임 사장 인선 과정과 매각 등 경영 정상화를 위해 풀어야 할 과제들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 대우건설 본사/사진=대우건설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올 초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의 매각을 포기한 가운데 누가 대우건설의 새 주인이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호반건설의 매각 포기 이유가 대우건설의 해외 부실 때문이었던 것으로 드러나며 ‘부실 덩어리’라는 오명을 쓰게 된 대우건설이 과연 제값을 받을 수 있을지 여부도 귀추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 매각에 실패한 산업은행은 향후 2년 동안 대우건설의 매각을 추진하지 않을 방침이다. 당장 헐값에 팔기 보다는 신임 사장을 선출해 해외 사업을 정상화 시키고 실적을 개선시켜 회사 가치를 다시 끌어올리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산은이 매각은 연기한 2년이라는 시간이 회사 정상화 시간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대우건설 고위 임원 출신 관계자 A씨는 “산업은행이 2년 뒤 매각하겠다고 가정하면 1년 뒤에는 실적이 좋아져야 하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부채 비율이 330%로 높은 상황에서 1년 만에 7조원에 달하는 빚을 갚고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는 것은 무리”라고 강조했다.

대우건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1군 건설사들의 부채비율이 110~120% 정도임을 감안하면 높은 수준이 아닐 수 없다. 

헐값 매각 논란을 피하기 위해 시간적 여유를 두는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2년 뒤 역시 가시밭길이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산업은행은 지난 2010년 10월 대우건설의 지분 50.75%를 사들이며 최대 주주에 등극했다. 당시 대우건설의 주가는 약 1만8000원 정도. 산업은행은 총 3조 2000억원에 대우건설을 사들였다. 

그러나 현재 대우건설의 주가는 2010년 10월의 3분의 1수준인 6000원 중반에 머물러 있다. 송문선 부사장이 대표직을 맡은 지난해 8월 이후 대우건설 주가는 하락세를 보이다 올해 2월 14일에는 주당 4900원으로 역대 최저점을 찍기까지 했다. 

   
▲ 대우건설 주가 현황. /자료=대우건설 홈페이지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입찰을 추진할 당시 제시한 금액 역시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을 사들였던 3조 2000억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호반건설은 대우건설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전체 지분 중 40%를 먼저 인수하고 나머지는 풋옵션을 보장, 2~3년 내 추가 매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지분 50.74%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1조6300억원. 호반이 계획대로 40%를 선인수했다면 약 1조 3000억원 정도 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우건설의 헐값 매각 논란이 일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A씨는 “대우건설의 실적이 나빠지고 주가가 폭락하는 사태가 일어난 것은 대외적 시장 상황이 안좋아서라기 보다는 경영상 실수 때문으로 볼 수 있다”라며 “이 말은 즉 새로운 경영자가 전면에 나서 올바른 경영 판단만 하면 짧은 순간 좋아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산업은행이 2년 안에 회사를 정상화 해 손실 없이 되파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최소 3년의 시간은 줘야 한다”며 “2년 매각 유예 결정은 건설업의 특성을 잘 모르고 내린 성급한 판단”이라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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