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두산 베어스 육성선수 출신 신인 투수 현도훈이 혹독한 1군 무대 신고식을 치렀다. 많은 실점을 했지만 희망 또한 남겼다.

현도훈은 8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전에 선발 등판해 4⅓이닝을 던지고 7실점을 기록한 후 강판했다. 9개의 안타를 맞았고 그 가운데 2개가 홈런이었다. 사사구도 3개(볼넷 2개, 사구 1개) 허용했으며 삼진은 한 개도 잡지 못했다.

이용찬의 부상 등으로 선발진에 공백이 생긴 두산은 이날 1군 경험이 전혀 없는 현도훈을 깜짝 선발로 기용했다. 큰 기대를 갖는다기보다는 가능성을 보고 선발 기용한 것이었지만 현도훈에게는 힘든 데뷔전이었다.

   
▲ 사진=두산 베어스


현도훈은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 초등학교(풍양초)와 중학교(신일중)를 국내에서 졸업한 뒤 일본으로 야구 유학을 떠나 고등학교(교토 고쿠사이고)를 졸업했다. 일본 대학교(큐슈 교리츠대)에 진학했다가 2학년 말 중퇴하고 2014년 일본 사회인야구단 노모 베이스볼 클럽에서 뛰었다.

일본에서 프로 데뷔 기회를 얻지 못한 현도훈은 2016년 한국으로 돌아와 2017년 파주 챌린저스 독립구단에 입단했다. 지난해 8월 두산의 입단 테스트를 받고 육성선수로 계약했고, 지난 4일에야 정식 선수로 등록됐다. 올해 퓨처스리그에서 중간계투로 5경기 등판해 10⅓이닝 던진 것이 프로 경력의 전부다. 

퓨처스 성적은 2승 1홀드 평균자책점 3.48로 나쁘지 않았고, 스프링캠프에서 현도훈의 피칭을 눈여겨봤던 김태형 감독이 이날 1군 데뷔 등판을 선발로 기회를 줬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비록 전날까지 순위 6위로 처져 있었지만 KIA는 디펜딩 챔피언이고, 팀 타율은 유일한 3할대(3할8리)로 1위를 달리는 강타선을 자랑하는 팀이었다.

현도훈은 첫 이닝을 넘기기가 너무 힘들었다. 버나디니와 김선빈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했고 버니디나에게는 도루를 허용하는가 하면 김선빈 타석에서 폭투도 범했다. 처음부터 무사 1, 3루 위기로 몰린 현도훈은 안치홍에게 우전 적시타를 맞고 첫 실점을 했다.

계속된 무사 1, 3루에서 최형우를 유격수 땅볼 병살타로 유도해 아웃카운트 2개와 1실점을 바꾼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2아웃을 잡은 후에도 현도훈은 안정을 찾지 못했다. 김주찬에 안타를 맞고, 나지완을 몸에 맞는 공으로 내보내 다시 1, 2루로 몰린 뒤 이범호에게 3점 홈런을 두들겨 맞았다.

이것이 다가 아니었다. 곧이어 김민식에게도 백투백으로 솔로홈런을 허용했다. 다음 이명기를 중견수 플라이 처리하며 간신히 첫 이닝을 마쳤으나 이미 6실점이나 한 뒤였다.

2회말에도 실점을 피하지 못했다. 선두타자 버나디나에 2루타, 김선빈에게 안타를 맞고 또 무사 1, 3루로 몰렸다. 안치홍의 좌익수 희생플라이가 나오며 7실점째를 했다.

진땀을 흘린 현도훈은 이렇게 초반 많은 실점을 한 뒤에야 자기 공을 뿌리기 시작했다. 최형우(포수 파울플라이), 김주찬(3루수 땅볼)을 연속 범타 처리하며 2회말은 1실점으로 막아냈다.

3회말부터 현도훈은 드디어 두산 벤치가 바라는 피칭을 했다. 나지완 이범호 김민식을 공 5개만 던지고 모두 뜬공으로 잡아내 처음으로 3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4회말에도 현도훈은 투아웃까지 잘 막았다. 2사 후 김선빈에게 안타를 맞을 때까지 2회말 1사 후부터 7타자 연속 범타 처리한 데서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현도훈에게 아쉬웠던 것은 팀 타선의 지원 사격이 전혀 없었다는 점. 이날 KIA 선발은 에이스 양현종이었고, 두산 타자들은 양현종에 눌려 현도훈이 마운드를 지키는 동안 한 점도 뽑아주지 못했다.

5회말에도 마운드에 오른 현도훈은 1사 후 김주찬을 2루쪽 땅볼로 유도했다. 거의 우익수 앞까지 깊숙히 자리잡고 있던 2루수 오재원이 볼을 잡다가 떨어트렸다. 내야안타로 공식 기록됐지만, 오재원이 잡았다면 아웃시킬 수도 있는 타구여서 아쉬움이 남았다.

다음 타자 나지완에게 안타를 맞고 1, 3루가 되자 두산 벤치는 여기서 현도훈을 강판시키고 김정후를 구원 투입했다. 현도훈의 투구수는 81개였다. 김정후가 실점하지 않고 이닝을 마쳐 현도훈의 책임 점수도 늘어나지 않았다.

현도훈은 초반 난조로 난타 당하며 실망감을 안기기는 했지만 7실점한 이후 피칭에서는 가능성도 엿보였다. 0-7로 뒤진 가운데 물러난 현도훈은 패전투수가 될 가능성이 높지만, 극과 극의 모습으로 인상을 남긴 1군 신고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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