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화 이글스가 또 한 번 극적인 뒤집기 승리를 거뒀다. 지금의 한화는 '역전의 명수'라 불러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한화는 8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 원정경기에서 막판 역전극의 진수를 보여줬다. 이날 양 팀은 화끈한 타격전을 벌였고 8회까지 넥센이 9-6으로 앞서 있었다. 3점 차여서 넥센의 무난의 승리가 예상됐다.

하지만 한화의 불꽃 타선이 9회초 활활 타올랐다. 넥센 마무리 투수 조상우를 상대로 18세 루키 정은원이 투런 홈런을 쏘아올렸다. 정은원의 데뷔 첫 홈런으로 8-9, 한 점 차로 따라붙으며 분위기가 심상찮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 사진=한화 이글스


사구와 안타로 무사 1, 3루의 찬스를 만든 한화는 믿었던 송광민, 호잉이 연속 삼진으로 물러나 추격 분위기가 식는 듯했다. 그러나 2사 후 김태균이 적시타를 때려 동점을 만들었고, 이어 이성열의 연속 적시타가 터지며 10-9로 극적인 역전에 성공했다.

당연한 수순으로 9회 말 마운드에는 한화 마무리 정우람이 올랐다. 정우람은 2루타와 볼넷을 하나씩 내주며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끝내 무실점으로 리드를 지켜냈다.

한화의 막판 집념이 일궈낸 대역전승이었다. 이 경기 승리로 한화는 19승 16패가 됐고 3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2위 SK 와이번스에는 3.5게임 차로 따라붙었다.

이 한 경기 역전승으로 한화를 '역전의 명수' 운운하는 것은 아니다. 올 시즌 19승을 거두는 동안 한화는 무려 12차례나 역전승을 기록했다. 역전승 부문 공동 1위다.

역전승이 많다는 것은 역으로 한화의 선발 투수진이 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샘슨(2승 3패, 평균자책점 5.61)과 휠러(1승 3패, 5.59) 두 외국인투수가 강한 것도 아니고 김재영(2승 1패, 5.40) 배영수(1승 1패, 6.43)의 성적도 그저 그렇다.

그럼에도 한화가 뒷심을 보이며 많은 역전승을 챙기고 있는 것은 한용덕 감독이 절묘한 불펜 운영으로 선발진의 약세를 보강하고, 세이브 1위 정우람(12세이브)이 뒷문을 든든히 단속하고, 타선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집중력을 발휘해왔기 때문이다. 

한화는 지난해만 해도 리그 최다인 46차례의 역전패로 뒷심 약하기로 유명한 팀이었다. 그랬던 한화의 팀 컬러가 확 달라졌다. 

한화 패들은 지난해를 비롯해 최근 수 년간 아쉬움의 눈물을 많이 흘렸다. 올해는 감동의 눈물을 뿌리는 일이 잦아졌다.

'꼴찌 후보'로 꼽히던 한화가 '역전의 명수' 타이틀을 올 시즌 내내 이어갈 지는 미지수지만, 현재 기세가 쉽게 꺾일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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