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아파트값 8.4% 오르는 동안 서울은 18.6% 상승
30% 가까이 오른 송파 등 강남4구는 20% 이상 올라
조선업 불황 늪에 빠진 경남과 울산 등은 되레 하락
[미디어펜=김병화 기자] 주택시장 규제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 출범 후 1년동안 전국 아파트값이 10% 가깝게 올랐다. 특히, 서울 아파트값은 전국 평균 상승률의 2배를 기록했고,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의 경우 20%가 넘는 상승률을 보였다.

다만, 긍정적인 변화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상승세를 보이던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주춤하면서 안정기조로 접어들고 있다는 것.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이 서서히 효과를 내고 있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11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후 1년 동안(2017년 5월 5일~218년 5월 5일) 전국 아파트 가격은 8.36% 상승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했던 지난 2013년(-0.08%) 하락세를 보인 것과 비교하면 큰 폭의 오름세다. 박근혜 정부 출범 2년 차인 2014년에는 3.35% 상승했다.

물론, 이는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경제·사회적 환경 등을 비교하지 않은 수치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시점은 2008년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부동산 침체에 빠진 부동산시장이 어려웠던 상황이었다. 박근혜 정부 내내 주택시장 부양을 위한 정책들이 쏟아진 이유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2016년부터 나타난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를 잡아야하는 상황으로 차이가 있다.

때문에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 출범 1년 동안의 아파트값 변화 흐름을 놓고 정책적 성과를 평가하기는 다소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 문재인 정부 1년 아파트값 변동률과 최근 연도별 아파트값 변동률(%)/자료=부동산114


어쨋든 문재인 정부 출범 1년 만에 서울 아파트값 상승행진이 제동이 걸린 것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강남4구 아파트값이 지난해 8월 이후 약 8개월 만에 동반 하락한 것이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는 일단 멈췄지만 수도권과 비수도권, 수도권에서 서울과 외곽, 서울에서도 인기지역과 비인기지역 간 차별화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는 모습이다.

지난 1년 아파트값 흐름을 보면 전국 평균 8% 남짓 오르는 동안 서울은 무려 18.61%나 올랐다. '행정수도 완성'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으로 강세를 보인 세종시(8.06%)가 서울에 이어 두번째 높은 상승률을 보였고, 경기도와 대구도 각각 5.18% 오르며 비교적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경기와 대구도 전국 평균 상승률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 만큼 아파트값이 지역에 따라 등락이 크게 엇갈린 셈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최근 아파트값 흐름을 보면 과거와 같이 함께 오르거나 내리는 동반자적 흐름을 보이는 경향이 줄어들고 철저히 지역 사정에 따라 움직이는 차별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주택시장 양극화라는 표현을 많이 하는데, 지금 상황을 보면 양극화가 아니라 차별화라고 하는 게 맞다"며 "기존 매매시장이 됐든 청약시장이 됐든 주택시장 차별화는 갈수록 더 심각한 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1년 동안 서울이 20% 가까이 오르는 동안 경남이 2.5% 하락한 것을 비롯해 울산과 충남·충북은 약세를 보였다. 

경남과 울산은 조선업 불황 등 지역경제 침체가 아파트값에도 영향을 미쳤고, 충남과 충북은 인근 세종시로의 이동과 공급과잉이 집값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차별화 현상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서울의 경우 30% 가까이 오른 송파(29.54%)를 비롯해 강남4구와 광진·성동 등 6개구가 20% 넘는 상승률을 기록하는 동안 금천(5.67%)과 은평(6.0%) 등 4개구는 전국 평균 상승률을 밑돌았다.

소위 말하는 강남 접근성이 좋은 인기지역에서는 아파트값이 고공행진을 했지만 그렇지 않은 비인기지역은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미미한 것이다.

또 경기도가 비교적 높은 상승률을 보인 것과 달리 인천은 1.8% 오르는데 그쳤고, 경기도도 지역에 짜라 등락이 큰 폭으로 엇갈렸다.

경기도에서는 20%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한 과천(22.69%)과 성남(20.12%)을 비롯해 안양(10.98%)과 하남(10.65%)이 큰 폭으로 올랐지만 안성(-1.9%)과 오산(-1.21%)·안산(-0.87%)·평택(-0.87%)·여주(-0.07%)는 오히려 떨어졌다.

과천은 '제2의 강남' 효과, 분당이 속해 있는 성남 역시 강남 접근성이라는 호재로 상대적으로 아파트값 상승폭이 컸던 것이다.

반면, 안성과 오산·평택 등은 공급과잉 우려가 불거지며 아파트값도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적극적인 시장 개입을 통한 집값 안정에 정부 정책의 초점이 맞춰진 가운데, 서울을 중심으로 한 집값 급등세가 최근 진정세로 돌아서는 등 정책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며 "다만, 규제 중심의 부동산 정책에 치중하면서 주택시장도 불확실성이 커졌고, 이는 양극화 심화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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