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건 기자] '그것이 알고싶다'가 5.18 광주 민주항쟁의 아픈 상처와 진실을 조명했다.

12일 오후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5·18 특집으로 꾸며져 보안사령부와 광주 505 보안부대가 주도해온 5.18 은폐·왜곡 시도와 전방위적 사찰, 그리고 성폭행 피해 여성들의 목소리가 최초 공개됐다.

1980년 5월 광주, 한 여고에 재학 중이던 두 명의 여고생 권선주(가명·2학년)와 오정순(가명·3학년)이 각기 수상한 상처를 입고 넋이 나간 채 발견됐다. 그리고 두 사람은 얼마 안 돼 정신질환을 진단받았다.

그리고 같은 날 두 사람이 다니던 학교 근방의 또 다른 여고에서 새로운 피해자가 나타났다. 하교 후 자취방으로 향하던 여고생 최혜선(가명·2학년) 역시 의문의 상처를 입고 병원에서 발견된 것.


   
▲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캡처


이날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과 만난 최혜선 씨는 당시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정신과 약을 먹는다는 그는 "전혀 기억이 없다"면서 "차에 뛰어들고 자살 시도도 했다. 살고 싶은 희망이 없었다"고 밝혔다.

38년 전 실종 당시 상황을 묻는 말에는 "(1980년) 5월 19일에 학교가 일찍 끝났다. 선생님이 가라고 했다. 그냥 편안하게 집에 있었다. 납치당한 적이 없었다. 내 친구들에게 물어봐라"라고 답했다.

하지만 1996년 최혜선 씨의 검찰 진술 내용에 따르면 그는 "군용 화물차가 한 대 와서 군인들이 두 명 내리더니 총을 대면서 차에 타라고 했다. 아줌마들이나 저나 울면서 내려 달라고 사정했지만, 총을 들이대며 산속으로 데려갔다. 우리가 반항하자 주먹으로 얼굴을 때려서 울면서 (강간)당했다. 계엄군의 복장은 얼룩무늬였다"고 진술했다.

최혜선 씨는 자신의 과거 진술에 대해 "다 조작된 거다. 법원 간 일도 없다"라며 친오빠가 허위 진술을 시켰다고 주장했지만, 최혜선씨의 오빠는 "검찰청에 가서 (동생이) 어떤 말을 했는지 모른다. 본인이 하고 서류 써오라고 해서 갖다 줬다"라고 정반대의 증언을 내놓았다.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은 부상 정도 심사 당시 최혜선 씨의 진료기록에 '군인 5명에게 성폭행당함'이라고 적혀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최혜순 씨처럼 회피 반응을 보이는 피해자는 또 있었다.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은 오정순 씨 어머니가 고인이 된 딸의 성폭행 피해 사실을 진술한 내용을 확보했으나 오정순 씨 어머니는 "기억에 없다"고 부인했다.

심리전문가 김태경 우석대 심리학과 교수는 "진정한 의미의 부정이라기보다는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라는 메시지에 가깝다. 5.18이 포함되어 있는 이 사건들이 이전의 삶과 너무나도 극명하게 다른 삶의 포인트였던 거다. 이런 일에 대해 입에 담는 것이 너무 고통스러운 거다"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5.18 광주 민주항쟁 이후 계엄군에 의한 집단 성폭행을 당했던 여성들 중 일부는 그날의 정신적 충격으로 정신질환을 앓거나 우울증을 앓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그 중 한 여성은 정신질환을 앓다가 아버지를 살해하고 아직까지 정신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잊혀진 피해자들은 여전히 1980년의 고통스러운 기억에 머물러 있었다.

한편 '그것이 알고싶다'는 매주 토요일 오후 11시 15분에 방송된다.

[미디어펜=이동건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