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할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의 윤곽이 드러났다. 신태용 감독은 14일 월드컵 대표팀 명단 28명을 발표했다.

이번 명단에서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선수는 이승우(20, 베로나)다. 만 20세를 갓 넘긴 약관의 나이에 성인대표팀에 처음 발탁됐고, 그냥 대표팀도 아니고 월드컵 대표팀 명단에 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동안 이승우의 성인 국가대표팀 선발을 바라거나 요구하는 팬들의 목소리는 많았다. 각급 청소년 대표를 거치면서 동년배 선수들보다 월등한 기량을 뽐내온 이승우다. 스페인 명문 바르셀로나 유스팀에서 기량도 갈고 닦았다. 하지만 튀는 성격, 성인 무대에서의 경험 부족 등으로 매번 이름만 거론됐지 성인대표팀의 콜을 받지는 못했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이런 이승우를 신태용 감독은 왜 월드컵 대표팀 명단에 포함시켰을까.

일단 이승우는 이전과는 다른 '자격'을 갖췄다. 이번 2017-2018 시즌 개막 직후 이승우는 바르셀로나를 떠나 이탈리아 세리에A 베로나로 이적했다. 그리고 주전은 아니었지만 교체 멤버로 출전하며 성인무대 경험을 쌓았고 지난 6일 명문 AC밀란전에서 데뷔골까지 터뜨렸다.

신태용 감독도 이승우 발탁 배경에 대해 "이승우가 베로나에서 많은 출전 기회는 얻지 못했지만, 지금 많이 성장했다. 또 첫 골을 넣는 등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상당히 발전 가능성이 있어 뽑았다"고 이승우가 이제는 대표팀으로 불러도 될 자격을 갖췄음을 밝혔다. 

단순히 가능성만 보고 월드컵에 데려갈 수는 없다. 이승우는 신태용 감독의 구상에 어울리는 기량도 가졌다. 신 감독은 "이승우가 상대 팀 수비 뒷 공간을 파고드는 움직임이 좋다. 만약 이승우가 (월드컵에) 간다면 문전에서 많은 파울을 얻을 수 있다. 또 상대 선수들의 신체 조건이 좋다. 작은 선수가 민첩하게 움직이면 좋을 거라 판단했다"고 추가 설명을 했다. 신 감독은 특히 장신 선수가 많은 스웨덴전에서 이승우와 같은 플레이 스타일이 요긴하게 쓰일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내비치기도 했다.

아직 이승우가 월드컵 최종 엔트리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신 감독은 이번에 28명의 명단을 발표했고, 국내 훈련과 2차례 평가전을 치르면서 최종 23명의 엔트리를 확정한다. 이승우는 첫 소집되는 A대표팀에서 살아남아 23명 안에 드는 1차 관문을 통과해야 러시아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을 수 있다.

이승우의 이번 대표팀 발탁으로 비슷한 길을 걸어온 백승호(21)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백승호 역시 청소년 대표팀에서 간판스타로 성장해왔고 바르셀로나 유스팀과 후베닐 등을 거치며 선진축구 경험을 쌓았다. 백승호도 지난해 프리메라리가 승격팀 지로나FC로 이적했고 현재는 지로나의 2군팀 페랄라다에서 뛰고 있다. 하지만 성인대표팀 발탁에 있어서는 백승호가 이승우에게 한 발 뒤지게 됐다.

이승우는 앞으로 한국 축구의 미래를 이끌 대표팀의 차세대 주자 가운데 유일하게 러시아 월드컵 출전 기회를 잡았다. 최종 엔트리에 들고 본선 무대를 밟는 것은 이제 이승우 하기에 달렸다. 스스로 경쟁력을 증명하면서 성인무대에서도 얼마든지 통할 만큼 실력을 쌓았음을 증명해야 한다. 그동안에도 꽃길을 밟아온 이승우지만 이제 눈앞에 더욱 넓고 향기로운 꽃길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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