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자정넘겨까지 진통, 금감원 검사 종료때까지 유보 파행

KB국민은행의 전산시스템 교체가 결국 연기됐다. 사실상 국민은행 경연진을 대상으로 집요한 로비를 진행해온 IBM이 현재의 전산시스템을 계속 유지하게 될 전망이다. 금감원의 검사가 언제 끝날 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내년 4월로 예정된  유닉스기반 전산시스템 교체는 물 건너간 것이다. 이번 보류에 대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답답하다는 게 은행안팎의 설명이다.  IBM의도대로 경영진과 감사 이사회가 질질 끌려다니는 꼴이다.

KB국민은행  이사회는 30일 금융감독원의 검사가 끝날 때까지 전산 시스템 교체 절차를 전면 보류키로 했다. 이사회는 비싼 유지비를 물어야 하는 IBM전산시스템을 경쟁입찰이 가능하고 유지비도 저렴한 유닉스체제로 교체키로 했다. 은행 이사회와 감사위원회는 30일 오후 5시부터 시작됐지만, 갈등 해결의 공을 금감원에 넘긴 채 자정을 넘겨서야 종료되는 등 진통을 겪었다. 이건호 행장과 정병기 감사의 석연치 않은 보류 요구로 전산시스템 교체 문제는 파행으로 끝난 것이다.

   
▲ 이건호 KB국민은행장

이건호행장은 지난해 이사회에서 IBM시스템을 유닉스기반 전산시스템으로 교체하는 것에 대해 찬성했다가 최근 입장을 번복해 현재의 IBM전산시스템을 쓰자는 쪽으로 방향을 사외이사들을 당황하게 했다. 여기에 정병기 감사가 감사위원회와 이사회의 의결을 무시한 돌출행동과 금감원 검사 요청 등으로 전산시스템 교체문제는 결국 보류되는 상처를 입게 됐다.   

김중웅 이사회 의장은 "경영협의회에서 결정된 의견을 존중한 결정"했다면서 "지난 4월24일 이사회가 결의한 IBM시스템을 유닉스 기종으로 전환하는 절차를 일시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감독원의 결과를 지켜보고 신중하게 접근하자는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번 보류 결정으로 KB국민은행의 내년 전산시스템 교체는 사실상 물건너갔다. 전산시스템 교체에 필요한 입찰과 벤치마크테스트(BMT)등에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는 전산시스템 교체를 위한 입찰에 SK C&C만 참가한 데서 잘 드러난다. 현재의 불투명한 여건에서 유닉스기반 전산시스템 교체를 위한 입찰에 참여할 업체가 없기 때문이다. 국내 은행중 신한은행 등 대부분이 IBM시스템을 폐기하고 유닉스기반 전산시스템으로 교체했다. 우리은행도 민영화되는대로 유닉스로 바꿀 예정이다. IBM는 장비공급가격은 낮게 책정하지만, 유지보수비를 지나치게 요구하는 등 문제가 많아 국내 은행들은 유닉스로 교체했다. 국민은행도 이같은 흐름에 맞춰 전산시스템을 교체하려다가 벽에 부딪치는 상처를 입게됐다. 가뜩이나 수익성 악화로 비용절감이 시급한 상황에서 안타까운 일이 벌어진 것이다. [미디어펜=장영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