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일을 하는데 건설업 등록 왜 필요한지 몰라"
"공급인력 확보 등의 이유로 분양가 상승 빌미 줄 수도"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정부가 건설업 면허를 소지하지 않은 분양대행사들의 아파트 분양대행업 행위를 금지하면서 분양시장이 큰 혼란에 빠졌다. 분양 연기 등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상황이다.

   
▲ 분양을 위해 문을 연 한 건설사 견본주택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사진 제공=제일건설


14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각 지방자치단체와 한국주택협회 등에 ‘무등록 분양대행업체에 대한 분양대행업무 금지’ 공문을 발송했다. 

해당 공문에는 ‘건설업 등록 사업자’가 아니면 분양대행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할 수 없으며, 이를 어길 경우 최대 6개월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주택공급규칙(제50조 제4항)은 청약 관련 업무를 사업주체가 직접 수행하거나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른 건설업 등록을 한 자가 대행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지난 2007년 8월 신설됐다. 

혼탁해진 아파트 분양시장의 질서를 잡기 위한 것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지만 건설업계는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행정"이라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고,  그대로 진행될 경우 면허 대여 등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의 요구대로 분양대행사가 건설업 등록을 하기 위해서는 2007년 8월 신설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라 자본금 5억원, 5명 이상(중급 2명·초급 3명) 기술자 고용, 건설공제조합에 출자금 예치 등 조건을 갖춰야 한다. 

분양대행사가 신규 건설업 등록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한 달 남짓한 시간과 법인비용, 기업진단비용 등 당장 1억 원이 넘는 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 

분양대행사 한 관계자는 “분양대행사의 주요 업무는 건축이 아니라 마케팅이고, 마케팅 일을 하는데 건설업 등록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건설업 면허를 보유하라는 것은 휴대전화 판매원에게 제작 관련 기술을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부당함을 호소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아무리 면허 취득을 서두른다고 해도 승인까지 20여 일 남짓한 물리적 시간이 필요한 일인 만큼 수주 물량을 놓치거나 개관 일정 연기 등의 상황도 불가피”하다고 호소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분양 대행사 잡기가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수천 만원에 달하는 건설 기술자들의 인건비 등이 분양대행 비용에 포함될 것이고, 이는 건설사 공사비 증가로 이어져 결국 분양가가 증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분양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건설사가 책정하는 분양가에는 홍보 등 모든 제반 비용이 포함된다”며 “전문 인력 고용에 따른 인건비 상승 등이 결론적으로는 분양가 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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