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헌 회장 15주기(8월4일)를 앞두고 현대그룹이 10년 만의 남북 해빙 무드에 반색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지난 정권에서 막혔던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등으로 인해 대북 사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올해로 현대그룹이 금강산 관광을 시작 20년째, 중단된 지 10년을 맞았다. 현정은 회장이 진두지휘할 현대그룹과 대북사업의 현황과 미래를 3회에 걸쳐 짚어본다.<편집자주>

   
▲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미디어펜=최주영 기자]“비록 군사적 긴장으로 인해 남북 대화와 교류의 문이 닫혀있고 어두운 전망이 거론되지만, 선대회장님의 유지(遺志)인 남·북간 경제협력과 공동번영은 반드시 우리 현대그룹에 의해 꽃피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2018년 신년사 中>

남북 경제협력 사업에 힘을 기울여 온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지난 보수정권에서 안타까운 시간을 흘려보내야 했다. 시아버지인 고(故) 정주영 현대 창업주와 남편인 고 정몽헌 회장이 일궈놓은 금강산 관광 등 경협사업이 하나 둘 중단될 때마다 가슴이 미어지는 아픔을 견뎌야 했다. 

하지만 현 회장은 사업을 포기하지 않았고 문재인 정부 들어 남·북 관계가 해빙무드로 바뀌면서 현대그룹의 재도약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매주 화요일마다 실무진 회의… 금강산 관광 우선 추진

“남북 화해와 통일의 초석을 놓고자 했던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과 고 정몽헌 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나가자”며 “지난 20여 년간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사업재개 준비를 해달라”

현정은 회장은 매주 화요일마다 그룹 내 ‘남북경협사업 태스크포스팀(TFT)’ 정기 회의에 참석해 대북 사업 관련 현안을 직접 챙기고 있다. 현대그룹은 지난 8일 현대아산을 주축으로 ‘남북경협사업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린 바 있는데, 이는 남북 정상회담이 끝난 지 일주일만에 만들어진 것이다. 현 회장의 강한 사업 재개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TF는 현대그룹 전략기획본부장이 대표위원을 맡아 실무를 책임지고, 현대그룹 계열사 대표들이 자문역할을 맡고 있다. 우선 2008년 중단된 금강산 관광 및 개성관광 재개,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한 실무 검토에 집중하는 것이 주 과제로 꼽힌 상황이다. 

   
▲ 현대그룹 ‘남북경협사업 TFT' 조직도 /자료=현대그룹


현대그룹이 1998년 시작한 금강산 사업은 2008년 7월 ‘관광객 피살사건’ 이후 사업이 중단됐다. 현대그룹은 약 190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했고 2005년부터 관광이 중단되기 전까지 흑자를 기록했던 사업인 만큼 사업성은 여전하다고 보고 있다. 남북경협이 재개되면 약 6000억 원을 투자한 개성공단 사업도 대륙진출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북측과 맺은 7대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대한 착수도 검토할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아산은 2000년 8월 아태평화위원회로부터 7대 SOC 사업권을 얻었다. 사업 기간은 30년 이상으로, 현대그룹은 약 5300억 원의 선수금을 지급한 상황이다. 이 부분에 대해 북측과 합의해 철도, 통신, 전력, 통천비행장, 금강산 물자원, 주요 명승지 종합 관광사업(백두산, 묘향산, 칠보산) 등을 펼칠 수 있을 전망이다.

현대그룹으로서는 북한과 합의서를 정식 체결한 2003년 이후에도 북측에서도 사업 이행 의지를 밝힌 바 있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주장이다. 현대아산이 보유한 대북사업권은 제3국보다 우선적으로 북측 내 주요 사업권을 확보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는 설명이다.

개성공단 확장 사업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당시 “개성공단을 2단계 250만 평을 넘어 3단계 2000만 평까지 확장 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바 있다. 현대아산 측 자료에 따르면 개성공단 900만평 확장을 위해서만 9조 1300억 원이 들어갈 것으로 집계되며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2000만평을 개발할 경우 20조원에 이르는 재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 북미회담·UN 대북제재 등 넘을 산 많아

그러나 현대그룹은 최근 남·북 해빙 무드에도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초 현정은 회장은 정치적 상황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대북 사업을 지속 추진한다는 전략이지만 대외적 여건이 악화될 경우 언제든 북한이 대화를 차단하고 나올 수 있어서다. 

   
▲ 현대아산의 개성관광 사업. 육로로 이동중인 버스들. /사진=현대그룹

더욱 중요한 것은 남북 경협 사업이 남북한의 의지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당장 내달 12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되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실질적 '경협'에 대한 합의의 전초까지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외에도 유엔 결의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에 따르면 북한과 어떤 합작사업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대그룹이 북한으로부터 공식적으로 사업권을 인정받는 것도 과제다. 북한은 2011년 북한은 금강산 관광 사업에서 현대아산의 독점적 권리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정은 회장도 이 때문에 조심스런 행보를 보일 수밖에 없다. 

현대그룹이 주장하는 북한의 7대 SOC사업권도 합의를 한 지 18년이나 지난 상황이라 당시의 사업권리가 그대로 유지될 지도 의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아직 북미 회담이 열리지 않았고 북한의 대외 행보에 대한 변수가 남아있지만 현대그룹이  남북경협을 오랫동안 해온 만큼 대내외적인 환경이 우호적으로 유지되면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