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화 이글스가 또 한 번 역전승을 거두며 진격의 발걸음을 계속했다. 중위권 경쟁을 넘어 슬슬 선두권 다툼에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다.

한화는 16일 kt와 대전 홈경기에서 0-4로 뒤지다 중반 역전에 성공한 뒤 그대로 리드를 지켜 5-4로 승리했다. 23승 18패가 된 한화는 2위 SK 와이번스에 2.5게임 차로 따라붙었다. 2위 자리가 추격 가시권 안에 들어온 것이다.

한화는 최근 10경기 성적에서 7승 3패로 롯데와 함께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3월말 공동 7위, 4월 말 5위였던 한화가 돌풍의 주역이 돼 현재 3위 자리를 다지며 더 높은 순위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 사진=한화 이글스

한화의 달라진 팀 분위기는 경기를 보면 알 수 있다. 끌려가는 경기를 해도 선수들은 위축되지 않고 자신감 있게 플레이를 펼치고 기회를 잡으면 상대를 괴롭혀 역전에 성공한다. 경기 후반 리드는 막강해진 불펜진이 든든히 지켜낸다.

한화의 이같은 상승세는 특정 선수에 의존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5월 들어 한화가 승리한 9경기의 내용을 살펴보면 승리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선수들의 면면이 계속 바뀐 것을 알 수 있다. 선수들이 돌아가며 잘함으로써 매 경기 새로운 에너지를 보충하고 있는 것이 한화가 잘 나가는 비결인 셈이다.

16일 kt전 승리에는 6회 터진 이성열의 역전 3점홈런이 결정적이었다. 13일 NC전에서는 선발 샘슨이 7⅓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는 깜짝 호투를 해 4-0 승리를 이끌었다. 

8~9일 넥센과 3연전을 싹쓸이할 때도 그랬다. 8일 첫 경기는 6-9로 뒤져 패색이 짙던 9회 4점을 뽑아 대역전극을 펼치며 10-9로 이겼다. 신인 정은원이 투런홈런으로 추격에 불을 붙였고 이성열이 결승타를 때려 거둔 역전승이었다. 9일에는 하주석 김태균의 투런포 합창에 휠러의 5⅓이닝 무실점 역투가 더해져 4-1로 이겼다. 10일에는 김재영의 5⅔이닝 1실점 호투가 3-1 승리의 발판이 됐다.

4일 삼성전 승리도 9회 역전극이었다. 5-6으로 뒤지던 9회 호잉의 역전 3점포 등으로 4점을 내 9-6 역전극을 펼쳤다.

   
▲ 사진=한화 이글스


1~3일에는 LG와 3연전을 스윕했다. 첫 경기에선 호잉의 홈런 두 방으로 승기를 잡아 6-5로 이겼다. 2일 LG전도 9회 역전 드라마였다. 2-3으로 뒤지다 이성열의 동점타에 이은 지성준의 끝내기 안타가 나오며 4-3으로 역전승했다. 3일 경기에선 배영수가 6이닝 1실점 호투로 승리 발판을 놓고 송광민이 결승타를 때려 7-3으로 이겼다.

이렇게 골고루 좋은 활약을 한 반면 '고정적으로' 잘 한 선수들도 있다. 바로 마무리 정우람을 주축으로 안영명 송은범 서균으로 이뤄진 불펜 필승조다. 이들은 경기 후반 리드 상황이나 역전에 성공하면 어김없이 번갈아 마운드에 올라 승리를 지켜낸다.

올 시즌 대부분의 팀들이 확실한 마무리 부재와 불펜 약화로 고민하고 있다. 한화와 롯데, 그리고 두산 정도가 상대적으로 탄탄한 불펜 전력을 갖춰 경기 후반을 편하게 치르고 있는 편이다.

한화의 기세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특정 선수에 의존한 상승세였다면 그 선수의 부침에 따라 팀 분위기도 롤러코스터를 탈 수 있다. 한화는 마운드와 타선에서 베테랑이, 신인이, 외국인선수가 돌아가며 고루 잘 해내고 있다. 바로 이런 점에서 독수리군단이 더 높이 날아오를 가능성을 엿보게 된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