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나의 아저씨'가 끝났다.  예상했던 대로, 또는 기대했던 대로 따뜻하면서 짙은 여운을 남긴 채 종영됐다.

드라마를 보면서 점점 깊어졌던 생각. '나의 아저씨' 이선균이 '아저씨' 원빈보다 더 가깝게 다가왔고 그를 지지하게 됐다. 

   
▲ 사진=영화 '아저씨', tvN '나의 아저씨' 스틸컷


tvN 수목 드라마 '나의 아저씨'(연출 김원석, 극본 박해영)가 17일 방송된 16회로 막을 내렸다. 이지안(이지은)은 박동훈(이선균)과 함께 할머니(손숙)를 찾아갔다. 할머니는 귀한 인연을 강조하며 "갚아야 돼. 행복해야 돼. 그게 갚는 거야"라는, 유언과도 같은 말을 이지안에게 해줬다.

이지안은 박동훈의 권유대로 경찰서를 찾아가 자수했고, 강윤희(이지아)가 변호인을 맡아줬다. 도준영(김영민)은 경찰 조사에서 박상무(정해균)를 자르는 작업을 이지안 혼자 꾸민 것이며 도청까지 했다고 몰아붙였다. 이지안은 궁지에 몰렸지만 모든 통화 녹음 자료를 빼돌렸던 이광일(장기용)이 도준영 측의 추적을 피해 박동훈에게 그 증거들을 넘겨줬다.(이광일은 이지안과 분명 애증의 관계였고, 녹음 내용을 들으면서 이지안의 진심과 박동훈의 참된 인간성을 알게 돼 마지막 순간 이지안을 도왔다)

와중에 이지안의 할머니는 돌아가셨다. 가족도 없는 이지안을 위해 박동훈 삼형제가 나섰다. 형 박상훈(박도훈)은 몰래 모아왔던 돈을 털어 장례비용으로 내놓았고, 정희(오나라)를 비롯한 후계동 이웃들과 조기축구 회원들, 박동훈 회사 사람들이 조문을 와 장례식장이 썰렁하지 않게 해줬다.

주변 정리가 된 이지안은 박동훈을 만나 부산으로 내려가게 된 사실을 알렸다. 회장님(신구)이 부산에 있는 친구 회사에 취직을 시켜준 것. 이지안은 다른 사람이 돼 새롭게 살아가보고 싶다고 했고, 박동훈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나타냈다. 박동훈은 오히려 다 죽어가던 자신을 살려준 것이 이지안이었다며 "행복하게 살자"고 다짐했다. 헤어지면서 이지안은 "한 번 안아봐도 돼요"라고 했고, 박동훈은 이지안을 따뜻하게 안아줬다.

세월이 흘러, 회사를 그만둔 박동훈은 몇몇 동료들과 회사를 꾸려 사장이 됐고 이지안은 서울에 새 직장을 구해 평범하면서도 성실한 회사원이 돼 있었다. 우연히 재회한 박동훈과 이지안, 행복하게 살고 있는 서로의 모습을 확인하는 것으로 드라마는 막을 내렸다.

'나의 아저씨'는 방영 전부터 논란이 있었다. 남녀 주인공 이선균과 이지은(아이유)의 나이 차가 너무 나, 로리타 콤플렉스에 기댄 드라마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

   
▲ 사진=영화 '아저씨', tvN '나의 아저씨' 스틸컷


개인적으로는 그런 설정보다는, 제목에 주목했다. 왜 '나의 아저씨'일까. 당연히 영화 '아저씨'가 떠올랐다. 원빈이 곤경에 처한 이웃의 어린 여자(김새론)를 지키기 위해 온몸을 불사르는 화려한 액션으로 카타르시스를 안겼던 영화가 '아저씨'였다.

나이 많은 남자, 즉 아저씨(이선균-원빈)가 주위의 어려움에 처한 나이 차 많은 어린 여자(이지은-김새론)에게 연민을 느끼고, 사회적 약자를 위해 적극적으로 돕는다. '나의 아저씨'와 '아저씨'는 이렇게 이야기의 기본 얼개도 비슷했다.

'나의 아저씨'는 그럼에도 노골적으로 제목에서부터 '아저씨'를 드러냈다. 작가와 연출가가 아무 생각이 없거나(그냥 우연이거나), '아저씨' 이상의 작품을 만들겠다는 자신감을 가졌을 것이다. 물론, 결론은 후자였다.

아저씨 원빈과 나의 아저씨 이선균은 선함(옳음)을 지키는 방식이 달랐다. 온몸이 무기인 특수요원 출신 원빈은 폭력에 철저하게 폭력으로 맞서며 악을 응징했다. 평범한 직장인 이선균은 부조리한 사회악에 상식을 앞세워 정도를 걷는 것으로 맞섰다. 윈빈은 피의 복수로 김새론을 지켰고, 이선균은 따뜻한 말과 위로로 이지은을 지켰다. 원빈은 고독하게 혼자의 힘으로 싸웠고, 이선균은 가족-동료-이웃과 연계한 힘으로 싸웠다.

원빈이 끝내 김새론을 지켜냈을 때 통쾌했다. 이선균이 끝내 이지은에게 평범한 삶의 행복을 안겨줬을 때 가슴 뭉클했다.

개인적으로 원빈보다 이선균의 손을 들어주고 싶은 것은 박동훈 캐릭터가 더 현실적이어서이다. 특수훈련을 받아 무술과 무기 사용에 능하고, 악당 몇 명쯤은 쓱싹 해치울 수 있는 원빈같이 잘 생긴 '아저씨'를 어디에서 만날 수 있을까. 어려운 사람들을 돌아보고 따뜻한 말 한 마디와 사랑의 손길을 내미는 '나의 아저씨'는 그래도 주위에서 가끔 보지 않는가.

지금도 어디에선가 삶의 무게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을 이 땅의 '지안'이 주위에 있는 '나의 아저씨'를 꼭 만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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