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에 발맞춰 코스닥벤처펀드가 2조 5000억원규모로 불어나며 흥행에 성공했지만 정작 시장의 시선은 우려스럽다. 바이오주 편입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벤처펀드의 리스크가 높아졌다는 지적이 가장 먼저 나온다. 공모가격 과열의 가능성도 점점 부각되고 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주요 정책 중 하나로 각광받고 있는 코스닥벤처펀드가 흥행몰이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불과 한 달 반 만에 2조 5000억원 정도의 자금을 끌어 모으며 명실상부한 ‘히트상품’의 지위를 획득한 것이다.

   
▲ 최종구 금융위원장(사진 오른쪽)이 지난달 5일 오전 서울 마포구 IBK기업은행 창업보육센터에서 코스닥벤처펀드에 가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벤처펀드는 자산의 50% 이상을 벤처기업이나 벤처기업에서 해제된 후 7년 이내의 코스닥 상장 중소‧중견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개발됐다. 지난달 5일 이후 지난 9일까지 벤처펀드의 누적 판매액은 2조 4049억원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10개 공모펀드에 6727억원이 유입됐고, 172개 사모펀드에 1조 7322억원의 자금이 공급됐다. 

코스닥벤처펀드의 또 다른 특징은 투자자들에게 주어지는 세제 혜택이다. 투자 금액 중 3000만원까지 10%(최대 300만원, 3년 이상 유지시) 소득공제 혜택을 부여한다. 올해 들어 비과세 해외펀드 등 세제 혜택을 주던 투자 상품이 사라지면서 벤처펀드는 더 많은 관심을 받았다. 

벤처펀드가 시장의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점에서는 거의 모든 이들이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단, 수익률을 비롯한 ‘결과’ 측면에선 우려의 시선도 없지 않다. 지난달 5일 설정된 이후 벤처펀드는 현재 약 3% 정도의 손실을 기록 중이다.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23개 사모형 벤처펀드의 경우도 평균 0.7% 수준의 수익률에 그치고 있다.

이와 같은 결과는 벤처펀드가 다수의 바이오기업들에 투자를 했다는 점과 관련이 있다.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 문제가 부각되면서 바이오주 전반적으로 주가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코스닥 대장주인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최근 한 달간 8%, 시총 2위인 신라젠은 30%가량 주가가 하락했다. 자연스럽게 코스닥 지수에도 악영향이 갔다. 벤처펀드 출범 이후 코스닥은 약 2.1% 하락했다. 벤처펀드 중에서는 현 시점에서 벌써 –9%의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는 것도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문제는 금융당국과 바이오로직스가 정면으로 부딪히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단순히 ‘일개 바이오 기업’이 아니라 바이오주 전반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존재임이 증명되면서 당국의 ‘칼날’에도 부담이 실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문재인 정부 최고의 주력상품인 벤처펀드의 앞날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끼치는 영향력이 적지 않음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벤처펀드들은 15% 이상의 비중으로 반드시 벤처기업 신주에 투자해야 한다. 자연스럽게 공모주에 시선이 갈 수밖에 없는데, 이 과정에서 공모가격 과열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이미 일부 종목들이 상장을 준비 중인 과정에서 공모가가 회사 측이 제시한 희망가격 범위를 훌쩍 뛰어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공모가격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상장 이후 주가 하락으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에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와 금융당국으로서는 코스닥벤처펀드를 반드시 성공시키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기업들에 대해 하고 있는 여러 가지 규제들이 벤처펀드 실적 악화로 돌아올 가능성이 적지 않아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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