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바이오젠이 지난 18일 주식매수청구권(콜옵션) 행사 의사를 내비치면서 삼성바이로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이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한 양상이다.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2012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공동 설립한 다국적제약사로, 이번 콜옵션 행사가 분식회계 사실을 부정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장에 힘이 실어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젠으로부터 ‘콜옵션 행사’ 의사를 표명하는 서신을 받았다고 지난 18일 공시했다. 이 서신에서 바이오젠은 내달 29일까지 콜옵션을 행사할 예정이란 의사를 전했다.

   
▲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가 지난 1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감리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보유한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 중 약 44.6%를 소유할 수 있다. 콜옵션 행사기한인 내달 말 기준으로 바이오젠은 주당 5만원씩 투자원금으로 약 4613억원, 이자로 2500억원 등 총 7000억원을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납입해야 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015년 말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연결)에서 관계회사(지분법)로 변경하면서 기업가치를 장부가액(2905억원)에서 공정가액(4조 8806억원)으로 바꿔 기입했다. 이 부분이 이번 분식회계 이슈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로 부상했지만,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로 인해 판도가 바뀌게 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장에 한 층 힘이 실리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당시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가 없었는데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지분법 회사로 변경한 부분을 놓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를 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바이오젠이 콜옵션 행사 의사를 밝히면서 금감원 판단의 주요 근거 중 하나가 흔들리게 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일련의 회계 처리에 대해 ‘국제 회계기준을 따른 적법한 절차’라는 입장을 계속 고수하고 있다. 

당국은 이미 삼성바이오로직스 문제를 두고 감리위원회를 가동시킨 상태다. 오는 25일 2차 감리위원회 회의가 재판 형식을 본뜬 대심제 형식으로 진행될 예정인바, 이번 콜옵션 행사는 감리위에도 크고 작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논쟁의 불씨가 남아있는 부분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젠에 콜옵션 행사를 종용했을 가능성이다. 그러나 삼성 측이 기업가치를 장부가액에서 공정가액에서 바꿔 기입한 이유가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을 염두에 뒀었던 것이라는 논리를 펼 경우 당국의 논리는 막다른 길에 봉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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