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 지배구조속 LCD 배터리 씨앗 큰 결실, 투명상속 국민사랑 받아야
그가 천국에 가는 길은 단촐했다.

그룹 매출 160조원대의 총수의 마지막 가는 길은 소박했다. 화려함을 뒤로 했다. 외부조문도 사절하고 가족장으로 치렀다. 73세에 영면했지만, 그가 남긴 업적은 한국재계역사에서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구본무회장은 LG그룹을 초일류기업으로 도약시켰다. 부친 구자경 명예회장으로부터 95년 경영권을 승계한 후 전자와 화학을 두 개의 축으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럭키금성그룹을 전국민이 사랑하는 LG그룹으로 비상하게 했다. 그룹매출은 30조원에서 160조원으로 5배이상 커졌다. 2005년 허씨가의 GS그룹, 구씨 방계 LS그룹과 계열분리를 하고도 글로벌 초일류기업으로 만들었다.

구회장은 재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이었다. 지배구조와 그룹경영에서 가장 깨끗한 이미지를 남겼다. 형제나 가족간에 재산권 분쟁이나 갈등이 없었다. GS와 계열분리할 때도 현금유동성이 풍부한 GS에너지를 넘겨주는 등 통큰 분리를 했다.

재계홍보실과 법무팀은 총수등과 관련해 검찰소환과 수사, 구속 등으로 관련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4대그룹 중 LG홍보실만은 검찰과 경찰 공정위 등 권력기관과 관련한 심각한 리스크가 없었다.

   
▲ LG 구본무회장이 영면에 들어갔다. 구회장은 소신경영과 미래를 대비한 경영으로 LCD와 전기차 등에 대해 공격적인 투자를 했다. 30조원에 불과했던 그룹매출은 160조원대로 5배이상 성장했다. 구회장의 뒤를 이은 구광모리더십은 보수적 그룹문화를 환골탈태하고, 국가경제를 위한 미래씨앗을 뿌려야 한다. /LG 제공.

빈소를 찾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문재인대통령이 정말 존경받는 재계의 큰별이 가셨다며 애도의 뜻을 표했다"고 전했다. 촛불민중정권이 재벌개혁을 위해 강한 압박을 가하는 상황에서 LG그룹에 대해선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는 셈이다. 4대그룹중 문대통령이 찾아간 곳은 LG 마곡 사이언스파크와 현대차 수소차 자율주행차 시험장이었다. 김동연 부총리도 취임후 LG를 가장 먼저 찾아갔다. 그만큼 재계에서 가장 존경받고, 재벌을 적폐집단으로 낙인찍은 상황에서도 LG는 가장 모범적인 그룹이다.
 
그는 많은 업적을 남겼다. 김대중정부 시절 지주사전환을 가장 먼저 단행해 지배구조로 인한 리스크를 해소했다. 삼성 현대차 등은 순환출자해소를 위해 최근 지주사 설립이나 계열사 합병등으로 고심하고 있다. LG는 2000년대 일찌감치 지주사로 전환했다. 역대정권마다 재벌개혁에 방점을 찍고 재계를 압박했지만, LG는 모범적인 지배구조 회사로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소신과 뚝심의 경영자로 정평이 나있다. 그룹의 미래와 국가경제를 위해서라면 초기 손해를 무릅쓰고 공격적인 투자를 했다. 임기에 연연하지 않고, 10년, 30년, 50년, 100연을 내다보고 장기적인 투자를 했다. 구회장의 뚝심경영은 오너경영의 최대 강점을 보인 케이스다. LCD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통해 세계1위의 경쟁력을 확보한 것도 성공사례다. LCD산업에는 지금까지 40조원을 쏟아부었다. 95년 15억원의 매출에 불과했지만, 28조원으로 초고속 성장시켰다. 그는 미래를 내다보고 씨앗을 뿌리는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친환경 전기차용 배터리에 대해 일찌감치 그룹의 가용자원을 집중 투입한 것도 뛰어난 리더십을 보여준다. 미래먹거리를 위해 과감한 투자를 했다. LG화학이 생산하는 배터리는 미국의 GM 등 세계유수의 자동차회사들에 납품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서울 강서 마곡에 대규모 연구개발단지를 조성한 것도 미래를 대비한 포석이다. 그는 “어려워도 연구개발투자는 줄이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룹성장이 연구개발에 있음을 주시하고, 뛰어난 연구자들을 유치하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마곡 LG사이언스파크는 LG의 미래를 더욱 밝게 해주는 핵심기지가 각광받고 있다.

아픔과 시련도 있었다. 반도체를 김대정부 빅딜압박으로 옛 현대그룹에 넘겨야 했다. 이후 반도체사업을 다시 인수할 기회가 있었지만, 끝내 관심을 갖지 않았다. 반도체 빅딜을 주선했던 전경련 회장단회의에 끝까지 불참했다. LG가 키운 반도체사업은 SK그룹이 인수해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2003년 카드사태로 LG카드와 증권등 금융계열사를 매각하거나 내놓은 것도 아쉬움이 크다. 글로벌기업 입장에서 금융부문이 없는 것은 마케팅과 파이낸싱 신사업 진출등에서 부담요인이 되고 있다.   

구본무회장은 구씨의 열조로 돌아갔다. LG그룹은 장남 구광모상무가 이어받았다. 구광모의 뉴LG호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국가경제의 견인차가 돼야 한다. 40의 젊은 구광모체제는 미래먹거리개발과 투자 덩치키우기등에서 부친을 넘어야 한다.

보수적 경영문화를 보다 역동적인 그룹으로 환골탈태시켜야 한다. 구회장은 취임이후 23년간 그룹규모를 5배나 성장시켰다. 구광모리더십은 그 이상의 실적을 내야 한다. 투명한 경영상속으로 지금같은 국민의 사랑을 지속적으로 받아야 한다. 구회장의 천국안식과 영면을 기원한다. /미디어펜 사설

[미디어펜=편집국]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