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롯데 자이언츠가 5위에서 한 경기 결과로 7위로 떨어졌다.

롯데는 22일 삼성 라이온즈와 대구 원정경기에서 4-10으로 역전패했다. 이 패배로 22승 23패가 되며 5할 승률을 지키지 못한 롯데는 LG·넥센(이상 24승 25패)에게 공동 5위를 내주고 7위로 미끄러졌다.

사실 순위 하락은 큰 문제는 아니다. 롯데는 LG·넥센과 승차 없이 승률에서 조금 뒤질 뿐이다.

정작 문제는 이날 경기 내용에 있었다. 롯데는 듀브론트의 6이닝 무실점 역투와 전준우 손아섭의 홈런 등으로 6회까지 4-0으로 앞서 있었다. 그런데 삼성에 7회말 5실점해 역전을 당했고, 8회말 또 5실점해 그대로 경기를 내줬다.

역전패야 있을 수 있지만 그 과정이 뼈아팠다. 실책이 잇따르며 스스로 분위기를 가라앉혔고, 막강 위력을 자랑하던 불펜 필승조가 동반 부진해 위기를 넘기지 못했던 것.

7회말 들면서 롯데는 제 몫을 다한 선발투수 듀브론트 대신 진명호를 투입했다. 필승조 가동이었다. 흔히 '오명락'으로 불리는 오현택-진명호-손승락은 철벽 불펜을 구축해 롯데의 경기 후반을 든든히 지켜왔다. 이날 역시 4점 차 리드를 이들이 충분히 막아줄 것으로 기대됐다.

   
▲ 사진=롯데 자이언츠


진명호가 첫 상대한 타자 강한울을 유격수 땅볼 유도했다. 까다롭지 않은 타구였는데 유격수 문규현이 제대로 포구하지 못하고 펌블했다. 무사에 실책이 나오면서 주자를 내보낸 것이 롯데 비극의 시작이었다. 문규현은 1회초에도 선두타자 박해민의 내야안타 타구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악송구하는 실책을 범한 바 있다.(이 실책으로 1사 3루 위기가 있었지만 듀브론트가 실점 없이 막아냈다.)

진명호는 다음 대타 박한이에게 안타를 맞고 무사 1, 3루로 몰렸다. 박해민의 땅볼 때 1실점하긴 했으나 김헌곤을 외야 뜬공 처리하며 투아웃까지 잡았다. 계속된 2사 2루에서 이원석에게 2루타를 맞고 추가 실점한 것이 진명호로서는 아쉬웠다. 4-2로 점수 차가 좁혀지고 주자 2루의 위기가 이어지자, 롯데 벤치는 두번째 '믿고 쓰는 카드' 오현택으로 마운드를 교체했다.

진명호가 실책으로 흔들리며 2실점했다면, 오현택은 평소와 다르게 제구가 예리하지 못해 연속해서 결정타를 맞고 무너졌다. 등판하자마자 러프에게 적시타를 맞고 4-3 추격을 당한 뒤 강민호에게 던진 초구를 통타당해 역전 투런홈런을 허용했다. 순식간에 4-5로 경기가 뒤집어졌다. 특히 지난해까지 롯데의 간판포수였다가 삼성으로 FA 이적한 강민호에게 홈런을 맞고 역전 점수를 내준 것이 롯데의 분위기를 급격히 다운시켰다.

역전 당하긴 했지만 한 점 차여서 롯데는 막판 반격을 노려볼 만했다. 하지만 분위기가 넘어간 듯 8회말 다시 대거 5실점했는데, 연속된 실책으로 자멸한 결과였다. 선두타자 김성훈이 기습번트를 시도했는데 1루수 정훈의 실책이 나오며 살려준 것이 대량실점의 출발이었다. 이후 삼성은 연속안타를 쳤고 박한이의 우전안타 때는 손아섭의 실책이 나오며 실점으로 연결됐다. 삼성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이원석이 2타점 2루타를 날려 롯데의 항복을 받아냈다. 와중에 롯데는 손아섭과 중견수 나경민이 뜬공 수비 때 콜 플레이가 안돼 서로 겹치며 볼을 떨어트리는(손아섭 실책으로 기록) 어이없는 모습도 보여줬다.

롯데는 이날 총 5차례의 실책을 범했다. 7회, 8회 나온 실책들은 실점으로 연결된 아픈 실책이었다.

진명호와 오현택은 5월 들어 17이닝 무실점을 합작하며 철벽 불펜을 쌓아오다 공교롭게도 이날 둘이 동반해서 부진에 빠지며 역전 점수를 내줬다.

꼴찌에서 출발해 한 달 사이에 4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던 롯데다. 매 경기 결승전을 치르듯 전력투구를 해온 선수들이 피로감을 느낄 때가 됐다. 집중력 저하에 의한 수비 실책, 연속된 긴장 속에서 버텨오던 필승조의 난조. 롯데가 하락세를 막고 다시 분위기를 끌어올리려면 이런 부분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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