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화 이글스는 어느새 포기를 모르는 팀이 돼 있었다.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 않다'는, 잘 나가는 팀의 전형적인 모습을 한화가 보여주고 있다.

한화는 22일 열린 두산 베어스와 홈경기에서 연장 접전 끝에 8-7로 이겼다. 드라마틱한 승리였다.

한화는 6회까지 6-1로 앞서고 있었다. 7회초 2실점했지만 여전히 6-3 리드였다. 최근 안정감이 더해진 한화 불펜을 감안하면 무난한 승리가 예상됐던 경기. 하지만 8회초 두산의 맹반격에 필승 계투조 안영명, 서균, 송은범이 줄줄이 난타 당하며 대거 4실점했다. 6-7로 역전을 당했다.

분위기상 한화의 재역전은 어려워보였다. 막판 역전을 허용한데다 믿었던 필승조가 제 몫을 못해준 실망감이 컸다. 9회말 투아웃까지 돼 그대로 끝날 것 같던 경기였다.

호잉의 한 방이 한화를 기사회생시켰다. 9회말 2사 후 나온 동점 솔로포. 단번에 흐름을 돌려놓은 한화는 연장 11회말 역전극을 완성했다. 선두타자 이용규의 볼넷 출루 후 정근우의 보내기번트와 상대 실책으로 무사 1, 3루 기회를 잡았고 송광민이 끝내기 안타를 때렸다.

   
▲ 사진=한화 이글스


이 경기 승리로 한화는 올 시즌 처음이자 10년 만에 단독 2위에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 선두 두산에는 3경기 차로 따라붙었다.

경기 후 한용덕 감독은 "리드하던 경기를 뒤집히고 재역전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팀에 힘이 붙었다는 의미"라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선수들에게 박수를 쳐줬다.

27승(19패) 가운데 역전승만 16번으로 최다, 1점차 승부에서 최근 7연승. 올 시즌 확연히 달라진 한화의 모습이다. 끈질긴 승부를 하게 됐고, 박빙의 승부에서 이길 줄 알게 됐고, 뒤지던 경기를 뒤집는 힘도 생겼다.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 않다"는 말을 한화 선수들이 스스로 하고 있다. 그만큼 덕아웃 분위기도 확 달라졌다.

투타의 균형 면에서 한화에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화는 팀 평균자책점 4.40으로 1위를 달리고 있지만 팀 타율은 2할7푼7리로 9위에 불과하다. 수치상으로는 갈수록 탄탄해지고 있는 투수력으로 버티는 것 같지만, 막상 한화 경기를 보면 그렇지도 않다. 

승부가 어느 정도 결정났을 때 안타수만 늘린다고 성적이 좋은 것은 아니다. 요즘 한화는 승부처다 싶을 때 선수들이 집중력을 발휘하며 물고 늘어져 '이기는 점수'를 뽑아낸다.

한화의 5월 성적은 13승 4패로 단연 1위이며 승률이 7할6푼5리나 된다. 이런 상승세라면 두산을 따라잡고 1위에 올라도 전혀 놀랍지 않다. '미러클' 수식어는 최근 수 년간 두산의 전유물처럼 됐다. 한화에게 어울리는 수식어는? 별로 좋은 의미는 아니지만, 한화 팬들이 좋아하는 '마리한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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